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404]자신에 대한 진실된 기준을 세울 것
D-404. Sentence
자신에 대한 진실된 기준을 세울 것
어제는 브런치 발행일이었다. 노트북을 켜고 한참을 화면만 바라보다가 덮었다. 커서는 깜빡이고 있었고, 나는 아무 문장도 쓰지 못했다. 아니, 쓰지 않았다. 올해 1월, 내 이름으로 첫 책을 낸 이후로 내 글이 어떤 글인지 궁금해졌다. 매일 쓰다 보니 오히려 다른 사람들의 글이 더 잘 보였다. 재치 있고, 가볍게 읽히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문장들. 그 문장 앞에서 나는 자꾸 멈추었다. 그래서 ChatGPT에게 물어보았다. 칭찬은 빼고, 객관적으로 평가해달라고. 답은 생각보다 단단했고, 조금 아팠다.
① 문장 리듬과 호흡은 분명 약하다.
② 감정의 장면화가 약하다.
③ 독자를 끌어당기기보다 두고 가는 글이다.
나는 베스트셀러형 문장가도 아니고, 감정 폭발형 에세이스트도 아니고, SNS형 공감 글을 쓰는 타입도 아니라고 했다. “잘 쓰려 하지 말고, 덜 쓰는 훈련을 해라.” “설명을 줄이고 장면을 하나 더 넣어라.” “너는 작가라기보다 기록자에 가깝다.”
그 말을 읽고 나니 아이러니하게도 글쓰기가 더 어려워졌다. 이제는 뭔가 맞춰 써야 할 것 같고, 장면을 넣어야 할 것 같고, 힘을 빼야 한다는 생각에 오히려 더 힘이 들어간다. 가볍게 시작했던 일기형 에세이가 책이 되고 나니, 글이 취미가 아니라 과제가 된 느낌이다. 나는 글을 잘 쓴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거의 없다. 논문은 많이 썼지만, 논문은 다른 종류의 글이다. 그래서인지 지금 느끼는 이 낯선 부담감이 옳은 방향인지, 괜히 자의식만 커진 건 아닌지 스스로에게 묻게 된다.
단점을 알았으니 몸부림치며 고쳐야 하는 걸까. 아니면 내 방식대로 계속 써도 되는 걸까. 고치려는 마음이 커질수록, 매일 쓰는 일이 즐거움이 아니라 의무처럼 느껴진다. 그래도 한 가지는 고쳐보려 한다. 매번 훈계처럼 끝나는 문장은 줄여보기로. 누구나 그래야 한다는 말 대신, 나는 이렇게 해보겠다고 말해보기로. 나는 당분간, 잘 쓰는 사람이 되려고 애쓰지 않겠다. 내가 감당할 수 있는 기준부터 세워보겠다. 오늘은 여기까지다.
내 안의 한 줄
잘 쓰기보다, 나답게 쓰는 기준을 세운다.
매일의 감정이, 나를 설명할 언어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