[D-379] 오직 그녀의 것
D-379. Sentence
오직 그녀의 것
지난 가을, 강의와 프로젝트, 삼척을 오가던 정신없는 와중에 대학원에서 한 통의 메일을 받았다. 수업 아이디어 공모. 깊이 고민할 틈도 없이, 늦은 밤 머릿속에 떠오르는 것들을 휘리릭 적어 제출했다. 그리고 어느 날, 선정되었다는 메일이 왔다. 14주치 온라인 강의를 촬영해 1월 초까지 제출해 달라는 안내와 함께. 그때의 2026년은 너무 멀게 느껴졌고, 지금의 마감일은 믿을 수 없을 만큼 가깝다.
지난주, 나는 말도 안 되는 계산을 했다. 14주치 영상을 이틀 만에 찍겠다는 계획. 화요일과 수요일, 학교 셀프 스튜디오를 예약해두고도 그게 얼마나 무모한 생각이었는지는 오늘에서야 실감했다. 기계라도 익혀보자는 마음으로 오늘 오후 잠깐 스튜디오를 썼다. 한주 강의당 최소 25분. 샘플로 1주차 강의를 녹화하며 깨달았다. 25분을 채우는 일이 이렇게 어려운 일이라는 걸. 자료를 옮기자 글씨는 깨지고, 글자체를 다시 손보고, 쉬지 않고 말하다 보니 얼굴 근육이 먼저 지쳤다. 겨우 한 편을 찍고 나서야 질문이 떠올랐다. 내가 과연 14편을 다 찍을 수 있을까. 무슨 자신감으로 이틀에 끝낼 수 있다고 생각했을까. 세상에 쉬운 일이 어디 있다고. 그렇게 부딪히고, 깨지고, 알면서도 또 쉽게 생각한 나 자신이 조금은 한심했다.
그래서인지, 아직 새해가 온 느낌이 없다. 온라인 강의 자료와 촬영 속에서 2026년은 아직 내 마음에 들어오지 못했다. 아마도 모든 제출이 끝나야, 그제야 새해가 올 것 같다. 내일 촬영을 위해 따뜻한 물과 초콜릿, 에너지바를 챙겨야겠다고 마음먹는다. 얼마 남지 않은 마감 앞에서 조급해지면서도, 동시에 얼마 남지 않았기에 다행이라는 생각도 든다.
그러다 문득, 2026년을 상상해본다. 책을 한 번 써보고 싶다는 생각. 작년에 마친 지역조사를 바탕으로 중장년 대상 리트릿을 실제 시범사업으로 펼쳐보는 장면. 돈과 투자에 대해 더 이상 막연하지 않게, 제대로 공부해보겠다는 다짐. 그리고 아주 조심스럽게, 정교원이 되는 오래된 꿈이 현실이 되는 모습까지. 이런 상상은 오직 나만의 것이다. 어떤 방식으로든, 어떤 방향으로 흘러가든, 나만의 2026년이 될 것이라는 생각에 이유 없이 기분이 좋아진다.
지금은 어렵고, 더 복잡해지고, 쉽게 풀리지 않는 시기지만, 그럼에도 나는 나만의 해를 꾸려가려 한다. 잘 알지도 못하는 온라인 강의를 어떻게든 찍어내고 있는 지금처럼.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할 2026년. 딱 기다려라. 놀랄 준비는 해두는 게 좋겠다.
내 안의 한 줄
나만의 상상은, 나만의 방향이 된다.
매일의 감정이, 나를 설명할 언어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