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집중의 호흡
<귀멸의 칼날>은 근래에 히트를 쳤던 애니메이션입니다.
원작은 만화였지만, 만화인 상태에서는 히트를 하지못하다가
애니메이션으로 제작하면서 역동적인 액션씬을 보여줘
많은 사람들에게 인기를 받았습니다.
그래서 귀멸의 칼날 작가인 악어는 조기은퇴를 했다고 합니다.(부-럽.)
근데 왜 불교적 고찰이라는 말을 꺼냈을까요?
애니메이션을 보신 분은 알겠지만, 작중 주인공을 비롯해서
기술을 쓰는 수많은 인물들이 근본적으로 수행하는 기술이
바로 전집중의 호흡이라는 기술입니다.
전집중의 호흡은 전면에(보통 인중) 주의를 집중을 하면
집중하는 만큼 마음의 힘이 커지는 원리를 이용한 것입니다.
전집중의 호흡은 일정단계이상이 되면
일종의 패시브 스킬(의식하지 않아도 적용되는 능력)이 됩니다.
불교에서는 호흡에 주의를 집중하는 것을 전면에 집중한다고
하며, 이는 전집중의 호흡하고도 같은 의미로 볼 수 있습니다.
물론 현실에서 호흡수행을 한다고해서 칼로 바위를 두동강 내기는
어렵겠습니다만.. 전설에서는 수행이 깊어지면
맨손으로 바위에 글씨를 새긴다던가,
공중부양이 가능해진다거나 하는 이야기들이 있지요.
그치만 말 그대로 전설입니다.
본인이 수행을 해서 경지가 깊어지면
무엇이 수행의 열매인지 알게 되겠지요.
마음챙김(mindfullness)라는 말을 들어보셨나요?
명상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에겐 익숙한 단어일 것이고,
명상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이라고 해도 한두번 들어본 적이 있을 거예요.
집중에 초점을 맞춘 것을 불교에서는 사마디 수행이라고 부릅니다.
그리고 그 집중을 기초로 해서 관찰을 하는 것을 사띠, 위빠사나 수행이라고
부릅니다. 한자로는 지(止;사마디), 관(觀;위빠사나) 수행입니다.
전집중의 호흡은 명상중에서도 안반수의를 닮았습니다. 인중에 드나드는 호흡에
집중하는 것이 바로 그 방법인데요. 호흡을 인식하는 과정이 섬세해지고 깊어지면서
내면의 에너지도 깊어지고, 내면의 에너지가 깊어지게 되면 삼매를 경험하게 됩니다.
전집중의 호흡을 다룬 책으로 안반수의경이 있습니다.
삼매는 선정(禪定)인데요. 마음이 생생하면서도 고요한 상태입니다.
지극히 평화롭고 지극히 깨어있는 상태지요. 지복의 순간이라고 표현하기도 합니다.
삼매는 명상중에 찾아오는 무아지경의 상태로 열락의 상태, 침묵의 상태로 묘사됩니다.
체험하게 되면 진리에 대한 맛을 봤다고 할 수 있겠지요.
삼매에도 레벨이 있습니다. 초선정, 2선, 3선, 4선, 5선, 6선, 7선, 8선, 9선정이 있으며
9선정이 마지막 선정입니다. 이때는 감각적인 즐거움도 사라진 상태의 삼매에 든다고 합니다.
다음에는 일륜도에 대해서도 알아보겠는데요. 일륜도에는 고유의 색상이 있습니다.
사용자의 특성에 따라 색상이 정해지게 되는데, 그 색상은 보통 원소의 색상과 매칭이 됩니다.
화염속성의 사용자는 붉은색, 물의속성의 사용자는 푸른색 등으로 말이죠.
주인공인 탄지로는 검정색이었습니다.
색상에 무슨 명상적인 요소가 있을까요? 있습니다. 명상중에는 니밋따(nimitta)라는 것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보통 명상을 하면 눈을 감거나, 혹은 반쯤 뜨고 명상을 할 텐데요. 니밋따는 마음이 고요할 때 나타는
빛입니다. 이는 다양한 색상으로 나타나며 황금빛일 수도 있고 붉은색일 수도 있고, 푸른 색일 수도 있습니다. 물론 검정색일 수도 있는 것이죠.
검정색이 니밋따가 나타났다고 해서 신통력을 부리는 것은 아니지만, 수행이 진전되고 있다는 표식이 되기 때문에 의미가 있습니다. 수행에 진전이 없으면 니밋따도 나타나지 않습니다. 나타나더라도 정신없는 형태로 나타납니다. 불꽃놀이 같이 빛이 펑펑 터지는 식으로 말이죠. 이는 마음이 충분히 고요하지 않다는 증거입니다.
귀멸의 칼날에 대한 불교적 고찰이라고 제목을 붙였습니다만 결국엔 명상에 관한 지식을 꺼내는 수준에
그치고 만 것 같군요. 그래도 재미있게 읽어주셨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