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7. 너, 없음으로(오세영)
[하루 한 詩 - 277] 사랑~♡ 그게 뭔데~?
너 없으므로
나 있음이 아니어라.
너로 하여 이 세상 밝아오듯
너로 하여 이 세상 차오르듯
홀로 있음은 이미
있음이 아니어라.
이승의 강변 바람도 많고
풀꽃은 어우러져 피었더라만
흐르는 것 어이 바람과 꽃뿐이랴
흘러 흘러 남는 것은 그리움,
아, 살아 있음의 이 막막함이여.
홀로 있으므로 이미
있음이 아니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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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심동체로 살아오다가
홀로 남겨지는 것만큼
허망한 일이 또 있을까
짐작만 할 뿐
겪어보지 않아서 모른다.
나이 들면서
제일 먼저 갖추어야 할 것이
혼자 시간을 견디는 것이란다.
언젠가는 혼자가 되는 일
죽는 일과 같이 당연한데
상상하지도 준비하지도 않는다.
지금의 삶도
죽음으로 가는 길목이고
‘웰리빙’이 ‘웰다잉’이라는데
그리움 막막함 잘 견디며
혼자서도 잘 사는 것이
먼저 간 사람에 대한 예의다.
떠난 자의 아쉬움도
남은 자의 그리움도
삶의 한 부분으로 받아들일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