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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 내어주기(김승희)

[하루 한 詩 - 221] 사랑~ 그게 뭔데~?

by 오석연

빈손이 없다.

사랑을 받으려고 해도 빈손이 없어 받지 못했다.

한 손엔 미움,

한 손엔 슬픔,

받을 손이 없었다.

사랑하지 못했고 사랑받지 못했다.

언제나 가시에 찔리고 있었다.

온 손이 가시에 찔려 불붙은 듯 뜨거울 때

사랑을 주려고 해도 손이 아파 주지 못했다.

가시를 오래 쥐고 있어 칼이 되었고

미움을 오래 들고 있어 돌이 되었다.


칼과 돌을 내려놓지 못해 사랑도 받을 손이 없었다.

내어버려라,

나무가 가을을 우수수 내려놓듯

네 칼을 네 돌을 내어버려라.

내어주어라,

십자가에서 온몸의 피를 다 쏟아내셨듯

네 안의 따스한 심장의 한 방울까지 다 내어주어라.

하얀 김 펄펄 나는 빠알간 심장에서

칸나꽃이 움트고, 글라디올러스, 다알리아, 히야신스, 아네모네…

또 무슨 그런 빠알간 꽃 이름들아,

도끼날은 이미 나무뿌리에 닿아 있다.

스러지기 전에 다 내어주어라

~~~~~~~~~~~~~~~~~~

모두 내어주고

빈손이 되라고 하지만

사람의 욕심이 한이 없어

안되는 것이 당연하다.

살 만큼 살다 보면

세상이 내 것이 하나도 없다는

무소유(無所有)의 뜻도 알지만

내 손을 공(空)으로 만들기는 어렵다.

좋은 것들보다 나쁜 것들이

두 손에 꼭 쥐어지는 것은

기쁨보다 아픔이

더 깊이 새겨지기 때문이리라.

아픈 불덩이 가슴에 품지 말고

얼릉 내어주고 내어버리고

사랑만 꼭 쥐고 가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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