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설임보다 먼저.

[D-406] Just Do It.

by Mooon


Just Do It.

IMG_4063.HEIC @김포 현대아울렛


명절이다. 우리 집만의 명절 코스가 있다. 명절 전 아울렛 쇼핑. 조카들 선물을 사기 위함이라는 명목 아래, 결국은 세일이라는 단어에 마음이 흔들려 가는 시간. 어제도 갑자기 생긴 저녁 일정 덕분에 아울렛에 도착하자마자 단골 매장 나이키로 후다닥 들어갔다. 명절맞이 추가 30% 세일. 사람들 손에는 이미 신발 박스가 하나씩 들려 있었다. 괜히 나만 빈손이면 손해 보는 기분이 드는 묘한 공기.


검정색 신발을 선호한다는 조카들을 위한 운동화를 찾느라 나와 남편은 분주했고, 첫째는 자신의 기능성 티셔츠를 찾겠다며 매장을 샅샅이 뒤졌다. 오로지 “검정색”만을 외치면서. 검정 티셔츠는 있었지만 목 라인이 마음에 들지 않았고, 디자인은 마음에 들었지만 색이 네이비였다. 나는 검정과 네이비의 큰 차이를 잘 모르겠다고 말했지만, 첫째는 단호했다.


그 고집이 어쩐지 부러웠다. 자신이 원하는 색을 정확히 아는 태도. 나는 언제부터 “그 정도면 됐지”라고 타협하는 사람이 되었을까. 결국 조카들 운동화만 사고 매장을 나왔다. 첫째는 “대기업의 반칙”이라는, 누구도 완벽히 이해하지 못할 논리를 펼치며 아쉬움을 합리화했다. 그 모습이 우스우면서도 이상하게 진지해 보였다.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다 무심히 벽을 올려다봤다. “Just Do It.” 그 문장이 오늘따라 이상하게 날카롭게 꽂혔다. 명절은 늘 나를 시험대 위에 올려놓는다. 시댁과 친정을 오가며 나는 누군가의 딸이고, 며느리고, 엄마다. 역할은 분명한데, 정작 나는 조금 흐릿해진다.


오늘도 아침 일찍 시댁에 갔다. 오랜만에 모인 가족들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서 있었다. 말은 오갔지만, 깊은 이야기는 비켜 갔다. 누군가는 피곤해 보였고, 누군가는 괜히 예민해 보였고, 나는 괜히 더 밝은 척을 했다. 왜 나는 늘 밝은 역할을 맡으려 할까. 왜 진짜 속마음은 삼키고, 괜찮은 사람으로 남으려 할까.


식탁에 둘러앉아 삼시세끼를 함께 먹었지만, 그 시간 속에서 나는 몇 번이나 하고 싶은 말을 삼켰다. ‘지금은 말하지 말자’는 생각이 자동으로 튀어나왔다. 그러다 거실에 걸린 달력을 봤다. 곧 3월. 시간이 무섭다기보다, 내가 미루고 있는 것들이 무서웠다. 완벽한 조건이 갖춰지면 시작하겠다고 말해온 일들. 조금 더 여유가 생기면 해보겠다고 미뤄둔 선택들. 누군가의 눈치를 덜 보게 되면 말하겠다고 접어둔 생각들.


“Just Do It.” 그 문장은 운동 광고가 아니라, 내 변명을 끊으라는 말처럼 들렸다. 부딪히더라도, 어색하더라도, 완벽하지 않더라도. 일단 해보는 것 그게 어쩌면 나를 다시 또렷하게 만드는 방식일지 모른다. 오늘 며느리 모드는 완료. 내일은 조금 덜 눈치 보는 나로 시작해볼까 한다.



내 안의 한 줄

망설임보다 먼저, 일단 해본다.


매일의 감정이, 나를 설명할 언어가 된다.

월, 화, 수, 목, 금, 토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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