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2월 16일(토요일) / 어제도 오늘도 흐림
아침에 방 안에서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싶으면 어김없이 창 밖에선 소다의 긴 울음소리가 들려온다. 지난 설 명절에 다시보기로 EBS에서 방영되는 ‘고양이를 부탁해’를 역주행했었는데, 거기에서 고양이의 울음소리는 인간과 대화하기 위해 발달한 신호라고 했던 말이 생각났다. 고양이의 소리를 듣고 의사를 파악하는 나를 보니 그럴듯한 이야기인 듯하다. 창문을 열고 아침식사를 챙겨 주면 먹고 싶은 만큼 먹은 후, 소다가 창문 앞에서 간청하는 듯한 소리로 울면 자동적으로 창문을 열고 있는 나를 본다. 그러면 소다는 고고한 걸음으로 안방을 지나 거실로 유유히 가서 테이블 밑에 자리를 잡는다.
요즘 소다는 낮 시간대에는 실내에서 주로 생활한다. 아내의 고양이 털 알러지가 생각보다 심하지 않아서인지 아내가 더 적극적이다.(물론 청소도 열심히 하고 있다.) 단 식사, 배변, 운동(놀이)은 밖에서 해결하고 저녁 식사 이후에는 밖으로 내보낸다. 정해진 시간 동안 실내에 들어오다 보니 소다고 집사들도 이제 많이 적응이 된 듯하다. 요즘엔 친히 집사들의 다리에 올라 꾹꾹이로 칭찬을 해주시고, 양반 다리 위에서 잠들기를 좋아하신다. 집사들은 잠든 소다를 위해 칫솔로 그루밍을 해드리거나 조심스레 턱밑에 뭍은 꼬질꼬질한 때를 제거해 드리기도 한다.
어른들이 있을 때 소다는 주로 거실에서 얌전히 잠을 잔다. 그런데 이틀 전 아이들과 소다만 남기고 잠시 도서관에 다녀왔더니 아이들이 소다의 이중 생활을 고자질해 준다. 어른이 없다는 걸 눈치챘던지 활발하게 집안 여기저기를 왔다 갔다 했다고 한다. 분리수거하려고 둔 박스에도 쏙 들어가고, 대청에 있는 흔들의자에서 놀기도 했다고 한다. 그리고 아들 방에까지 들어가서는 걸어둔 책가방 속에 쏙 들어가 있었다고 한다. 그 모습을 아이들이 두고 간 내 휴대폰으로 찍었다고 한다.
소다가 실내에서 생활하면서 두 가지 걱정거리가 생겼다. 먼저 아내가 주방에서 요리를 하고 있으면 소다가 가끔 아일랜드 식탁 의자 위로 올라온다는 것! 특히 간식으로 좋아하는 멸치 육수를 낼 때 심하다. 그래서 소다가 앉아 있을 자리를 정해주고 식사가 끝나는 동안 거기에서 기다리면 간식을 하나 주는 걸 연습하고 있다. 두 번째로는 소다가 살이 찌는 것 같다. 날씨가 추워서 실내에서 지내다 보니 운동하는 시간이 줄어서 그런듯하다. 그래서 고양이 낚싯대를 새로 만들어 날씨가 좋은 날엔 아이들과 밖에서 많이 놀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