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8. 분리수거(최영미)
[하루 한 詩 - 278] 사랑~♡ 그게 뭔데~?
너를 향한 나의 애증을 분리수거할 수 있다면
원망은 원망끼리
그리움은 그리움끼리
맥주 깡통 따듯 한꺼번에 터트릴 수 있다면
2주마다 한 번씩 콱! 눌러 밟아 버린다면
너를 만난 오월과 너와 헤어진 시월을 기억의 서랍에 따로 모셔둔다면
아름다웠던 날들만 모아 꽃병에 꽂을 수 있다면
차라리, 홀로 자족했던 지난여름으로 돌아가
네가 준 환희와 고통을 너에게 되돌려줄 수 있다면
여름에 가을을, 네가 없어 끔찍했던 겨울을 미리 앓지 않아도 되리라
늦기 전에, 아주 더 늦기 전에
내 노래가 너를 건드린다면
말라비틀어진 세상의 가슴들을 흔들어 뛰게 한다면
어느 날 문득 우리를 깨우는 봄비처럼
아아 - 우우 - 허공에 메아리칠 수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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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다 버려도 주워갈 사람이 없고
돈 주고 내다 팔아야 할 처지인데
분리수거당할 수 있으면 다행이다
분리수거 안 하고 버리는 물건보다
어딘가에 쓸모가 있다는 것이니.
어찌 아나?
훨씬 멋지고 좋은 주인 만나
꿈같은 새 삶이 찾아올는지~
쓰레기 분리수거도 중요하지만
삶의 분리수거를 잘해야 만사형통이다.
환희와 고통
사랑과 무관심
이익과 손실의 분리수거를~!
요즘 일반 가정에서
'가장 좋아하는 대상은 강아지
가장 싫어하는 대상은 늙은이'라는 말이
가슴에 꽂히는 이유를 모르겠다.
여러모로 그냥 슬프다.
그래도 사람으로서
분리수거는 당하지 말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