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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0. 오늘의 약속(나태주)

[하루 한 詩 - 280] 사랑~♡ 그게 뭔데~?

by 오석연

덩치 큰 이야기, 무거운 이야기는 하지 않기로 해요

조그만 이야기, 가벼운 이야기만 하기로 해요

아침에 일어나 낯선 새 한 마리가 날아가는 것을 보았다든지

길을 가다 담장 너머 아이들 떠들며 노는 소리가 들려 잠시 발을 멈췄다든지

매미 소리가 하늘 속으로 강물을 만들며 흘러가는 것을 문득 느꼈다든지

그런 이야기들만 하기로 해요


남의 이야기, 세상 이야기는 하지 않기로 해요

우리들의 이야기, 서로의 이야기만 하기로 해요

지나간 밤 쉽게 잠이 오지 않아 애를 먹었다든지

하루 종일 보고픈 마음이 떠나지 않아 가슴이 뻐근했다든지

모처럼 개인 밤하늘 사이로 별 하나 찾아내어 숨겨놓은 소원을 빌었다든지

그런 이야기들만 하기로 해요


실은 우리들 이야기만 하기에도 시간이 많지 않은 걸 우리는 잘 알아요

그래요, 우리 멀리 떨어져 살면서도

오래 헤어져 살면서도 스스로

행복해지기로 해요

그게 오늘의 약속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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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든 작든

무겁든 가볍든

중요하든 사소하든

약속한다고 지켜질 일이면

행복하지 않은 사람이 없다.


늘 우리 삶은

더 크게 더 무겁게 더 심각하게

받아들인다는 것이 문제다.


우리가 하는 걱정의 96%는

쓸데없는 것이라는 사실을 알아도

실천하지 못하고 약속하지 못하니

무거운 삶에 눌려 일어서지 못한다.


사소하고 가벼워야

인간은 일어서 걷고

새는 하늘을 날 수 있다.


오늘 하루만이라도

‘그냥’ 살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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