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광 패널과 LPG를 이용한 제주 난방 후기
제주로 이주한 지 7개월이 지났다. 시골 마을에 이주하면서 가장 큰 걱정 중에 하나였던 것이 난방비다. 서울에 비해 2배 이상으로 턱없이 높은 연료비 때문에 한 달에 50만 원이 훨씬 넘는 난방비 폭탄을 맞았다는 이야기를 이웃들로부터 전해 들은 터였다. 이 글은 지난해 제주 중산간에 새로 집을 짓고 에너지를 가장 많이 사용하게 되는 여름과 겨울을 한 번씩 겪은 후 정리한 경험담이다. 지난여름에 쓴 태양광 패널과 LPG 가스에 대한 두 글의 '현실 적용편'이라 해도 좋을 듯한다.
| 목조주택의 특징과 단열
먼저 건축물의 구조는 단열에 큰 영향을 미친다. 우리 가족은 지난해 봄 제주 중산간에 '목조주택'을 짓고 여름에 이주했다. 시공사와 건축가는 특히 단열에 많은 공을 들였다고 했다. 일반적으로 목조주택은 콘크리트주택에 비해 단열성능이 우수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제주도에 내려와 보니 많은 사람들이 습도가 높은 기후 특성에 대한 걱정 때문인지 목조주택보다는 콘크리트주택을 짓는다. 하지만 목조주택에서 여름과 겨울을 한 번씩 지낸 결과로는 여름철 습기로 인한 곰팡이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고, 겨울철 단열 성능에도 만족하는 편이다.
주택의 면적과 층고도 단열에 큰 영향을 미친다. 우리 집은 단순한 박공지붕을 가진 35평 단층 주택이다. 마을에 새로 지어진 주택을 살펴보면 최소한 40평대 이상이고 대부분 복층 또는 2층 구조를 가지고 있다. 주택을 설계하면서 평소 가지고 있던 다양한 욕구들이 공간으로 드러나면서 생기는 현상인 듯하다. 주위에 30평대로 새로 지은 집은 가뭄에 콩 나듯 하다. 우리집은 도시의 중형 아파트 크기지만 이곳에선 너무도 아담해 보인다. 건물이 크고 높아지다 보니 방의 크기도 크고 층고가 높은 공간들도 많다. 2층 공간을 터서 층고가 높은 거실을 만든 동네 주민은 목조주택인데도 난방비가 50만 원을 넘었다고 한다.
| 태양광 패널과 전기를 이용한 난방
주택에 대해 정리가 되었으니 본격적으로 겨울철 에너지 사용해 대해 이야기해 보자. 우리는 집을 설계할 때부터 겨울철 난방을 가스와 전기를 함께 이용할 수 있도록 고민했다. 난방으로 인해 늘어날 전기 사용량을 감당하기 위해 건물 지붕에 태양광 패널을 달았다. 집의 배치가 거의 남향에 가까워 맑은 날에는 아침부터 오후 4시까지 해가 드리워 난방이 전혀 필요하지 않았다. 구름이 끼거나 흐린 날에는 하루에 3~5시간 정도 천정형 시스템 에어컨을 이용해 공유공간(주방, 거실)의 공기를 데웠다. 저녁과 잠자는 시간대에는 절전 기능이 있는 2인용 전기요 2개를 구입해 4인 가족이 사용했다. 특히 맑은 날이 많아 태양광 발전량도 많았던 가을철에 이월된 전기량을 겨울철에 사용해 전기요금이 많이 줄었다.
* 12월 전기요금 : 2,690원
(12월 태양광발전량 162 + 전월 이월량238 – 12월 사용량 166) = 234kWh(다음달 이월)
* 1월 전기요금 : 4,460원
(1월 태양광발전량 123 + 전월 이월량234 – 1월 사용량 227) = 130kWh(다음달 이월)
* 2월 전기요금 : 4,080원
(2월 태양광발전량 196 + 전월 이월량212 – 2월 사용량 212) = 114kWh(다음달 이월)
| 보조수단으로 사용한 가스보일러
서울에서 생활할 때와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이 있다면 보일러가 난방 보조수단이 되었다는 점이다. LPG가스 연료비가 도시가스보다 2~3배 이상 비싸기 때문이다.(올해는 정부 정책으로 한시적 유류값 인하가 있었음에도 루베당 4000원 정도였다.) 그래서 흐리거나 추운 날 하루 1~2시간 정도만 보일러를 가동했고, 다행히 단열이 좋은 목조주택의 특성상 한나절 이상은 지낼 만했다. 물론 온수도 가스보일러를 이용했다. 그 결과 이번 겨울 가스 사용량과 요금은 아래와 같다.
* 12월 가스요금 : 40,850원 (가스사용량10루베)
* 1월 가스요금 : 46,740원 (가스사용량12루베)
* 2월 가스요금 : 32,000원 예상 (가스사용량 8루베)
며칠 전 같은 마을에서 집을 짓고 있는 학부모에게 전화를 받았다. 태양광 패널을 설치하는 게 좋을지 말지 궁금해하는 전화였다. 우리 마을은 흐리고 비 내리는 날이 많아 태양광을 달아봤자 소용없다는 이야기를 이웃들로부터 많이 들었다 한다. 제주 중산간 300미터 높이에 위치한 우리 마을은 실제로 안개와 구름이 많고, 연평균 강수량이 약 2600mm에 달해 제주에서도 가장 많은 편에 속한다. 우리 가족은 이사하기 전에 미리 그 상황을 알고 있었지만, 부족하나마 에너지 자립을 해보자는 생각에 비용과 효율을 따지지 않고 태양광 패널 설치를 결정했다. 첫겨울을 보낸 지금 우리 가족은 나름 만족하고 있다고 대답했다.
* 덧붙인 글. 개인적으로 난방비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생활 습관이라고 생각한다. 이번 겨울 우리 가족은 겨울을 뜨끈뜨끈하게 보냈다고 말할 수 없다. 실내에서는 내복을 포함해 긴 옷을 입고 지냈다. 다만 서울에서도 이와 비슷한 생활 습관을 가지고 있어 크게 달라진 점은 없었다. 추위를 느끼는 정도와 생활 습관이 다른 경우라면 난방비는 달라질 수 있음을 참고하시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