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서 난방용으로 이용되는 LPG 이야기
사람 마음이 참 간사하다. 지난 여름 더워 죽겠다고 난리친 기억은 호로록 잊어버리고 벌써 추워졌다고 호들갑이다. 해발고도가 높은 중산간 지역이다 보니 아무래도 해안보다 기온이 더 떨어진다.(우리지역은 평균 기온이 해안지역보다 1.5°c 정도 낮다) 요즘 아침에 일어나면 바닥에서 한기가 느껴진다. 딸아이 방을 제외하곤 침대 없이 그냥 바닥에 요를 깔고 잠을 자는 우리가족의 특성상 바닥 온도에 민감할 수 밖에 없다. 우리 가족은 모두 벌써부터 내복을 꺼내 입었다.
추위를 걱정하는 이유는 비싼 난방비 때문이다. 유달리 춥고 눈이 많았던 지난 겨울 경험담을 이웃들에게 듣고나니 더 걱정이다. 제주도는 다른 대도시들과는 달리 (유일하게) LNG가 공급되지 않는 곳이다. 제주 시내 지역에서는 도시가스라는 이름으로 가스를 공급되고 있지만, 사실은 대도시에서 사용하는 LNG가 아니라 LPG를 공기와 섞어서 공급하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난방 비용이 도시에 있을 때보다 (훨씬) 더 많이 들 수 밖에 없는 구조다.
특히 시내가 아닌 지역에서는 대부분 LPG가스통을 사용하기 때문에 난방비는 더 올라간다.(그래서 아직도 기름보일러를 사용하는 집도 많다.) 가정에서 사용하는 LPG 가스통 크기는 다양하다. 요즘 새로 지은 집에서 많이 사용하는 200kg 용량의 대형 저장소는 설치비가 비싸지만 가스충전료가 조금 더 싸다고 한다. 여전히 많은 집에서는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20kg 또는 50kg짜리 가스통을 여러 개 연결해 난방용으로 사용한다. 가스 충전을 하기 위해 따로 전화를 하지 않아도 가스업체에서 수시로 돌아다니며 가스양을 확인하고 가스통을 교체해 준다. 가스 사용료는 가스통을 교체할 때마다 돈을 내는 방식이 아니라, 사용한 가스의 양(루베, m3)만큼 계량기를 확인해 공급회사에서 매달 고지서로 청구한다. 그런데 그 가격이 무지막지하다. 서울 도시가스가 루베당 1천원 정도였다면 여기는 4천원이 넘으니 무려 4배 이상이다. 이렇게 가스비가 비싸다 보니 업체간의 암묵적 담합이 있는 게 아닌가 하는 뒷소문들이 들려온다.
그럼 LPG와 LNG는 어떻게 다를까? LPG(Liquefied Petroleum Gas)는 액화석유가스를 말하는데, 원유(석유)를 증류하는 과정에서 나오는 가스를 액체화시킨 것이다. 주성분은 프로판과 부탄이며 가스통에 담기 쉬워 음식점이나 승용차에 사용한다. LNG(Liquefied Natural Gas)는 액화천연가스를 말하며 지하에서 뽑아 올린 천연가스에서 불순물을 제거한 것이다. 주성분은 LPG보다 가벼운 메탄인데, 배관을 통해 도시가스 형태로 가정에 공급된다. 편리하고 비용도 비교적 저렴해 우리나라에서는 석유, 석탄 다음으로 세번째로 많이 사용되고 있는 1차 에너지 자원이다.
현재 애월항에 LNG 비축 기지가 건설되고 있어 2020년 쯤에는 인구가 밀집한 제주와 서귀포 시내부터 도시가스 형태로 LNG가 공급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물론 배관을 설치하는데 비용이 많이 들어 인구가 적은 중산간에 공급이 되려면 더 많은 시간이 걸리겠지만, LPG를 공급하는 기존 업체들을 긴장시켜 경쟁을 유발하는 효과가 있지 않을까 하는 바램도 가져본다.
그나저나 이번 겨울에는 어떻게 지내야 할까? 일단 지붕에 태양광 패널(3kw)을 달았으니 보일러와 전기를 함께 이용하는 방식을 고려해 보아야겠다. 너무 추울 때는 난방이 가능한 천정형 인버터 에어컨과 보일러를 함께 이용하는 것도 좋다고 시공사 대표님이 추천해 주셨다. 전자파 때문에 내키진 않지만 전기 장판도 고려 대상! 그리고 첫째 아들 방에 침대를 하나 들여놓아 바닥 냉기를 덜 느끼게 해야겠다. 제주에서 처음으로 맞는 이번 겨울이 우리집의 단열 성능과 난방 성능을 베타테스트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될 듯 하다.
* 관련 글 링크 : https://brunch.co.kr/@dcsang0/6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