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감정은 오늘까지만.

[D-415] 감정을 해석 가능한 언어로 전환하는 능력

by Mooon

D-415. Sentence

감정을 해석 가능한 언어로 전환하는 능력


IMG_4760.jpg @onestepahead.mag

살다 보니 살아가면서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가 내 감정에 지배되지 않는 일관성을 유지하는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어느새 나이가 드니 크게 기쁠 일도, 크게 슬플 일도 없다는 엄마의 말씀이 조금씩 이해가 되는 나이가 되었다. 낙엽만 굴러가도 꺄르르 웃던 여고생의 순수함은 생각해보면 그 시절에도 내게는 그리 많지 않았던 것 같고, 지금의 나에게는 거의 불가능한 일이 된 것 같기도 하다.


살아오면서 슬픈 일도 많았고, 아픈 일도 많았고, 분명 기쁜 일도 있었다. 그런데도 여전히 나는 아침마다 아무 생각 없어 보이는 두 아들을 향해 순간적으로 화가 치밀어 오르고, 분을 참지 못해 뒤돌아서면 후회하게 될 말들을 쏟아내기도 한다. 감정이라는 것은 늘 이렇게 예고 없이 밀려와 사람을 흔들어 놓는다.


그래서 요즘은 시시각각 바뀌는 상황에 따라 요동치는 감정에 잠식되어 또 다른 시간을 망쳐버리는 어리석음을 반복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자주 하게 된다. 슬플 때는 눈물을 흘릴 수도 있고 기쁠 때는 크게 웃을 수도 있지만, 그 감정이 나를 끌고 가는 것이 아니라 그 자리에서 멈추고 나는 다시 내 자리로 돌아올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런데 요즘의 나는 내가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짜증이 몸과 말투에 배어 있는 것을 느낀다. 왜 그런지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어딘가에서 무엇인가 조금씩 어긋나 있는 느낌이 들고, 그 작은 왜곡들이 나를 점점 더 무겁게 만드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오늘 아침 수업을 마치고 내일 수업을 준비하기 위해 지하철을 탔다. 오늘따라 노트북이 들어 있는 백팩이 돌덩이처럼 무겁게 느껴졌고, 먹고살겠다고 챙겨 나온 텀블러와 사과, 달걀이 들어 있는 도시락마저 내려놓고 싶을 만큼 몸이 축 늘어졌다. 어디선가 한 시간만이라도 잠깐 잠들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간절했지만 현실은 내일 여섯 시간 수업을 준비해야 하는 사람의 하루였다. 그래서 지금 나는 스타벅스에 앉아 있다.


문득 시간을 보니 오후 한 시가 넘도록 물 외에는 아무것도 먹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배가 고프다는 느낌조차 들지 않는다. 어떤 날은 눈을 뜨자마자 배가 고파 무엇이라도 빨리 입에 넣고 싶다가도, 또 어떤 날은 오후가 넘도록 아무것도 먹히지 않는 날도 있다. 사람이 이성적인 존재라는 말은 사실 우스운 이야기인지도 모른다. 같은 상황을 마주해도 내 컨디션에 따라 감당할 수도 있고 폭발할 수도 있는 존재가 바로 나라는 사실을 오늘도 다시 확인한다. 흐느적거리게 만드는 잡생각들을 잠시 밀어내고 차디찬 스타벅스 아이스 클래식 밀크티를 한 모금 크게 들이키며 다시 시작해 본다.



내 안의 한 줄

지금의 감정에 잠식되지 말기.


매일의 감정이, 나를 설명할 언어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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