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412] 언제나 물어야 해. 언제나 의심해야 하고.
D-412. Sentence
언제나 물어야 해. 언제나 의심해야 하고.
언제나 물어야 한다. 그리고 언제나 의심해야 한다. 정말 오랜만에 브런치를 쓰는 기분이다. 첫째와 약속했을 때는 매일같이 썼었다. 눈이 감겨도, 하루가 아무리 정신없이 흘러가도, 노트북을 켰다. 약속을 지키는 엄마이고 싶었고, 나 자신에게도 지지 않는 사람이 되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올해 들어 급하고 중요한 일들이 쌓이면서 글은 자꾸 우선순위에서 밀려났다.
어제도 결국 쓰지 못했다. 아무도 모를 일이고, 아무도 뭐라 하지 않는데도 마음 한편이 무거웠다. 처음에는 무어라도 써보자는 마음이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스스로에게 묻게 된다. 나는 왜 이 글을 쓰고 있는가. 이 시간은 나에게 어떤 의미인가. 글뿐 아니라 내가 하고 있는 모든 선택에 대해 묻고 또 묻고 싶어진다. 그 선택은 정말 내가 원한 것인지, 그냥 흘러가듯 택한 것은 아닌지. 나는 시간을 흘려보내는 어리석은 사람이 되고 싶지 않다. 정신없이 움직이며 살았다고 생각했지만, 돌아보면 몸만 바빴을 뿐 질문하지 않았던 시간도 적지 않았다는 사실을 요즘에서야 인정하게 된다.
오늘은 새 학기 첫 수업이었다. 과목명은 ‘사회적디자인’. 전공필수도 아니고 선택과목이다. 수강신청 인원을 확인했을 때 11명이었다. 10명 이하면 폐강이라는 것을 알고 있기에 오늘 수업이 마지막이 될지도 모른다는 마음으로 강의실에 들어갔다. 혼자 수업 자료를 몇 번이나 고치고 또 고쳤다. 그런데 막상 수업 시간이 되어서는 수정한 파일이 아닌 예전 자료를 띄우는 실수를 했다. 잠깐 스스로가 어이없어 웃음이 나왔다. 하지만 이 수업이 유지되든 폐강되든, 오늘 내 앞에 앉아 있는 9명의 학생에게는 오늘 시간이 가치있는 시간이 되기를 바랬다. 그래서 그들에게 묻고 싶었다. 당신에게 디자인은 무엇인가. 당신은 어떤 디자이너가 되고 싶은가. 1학년도 있었고 이번 학기가 마지막인 4학년도 있었다. 각자의 대답은 이어졌지만 중심은 쉽게 잡히지 않았다. 단어들은 있었지만 본질은 선명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다. 경력 10년, 20년이 되어도 디자인이 무엇인지 스스로 묻지 않고 살아가는 어른들이 얼마나 많은가. 누구도 본질을 가르쳐주지 않았고, 누구도 끝까지 질문을 붙들고 버티는 법을 알려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이번 학기에 수업을 하게 될지 아닐지보다, 오늘 이 자리에 앉아 있던 9명의 학생이 자기 전공에 대해 단 한 번이라도 진지하게 질문하는 사람이 되기를 바랐다. 고민하는 사람만이 선택의 주도권을 가질 수 있다. 질문하지 않으면 우리는 너무 쉽게 흘러간다. 그리고 나는 더 이상 흘러가는 사람이 되고 싶지 않다.
내 안의 한 줄
묻지 않으면, 나는 흘러간다.
매일의 감정이, 나를 설명할 언어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