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407] 어떻게 진짜임을 증명할 것인가.
D-407. Sentence
어떻게 진짜임을 증명할 것인가.
어떻게 진짜임을 증명할 것인가. 요즘 들어 이 질문이 자꾸 마음을 두드린다. 그 어느 때보다 ‘진짜’가 중요한 시대다. 가짜가 너무 많아졌기 때문일까. 쉽게 포장되고, 빠르게 소비되고, 금세 사라지는 것들이 넘쳐나는 세상에서 진짜는 오히려 더디고 무겁다. 그래서 더 귀하다. 설연휴 기간 동안 며느리 모드, 딸 모드, 엄마이자 아내 모드를 차례로 마치고, 명절 당일 늦은 저녁 팀 멤버들과 함께 삼척으로 내려갔다. 4월에 진행 예정인 리트릿 홍보 영상을 만들기 위해 촬영 소스를 확보해야 했고, 지역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 우리 스스로 먼저 걸어보아야 했다. 마무리 워크숍 장소를 찾기 위해 삼척의 수많은 카페를 돌고 또 돌았다. 각자 본업이 있고, 돌봐야 할 가정이 있는 우리는 늘 시간에 쫓겨 출장을 내려온다. 이번에도 명절 당일 자정이 다 되어 삼척에 도착했고, 다음 날 이른 아침부터 움직여 자정이 다 되어 서울 집에 도착했다.
누군가는 묻는다. 2박 3일 리트릿을 준비하면서 뭐가 그렇게 바쁘고 준비할 것이 많으냐고. 그러나 로컬 사업을 시작하면서 드는 생각은 늘 같다. 내가 진짜임을 증명하는 것이 사업의 핵심이라는 것. 지역 사람들을 만나고, 지역 업체들을 대할 때마다 나는 경계심을 마주한다. 우리는 협력을 원하지만, 그들의 눈빛 속에는 익숙한 조심스러움이 담겨 있다. 어제도 서울로 올라오기 전, 작년부터 여러 번 미팅을 했고 말이 통한다고 생각했던 대표님을 찾아갔다. 미리 연락을 드리고 방문했지만, 마주 앉지도 않으셨고, 어색한 공기 속에 분명한 경계가 느껴졌다. 돌아서 나오며 마음이 좋지만은 않았다.
하지만 입장을 바꿔 생각해본다. 오랜 시간 애써 일궈온 지역에, 어느 날 서울에서 온 팀이 나타나 무언가를 해보겠다고 뛰어다닌다. 처음부터 좋은 감정을 기대하는 것 자체가 욕심일지 모른다. 그동안 지역이 겪어왔던 수많은 ‘가짜들’의 기억이 그들을 더 단단하게 만들었을 것이다. 매장을 두리번거리다 어색한 인사를 나누고 나오는 길, 팀원들과 마지막 저녁 식사를 하며 우리는 같은 말을 나눴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결국 최선을 다하는 것뿐이라는 것. 가짜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시간과 태도뿐이라는 것.
몇 달 만에 실제 시범사업 계약을 맺게 된 일은, 다시 생각해보면 기적에 가깝다. 우리를 언제 봤다고, 무엇을 믿고. 그 믿음 하나가 얼마나 큰 일인지 이제야 실감한다. 칡흙 같은 밤 고속도로를 달려 서울에 도착해 한강을 보며 대로를 달리는데, 삼척 도계와는 전혀 다른 세계처럼 느껴졌다. 높고 높은 빌딩, 넓은 도로, 쉼 없이 달리는 차들. 늘 보던 풍경이 낯설게 다가왔다. 어쩌면 어제 내가 느꼈던 그 낯설음이, 로컬에서 우리를 대할 때 그들이 느끼는 감정과 닮아 있었을지도 모른다. 낯설고, 쉽게 믿기 어려운 존재.
결국 진짜가 되는 길은 하나뿐이다. 경계 속에서도 도망치지 않는 것. 차갑게 느껴지는 시선을 받아들이는 것. 시간이 걸리더라도 자리를 지키는 것. 지역 사람들의 경계가 나를 향한 공격이 아니라, 그들의 삶을 지키기 위한 방어라는 사실을 이해하는 것. 그 과정을 거쳐야 나 또한 진짜가 될 수 있다는 믿음. 어쩌면 진짜란 증명하는 것이 아니라, 버티는 시간 속에서 드러나는 것인지도 모른다.
내 안의 한 줄
진짜는 말이 아니라 시간으로 증명된다.
매일의 감정이, 나를 설명할 언어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