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도토리 Oct 15. 2018

태양광 패널은 비경제적일까?

태양광 패널의 경제성과 효율성에 대한 짧은 생각

 제주에 집이 지어지기까지 참 많은 일들이 있었다. 원래 이곳에 터를 잡기 전 우리는 이름만 들으면 아는 유명한 주택협동조합에서 제주에 분양하는 협동조합형 타운하우스에 입주하기로 했었다. 6개월 가까이 매주 토요일마다 20여 가구가 함께 모여 생태적인 삶과 대안적인 삶을 꿈꾸며 늦은 시간까지 행복한 시간을 보냈었다. 아이들이 자유롭게 뛰어 놀게 하기 위해 집 앞에 차를 대지 않기, 전기차를 이용한 카쉐어링, 마을 단위로 할 수 있는 협동 사업 등이 활발히 논의되었다.


 하지만 막상 공사가 시작되자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다. 생태적인 삶을 이야기했던 주택협동조합의 실질적 대표는 자신이 그동안 늘어놓았던 번지르르한 생태적인 삶에 대한 화두를 거두어 들였다. 주택협동조합의 실질적 대표이자 동시에 시공사의 실질적 대표였던 그 사람은 이제 시공사의 대표 역할에 더 집중했다. 그 과정에서 조합을 떠나는 사람에 대해 늘 비아냥거리는 뒷말을 남아있는 조합원들 앞에 쏟아 놓았다.


 결정적인 파열음은 내가 문제를 제기한 태양광 패널 때문이었다. 에너지를 자립해 생태적인 삶을 살아보기로 했던 나는 초기부터 건물 지붕에 태양광 패널 설치가 가능한지가 가장 큰 관심사였다. 설계 단계에서 건물의 방향, 지붕의 각도 등에 대해 건축가에게 질문을 했지만 제대로 된 답변이 돌아오지 않았다. 건축가는 태양광 패널에 대한 지식과 관심이 별로 없었고, 태양광 패널이 설치될 경우 문제점에 대해서만 설명할 뿐이었다. 여러 사례들과 자료를 찾아 태양 고도까지 계산해 문제를 제기했지만, 시공사 대표 또한 조합원 모집시에 했던 말을 경제성이라는 논리로 손바닥 뒤집듯 바꾸었다. 밴드에 글을 올려 질문했더니 돌아오는 건 시공사 대표와 친분이 있는 조합원이 쓴 조롱에 가까운 댓글들 뿐이었다. 그가 우리집 지붕에 태양광 패널이 설치되는 걸 반대하는 이유가 뒷집에 사는 자기가 베란다에서 우아하게 하늘을 바라보며 커피를 마실 수 없기 때문이란다. 소위 국내 최고라는 대학을 나온 사람들의 입에서 나온 말의 수준이다.


 자신의 욕망을 스스로 성찰하지 못하는 이들과 더 이상 협동조합을 함께 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시공사대표에게 전화를 걸어 떠나겠다고 했다. 그 후 시공사 대표는 다른 조합원 앞에서 공개적으로 우리가정을 맹렬히 비난하고, 앞으로 떠나는 조합원들에겐 수천만원의 비용을 돌려주지 않겠다는 협박을 했다 한다. 그런 과정에서 실망한 젊은 초기 조합원 가정들이 대거 빠져나왔다. 그리고 끝까지 함께 지지해 주었던  두 가정이 제주에 땅을 매입해 집을 지었다. 우리는 그 타운하우스보다 더 빨리 사용승인(일명 준공허가)을 받고 제주에 입도했다.


  태양광 패널을 설치할 때 주위 사람들이 가장 많이 하는 말은 가성비(경제성)이다. 높은 설치비에 비해서 그만큼 효용성이 있느냐는 것이다. 사실 우리는 서울에서도 전기요금이 한달에 1만원 정도였다. 단순하게 계산해 보면 50년을 사용해야 설치비용을 뽑을 수 있다. 또 기후적으로 제주 중산간은 구름이 많은 곳이라 일조시간도  길지 않은 곳이다.


우리집 지붕에는 태양광 패널을 설치해 전기를 생산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태양광 패널을 설치한 이유를 묻는다면 단연코 ‘경제성’ 때문이다. 사실 사람들은 물건을 구입할 때 경제성만을 따지진 않는다. 오히려 그 반대인 경우가 많다. 기존에 사용하는 물건이 뻔히 이상이 없다는 걸 알고 있지만, 더 좋은 것을 가지고 싶을 때 효용성과 경제성이라는 논리로 자신을 설득하고 포장한다. 더 크고 무늬가 아름다운 예쁜 식탁, 더 깔끔하고 편리한 싱크대, 더 기능이 많은 스마트폰 등 모두 새 물건을 가지기 위한 핑계가 아니던가? 그 역시 몇 년 못 가 더 새로운 물건들에게 밀려 버려진다. 집을 건축할 때도 비슷하다. 더 넓은 평수, 더 화려한 인테리어, 더 예쁜 정원에 큰 돈이 쉽게 지불된다.


 태양광 패널과 이런 물건들의 경제성을 한번 비교해 따져보자. 평균 2년마다 버려지는 최신형 스마트폰에 비해 태양광 패널이 경제성이 떨어진다고 할 수 있을까? 집 안에 치렁치렁 달아 놓은 구조와 무관한 인테리어 용품들에 비교해 보면 어떨까? 개인적 욕구와 광고에  의해 끊임없이 부추겨지는 이런 상품들의 소비와는 달리, 태양광 패널은 철저히 에너지를 '생산'해 내는 도구다. 따라서 태양광이 당연히 더 경제적이다.  


 우리는 왜 유독 태양광 패널에 대해서만 이토록 철저히 경제성의 영역에서만 평가하게 되었을까? 이런 것들이 원자력를 포함한 기득권을 유지하려는 시대착오적인 권력자들과, 이들을 옹호하는 몇몇 수구 언론의 선전에 우리가 당하고 있는 건 아닐지 고민해 본다. 핵쓰레기 처리에 들어가는 천문학적인 비용을 경제적으로 고려한다면 태양광 패널은 이에 비해 어떠한가? 미세 먼지를 배출해 사람들을 서서히 죽이는 석탄 화력 발전소의 실질적 경제성은 또 어떠한가?  

OECD국가별 신재생에너지 현황 / 출처 : 한국일보 2015년 7월 21일

 2015년 통계에 의하면 우리나라는 OECD국가중 신재생 에너지 비율이 단연 꼴찌다. 그나마도 신재생에너지 생산량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폐기물 소각과 수력을 제외하면 태양광과 풍력의 에너지 생산은 미미하다. 미래세대를 위한 다른 나라의 움직임에 비해 부끄러운 수준이다.


 건축주와 시공사는 단독 주택을 신축할 때 정화조 설치 비용은 당연히 지불되어야 하는 것으로 생각한다. 정화조를 설치하지 않는다면 비용은 줄겠지만 지하수는 심각하게 오염되기 때문에, 정부가 이를 법으로 강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래세대를 위해 태양광 패널도 정화조처럼 새로 짓는 주택(건물)에 반드시 설치하도록 하는 제도를 만드는 건 어떨까?




* 관련글 링크 : https://brunch.co.kr/@dcsang0/64


매거진의 이전글 오면 반갑고 가면 더 반갑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