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402] 변수를 즐겨야한다.
D-402. Sentence
변수를 즐겨야한다.
변수를 즐겨야 한다는 말이 오늘따라 유난히 또렷하게 와 닿는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면 변수를 즐기기 위해서는 전제가 하나 필요하다. 상수가 명확해야 한다는 것. 흔들리지 않는 나의 기준이 또렷할 때에야 비로소 수많은 변수들을 마주해도 중심을 잃지 않고 나의 자리를 지키며 나아갈 수 있다. 세상에 변수가 아닌 게 있나. 내가 예측 가능하고 통제 가능하다고 믿고 있는 것들이 과연 얼마나 될까 하는 질문 앞에 서면, 그동안 내가 붙잡고 있던 확실함이라는 것들이 사실은 대부분 착각이었음을 인정하게 된다.
중학교 2학년에 올라가는 첫째의 감정기복은 마치 롤러코스터를 타는 것 같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세상 순한 눈으로 장난을 치며 엄마에게 풍선껌을 건네던 아이가, 어느 순간 갑자기 도끼눈을 뜨고 당장이라도 무슨 일을 낼 것처럼 나를 노려본다. 내가 그 아이를 통제할 수 있을까 생각해보면 답은 명확하다. 불가능이다. 그렇다면 나는 나 자신을 통제할 수 있을까. 그것 역시 비현실적이다. 아침에는 “네 엄마”라는 둘째아들의 또렷한 대답 하나에 하루 기분이 좋아졌다가도, 오후에 운전을 하다 진상을 만나면 순식간에 얼굴이 굳어버리는 사람이 바로 나이기 때문이다. 이런 내가 도대체 무엇을 예측하고 무엇을 통제할 수 있다는 말일까. 인생 자체가 변화이고, 매일이 변수이며, 매 순간이 예외의 연속이다. 그래서 더더욱 중요한 건 모든 변수를 관리하려 애쓰는 일이 아니라, 그 안에서 나를 지켜가기 위해 상수를 다시 붙드는 일이다. 오늘까지 한국연구재단 연구제안서를 마무리해 제출해야 하고, 내일 새벽에는 삼척으로 내려가 줄줄이 예정된 미팅을 진행하며, 화요일에는 진짜 계약서에 도장을 찍게 된다. 삼척시와 함께하는 첫 사업이다.
작년 여름만 해도 전혀 상상하지 못했던 장면이고, 로컬 사업에 관심을 갖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던 일이다. 어쩌면 작년에 무모하다면 무모했던 단 한 번의 선택이 나를 여기까지 데려왔는지도 모르겠다. 뜻하지 않은 결과를 원한다면, 지금의 시선으로는 무모해 보일지언정 그냥 질러보는 선택이 결국 가장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번 연구제안서 역시 마찬가지다. 처음으로 로컬 지역을 연구 주제로 삼았고, 디자인 분야가 아닌 사회과학 분야에 제출한다. 평생 디자인만 공부해온 사람이 사회과학 연구라니, 어색하고 낯설지만 그럼 어떤가. 떨어지면 그뿐이고, 그 과정 자체만으로도 이미 비교할 수 없는 가치를 얻었다. 생애 첫 도전을 오늘 저녁 잘 마무리하자. 제출하면 된다. 그러면 되는 거다.
내 안의 한 줄
변수를 버티는 힘은, 상수를 붙드는 용기다.
매일의 감정이, 나를 설명할 언어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