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411] 수고했다. 고맙다. 미안하다.
D-411. Sentence
수고했다. 고맙다. 미안하다.
수고했다. 고맙다. 미안하다. 오늘도 승리했다. 정신없이 지나간 하루의 끝에서 나는 늘 잠시 멈춘다. 그대로 누워버릴 것인가, 아니면 잠들기 전 잠깐이라도 유튜브를 틀어 아무 생각 없이 흘려보낼 것인가. 머릿속으로 몇 번을 계산하다가도 결국 또 노트북을 켜 글을 쓰기 시작한다. 누구의 검열을 받는 것도 아니고, 하루 빠진다고 벌금을 내는 것도 아닌데, 이 사소한 나만의 의례를 건너뛰는 일이 왜 그렇게 마음에 걸리는지 모르겠다. 어쩌면 그 누구 때문이 아니라, 나 자신에게 후회할 일을 남기고 싶지 않은 마음 때문일 것이다.
어제 오랜만에 만난 선생님의 조언은 담백했지만 묵직했다. 나를 오래 지켜본 사람만이 할 수 있는 말이었다. 나는 늘 스스로를 부족하다고 말한다는 것. 이것을 못했고, 저것은 더 잘해야 하고, 아직 한참 모자라며, 더 노력해야 한다고. 더 이상 자신을 그렇게 몰아붙이지 말라고 했다. 가끔은 스스로에게 수고했다고 말해주고, 고맙다고 다독이고, 미안하다고 안아주라고. 누군가와 일을 함께 할 때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할지만 고민하지 말고, 어떤 결정을 내렸을 때 정작 나는 어떻게 느끼는지 기억하라고 했다.
돌아보면 나는 나 자신에게 유독 가혹했다. 만족이 없었고, 늘 왜 더 하지 못했는지만 곱씹었다. 타인에게는 스스럼없이, 어쩌면 본능적으로 수고했다, 감사하다, 미안하다는 말을 건네면서도, 왜 내 자신에게는 매몰차고 냉정하기만 했을까. 물론 마음 깊은 곳을 들춰보면 나만큼 나를 오래 고민하고, 집요하게 붙들고 살아온 사람도 없다. 그렇기에 더 높은 기준을 들이대고, 더 세게 채찍질했는지도 모른다. 완벽주의라는 말. 가장 불편하면서도 가장 자주 듣는 말. 나는 그 단어를 애써 밀어냈지만, 최근 누군가 내게 욕심이 많고 승부욕이 강하다고 말했을 때, 이상하게도 그 말이 완전히 틀렸다고 부정할 수 없었다.
후회 없이 살고 싶어서 달리고 또 달려왔는데, 달릴수록 더 부족해 보이는 나를 마주할 때면 가끔은 내가 조금 안쓰럽다. 나에게 수고했다고 말하는 일이 왜 이렇게 어려울까. 오늘은 잠들기 전, 조용히 나에게 말해주고 싶다. 수고했고, 고마웠고, 너무 몰아붙이기만 해서 미안했다고. 그리고 내일은 시간을 내어 멋드러진 라떼 한 잔을 사 마셔야겠다. 그것은 사치가 아니라, 나에게 건네는 작은 승인일 테니까.
내 안의 한 줄
몰아붙이는기만 하는 매몰찬 사람은 그만.
매일의 감정이, 나를 설명할 언어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