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의는 계속 찍고 인생은 한 번 산다.

[D-381] 310관 지하2층 B213호

by Mooon

D-381. Sentence

310관 지하2층 B213호


310관 지하 2층 B213호는 당분간 쉽게 잊히지 않을 것 같다. 정확히 말하면, 열심히 고군분투하며 혼자 촬영하고 있던 310관 지하 2층 B213호다. 어제 늦은 밤, 친구의 미술학원에서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영상 편집을 해보겠다고 덤볐다. 왜 안 되냐고, 뭐가 문제냐고 ChatGPT에게 짜증을 내면서도 클립 하나 제대로 자르지 못한 채 몇 시간을 보냈다. 결국 생쇼였다. 그러다 ‘화면 기록’이라는 방식을 알게 됐고, 강의 자료 PPT 안에 피그마 시연 영상을 삽입하니 생각보다 너무 쉽게 일이 정리됐다. 일도, 머릿속도 동시에 정리되는 느낌이었다. 스튜디오에서 녹화를 멈추고 피그마로 넘어가 시연을 찍고 다시 PPT로 돌아오는 복잡한 방식보다 훨씬 수월했다. 어제보다는 가벼운 마음으로 오늘 아침 다시 학교로 향할 수 있었던 이유다.


하지만 컴퓨터가 불안했다. 설명하기 어려운 불안감이었다. 한참 강의를 찍고 잠시 멈췄는데, 녹화 버튼 옆에 로딩 표시가 계속 돌아가며 멈추지 않았다. 괜히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결국 직원분을 호출했고, 업체에 전화해 원격으로 컴퓨터를 점검하기까지 했다. 할 수 있는 건 다 해봤지만 결과는 예상대로였다. 녹화본은 또 날아갔고, 다시 찍어야 한다는 답변이었다. 어제 이미 같은 강의를 네 번쯤 찍어본 터라 오늘 한 번 더 찍는 게 아주 놀랍지는 않았다. 다만 마음 한켠에는 ‘이게 또 반복되면 어쩌지’라는 두려움이 묵직하게 남아 있었다. 다시 찍는 게 문제가 아니라, 불안정한 컴퓨터가 문제였다.


아마 학교 시설 문제로 혼자 고군분투하는 내가 조금 안쓰러워 보였던 걸까. 센터 측에서 잘 빌려주지 않는다는 스튜디오 3을 선뜻 내주셨다. 최근에 만들어진 공간이라 컴퓨터도 최신이었고, 스튜디오도 넓었다. 그제야 숨이 조금 놓였다. 결국 오늘은 11주차 강의까지 모두 촬영을 마쳤다. 이제 남은 영상은 세 개다. 시연 영상을 무엇을 어떻게 찍을지는 아직 아무 생각이 없지만, 그래도 내일까지는 모두 끝낼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에 어제 이 시간보다는 마음이 훨씬 편안하다.


연초부터 이렇게 좌충우돌하며 고군분투하고 있는 2026년을 어찌 잊을 수 있을까. 올해는 뭔가 좀 됐으면 좋겠다. 비슷한 굴레를 계속 맴도는 인생 말고, 새로운 무언가로 활기찬 한 해를 꽉 채워가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내일 마지막 세 개의 촬영본을 넘기고 결과보고서까지 제출하면 하고 싶은 것들이 한가득이다. 목욕탕에 가서 뜨끈한 물에 몸을 담그고 싶고, 끊어질 듯 아픈 왼쪽 어깨 치료도 받고 싶다. 매일 아침 러닝을 하고, 최근 저탄고지 식단으로 5킬로를 감량한 남편의 기를 받아 나도 식단 조절을 해볼 생각이다. 방학 동안 3킬로 감량이 목표다. 할 수 있을 것 같다.


되도 않는 영상 촬영에 진땀을 빼고 있으니 별의별 생각이 다 든다. 그게 인간인가 싶다. 지금은 집에 들어가기 전, 동네 카페에 들러 라떼를 마시며 잠시 글을 쓰고 있다. 바쁘다고 다 안 해버리면 그건 또 얼마나 유치한 일인가. 미룰 건 미루더라도, 지킬 수 있는 루틴은 지켜가며 달려보자. 오늘은 유난히 춥다. 내일 다 제출하고 나면, 추워도 마음만큼은 조금 따뜻해지지 않을까. 빡센 2026년 연초다. 마지막까지, 화이팅이다.



내 안의 한 줄

불안해도 결국은 해낸다.


매일의 감정이, 나를 설명할 언어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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