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399] 삶의 언어로 나를 브랜딩하다.
D-399. Sentence
삶의 언어로 나를 브랜딩하다.
세상에. 이런 날이 진짜 오다니. 누군가에게는 별거 아닐지도 모를 이 하루가, 나에게는 오랜 시간 마음속에서만 그려보던 장면처럼 느껴진다. 출판사의 제안을 받아 오랜 시간 공들여 쓴 책도 아니고, 내가 꿈꾸던 묵직한 물성을 가진 종이책도 아니다. 그렇지만 오늘은 분명하다. 내 이름으로, 내 목소리로 된 책이 세상에 나왔다.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오늘은 묘하게 무게감이 느껴지는 날이다.
모든 분야의 마지막은 결국 ‘언어’일 수밖에 없다는 걸 나는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다. 그래서 언젠가는 꼭, 내 이름으로, 내 언어로, 나만의 책을 내고 싶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꿈을 실현하는 일은 계속 미뤄졌다. 온전히 집필에 몰두할 상황이 안 된다는 이유를 대고, 시간이 없다는 핑계를 대고, 바쁘다는 말을 앞세웠다. 하지만 솔직히 말하면 가장 큰 이유는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책은 논문과는 또 다른 세계였다. 죽는 날까지 남아버릴지도 모르는 글, 누구에게나 공개되는 글이라는 생각 앞에서 나는 한없이 작아졌다. 글 재주도 없다고 느꼈고, 내 이야기가 과연 책이 될 만한가에 대한 확신도 없었다.
그러다 작년 말, 생각을 바꾸기로 했다. ‘잘 해보자’가 아니라 ‘일단 해보자’로. 아무리 머릿속에서 생각을 굴리고 또 굴려봐도, 내가 움직이지 않으면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는 사실을 너무나 뼈저리게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철판을 깔고 저질러보기로 했다. 2024년 말부터 거의 매일처럼 써 내려가던 브런치 글들을 하나의 주제로 묶기 시작했다. ‘퍼스널 브랜딩’이라는 이름으로.
일상 속에서 아주 사소하게 느껴지는 감정들, 무심코 흘려보낼 뻔한 언어들이 쌓이고 쌓여 결국 나라는 사람을 만든다는 생각. 흔히 브랜드라고 하면 멋있고 세련되게 포장되어야 하고, 남들에게 당당히 내밀 수 있는 특별한 무언가가 있어야 한다고들 말한다. 하지만 나는 그 특별함이 새로 만들어야 할 대상이 아니라, 이미 나 자신 안에 존재하고 있다고 말하고 싶었다. 브랜드는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살아내는 것이라고.
왜 이런 이야기를 꼭 하고 싶었을까. 아마도 내가 너무 오랫동안, 너무 깊이 그 사실을 아파하며 살아왔기 때문일 것이다. 나는 늘 스스로를 애매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며 살아왔다. 어디에도 딱 맞지 않는 느낌, 분명 무언가 하고는 있지만 설명하기 어려운 정체성. 그 애매함에서 벗어나기 위해 몸부림치듯 살아왔는데, 이제는 조금씩 깨닫고 있다. 그 애매함 자체가 벗어나야 할 딜레마가 아니라, 그 자체로 나라는 브랜드라는 것을. 부족하면 부족한 대로, 서투르면 서투른 대로 말이다.
그래서 용기를 냈다. 일단 저질렀고, 이제 정말 시작이다. 오늘 책이 출간되었는데, 벌써부터 그 다음을 기대하고 있는 나를 보며 웃음이 나온다. 역시 나는 못 말리는 욕심쟁이다. 그래도 괜찮다. 그게 나고, 그 기대감으로 오늘을 또 꽉 채워 살아갈 거니까. 그럼 된 거지. 오늘은 스스로에게 말해주고 싶다. 태어나서 첫 번째 책 출간, 축하해.
내 안의 한 줄
브랜드는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살아내는 것이다.
매일의 감정이, 나를 설명할 언어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