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채식주의자를 꿈꾸며 잠시 실천했던 적이 있었다. 생태와 환경을 고민하며 공부하던 시절, 동물 사육을 위해 아마존의 밀림을 파괴되고 지구 온난화가 더 심각해진다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일체의 동물성 성분을 먹지 않는 철저한 비건(vegan)은 아니었지만 생선과 달걀 정도만 섭취하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이마저도 결혼 이후 흐지부지 되고 말았다. 그러다 최근에 닭, 소, 돼지 등이 최소한의 시설도 갖추지 못한 공장에서 사육되는 현장을 고발하는 책이나 동영상을 보면서 눈감고 모른척하기 쉽지 않았다.
하지만 여전히 이놈의 입맛(뇌)은 고기 맛을 강력히 기억하고 있다. ‘입맛’이란 게 정확히 무얼까? 뇌가 기억하는 입맛이라는 것이 입안에서 혀가 느끼는 어떤 만족감인지, 아니면 소화되는 과정에서 에너지가 충전되는 것을 실제적으로 느끼는 만족감인지 여전히 잘 모르겠다. 그리고 입맛이 당기는 음식이 당시 몸이 필요한 영양소를 가진 음식인지도 잘 모르겠다. 다만 우리 몸은 끊임없이 더 달고, 짜고, 매콤한 것을 원하고 있다는 건 알겠다.
머리(지식)와 가슴(실천) 사이가 참 멀었던 내가 요즘 다시 채식 식단에 관심을 가지게 된 데에는 실질적인 계기가 있었다. 40대 중반을 넘으면서 소화의 문제를 몸이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유혹에도 흔들리지 않는다는 불혹의 나이에도 여전히 입맛은 달고, 맵고, 짠 고기 음식에 쉽게 흔들렸고, 동시에 나의 위장이 이런 음식들에 대해 조금씩 경고 신호를 보내고 있음을 느낀다. 요즘엔 최대한 고기 섭취를 줄이고 채소 섭취를 늘리기 위한 여러 방법들을 고민하고 있다.
그래서 이번에는 버터, 우유, 달걀 등 동물성 성분을 모두 제외한 비건식빵 만들기에 도전했다. 밍밍한 빵을 상상했었는데 우유를 대신해 물을 넣어 반죽하니 오히려 더 탄력있는 빵이 완성되었다. 향을 강하게 내는 버터, 달걀 등이 빠지니 통밀가루의 고소함도 더 두드러진다. 요렇게 구운 비건식빵과 함께 양배추 샐러드, 그리고 따뜻한 허브 차 한잔이면 몸이 가벼운 아침식사가 된다.
<재료>
우리밀흰밀가루160g, 우리밀통밀가루100g, 이스트1티스푼, 소금1/2티스푼, 유기농설탕2큰술, 물 180g
< 반죽하기>
- 체친 밀가루에 홈을 3개 판다
- 이스트, 소금, 설탕을 홈에 묻고 따로따로 밀가루로 섞어준 후 전체를 섞는다.
- 미지근한 물을 넣고 반죽한다.
- 반죽을 10분정도 힘차게 치대어 매끈한 한덩이로 만든다.
<발효 및 성형하기>
- 반죽에 비닐을 덮어 상온에 1시간 1차 발효한다.
- 발효된 반죽을 손가락으로 눌러 가스를 뺀다.
- 반죽에 비닐을 덮어 15분간 중간 발효를 한다.
- 반죽을 길게 만든 뒤 밀대로 펴서 돌돌말아 식빵틀에 넣어준다.
- 반죽이 담긴 식빵틀에 비닐을 덮어 상온에서 1시간 2차 발효한다.
(식빵틀 높이의 90% 이상 부풀면 된다)
< 굽기>
- 180도 오븐에서 25분간 굽는다.
(LG 디오스 광파오븐 기준)
- 다 구워지면 툭툭 두드려서 빼낸 후 식힘망에 식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