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은 마셔도 죽고, 안 마셔도 죽는다.’라는 몽골 속담이 있지만, 우리 육체적 정신적 건강에 매우 큰 영향을 준다. 지속적인 음주는 가장 먼저 알코올성 간질환이 발생한다. 처음에는 간세포에 지방이 생기는 지방간이 발생하고 누적되어 알코올성 간염으로 진행되어 간경화증으로 발전한다. 간경화증까지 진행되면 회복할 수 없고, 간암으로 발전하여 생을 마감한다. 다음으로 술은 입을 통해서 마시기 때문에 술이 통과하는 구강, 식도, 위, 대장 등 모든 소화기 계통의 질병을 유발한다. 초기에는 염증으로 시작되지만, 악화가 되면 구강암, 설암, 위암, 대장암 등으로 변해 치료와 회복이 어렵다. 특히 빈 속에 음주는 위암 발병률을 매우 높인다.
한편 술은 2011년 세계보건기구(WHO) 1군 발암물질로 선정되어 유해성이 명확한 물질이다. 술을 많이 마실수록 암 발생 확률이 올라간다는 것은 확실하게 증명된 셈이다. 술의 주성분인 에탄올이 몸속에서 흡수, 분해될 때 ‘아세트알데하이드’라는 물질이 생성되는데, 이는 술을 마시고 난 후의 두통을 비롯한 여러 숙취 증상의 주요 원인이 되고 암을 일으키는 독성물질이 된다. 술을 마셨을 때 아세트알데하이드는 알코올 분해 능력이 낮은 사람이 더 많이 발생하기 때문에 술을 조금만 마셔도 얼굴이 붉어지고 쉽게 취하는 사람이 알코올에 의한 암세포가 생기기 더 쉬워지는 것이다. 서양인보다 동양인이 유전적으로 40% 정도 알코올 분해 효소 활성도가 떨어져 음주로 인한 암에 동양인이 훨씬 취약하다. 똑같은 술을 마셨을 때 술을 못 마시는 사람이 암에 걸릴 확률이 높다는 사실이다.
지속적인 과음은 심혈관계 질환인 고혈압, 부정맥, 뇌졸중(뇌경색, 뇌출혈) 등의 주원인이 된다. 간의 경우는 알코올 섭취를 중단하면 일정 부분 빠르게 회복되지만, 심장 등 혈관의 경우는 회복 속도가 매우 느리고, 심하면 목숨을 잃을 만큼 치명적이다. 나이에 상관없이 급작스러운 사망의 경우 대부분은 심장과 뇌혈관에서 비롯된 이상으로 사망한다. 또한 혈당에 영향을 미쳐 당뇨와 최장염의 주원인이 되며 역시 췌장암의 확률을 높인다. 술은 탈수 증상을 일으켜 콩밭에 무리를 주기 때문에 신부전증과 같은 신장 질환이 있는 경우 더 치명적이다. 임신한 여성의 음주는 에탄올이 태반으로 넘어가 태아에게 영향을 준다. 실제 태아 알코올 증후군으로 발육 부진과 기형아 출생 비율을 높인다. 모유를 수유하는 엄마의 음주도 아기에게 미치는 영향은 마찬가지다.
많은 사람이 술을 마시면서 함께 담배를 피우는 경향이 있는데, 니코틴이 술의 해독을 방해해 간에 더 나쁜 영향을 주며, 혀와 잇몸 등 구강 건강에도 좋지 않다. 술과 담배를 동시에 하는 것이 각종 질병에 무방비인 줄 알면서 실천하기 어려운 것은, 실제 술을 마시면 담배 생각이 더 나 참지 못한다. 심지어 담배를 끊은 사람도 술 마시면 참지 못하고 담배를 피운다.
중년 남성의 음주는 여성호르몬 분비를 증가시키고 남성 호르몬 분비를 감소시켜 남성 갱년기를 부른다. 술의 알코올이 체내에 흡수되는 과정에서 열을 내고, 분해 되면서도 열이 만들어지기 때문에 일시적으로 체온을 상승시킨다. 상승한 체온이 열을 내보내 정상으로 돌아오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린다.
술에 취한 사람이 균형감각을 잃고 똑바로 걷지 못하며 말이 어눌해지는 현상은 균형감각을 담당하는 소뇌의 활동이 둔화하고 신경계에 악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이러한 소뇌의 위축이 반복되면 떨림이 심해지고 걷기가 불편해진다. 이런 현상을 나타나는 질병을 알코올성 소뇌변성증이라 한다. 음주로 인한 신경통인 알코올성 말초신경증, 블랙아웃의 누적으로 인한 알코올성 치매 등도 술이 부르는 심각한 질병이다. 술꾼들이 잘못 알고 있는 사실이 술이 간에 가장 큰 영향을 준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하지만 간은 재생능력도 크고 생각보다 튼튼한 장기이다. 실제로는 뇌를 포함한 신경계통에 미치는 악영향이 간보다 훨씬 취약하고 심각하다.
술을 마시고 기억이 사라지는 현상, 소위 ‘필름이 끊긴다.’라는 것을 ‘블랙아웃’이라 한다. 에탄올이 기억을 담당하는 해마 부분을 쪼그라들게 하여 기억 기능을 상실시키는 현상이며 반복되면 술을 마시지 않아도 기억이 문제가 생기게 되는데, 이를 ‘코르사코프 증후군’이라 한다. 이를테면 ‘건망증 증후군’이다. 이 현상이 심해지면 알코올성 치매로 발전한다. 일상에서 술주정뱅이들이다.
술을 끊지 못하고 탐닉하는 것을 알코올 의존증(Alcoholism), 혹은 알코올 중독이라 부른다. 술의 부정적인 영향에도 불구하고 반복해서 에탄올을 섭취하는 것은 술을 남용하는 것이고, 술의 남용을 넘어서 내성이 생기고 금단 증상과 함께 통제할 수 없는 술에 대한 충동을 동반하는 것을 알코올 의존이라 한다. 알코올 의존 상태가 되면 에탄올 내성이 생겨 같은 용량으로는 에탄올의 효과가 나타나지 않으며, 따라서 섭취 용량을 늘리기 시작한다. 이렇게 되면 술을 마시는 사람이 스스로 에탄올 섭취를 통제할 수 있는 능력이 저하되고 술을 더욱 끊을 수 없게 만드는 악순환이 이어진다.
술은 중독성이 강한 식품이다. 술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알코올 의존증’으로 발전하여 일상생활이 불가능해질 정도로 신체적, 심리적, 사회적인 악영향을 기치며 삶이 피폐해진다. 나아가 사회관계가 단절되어 사회생활을 못 하게 될 뿐만 아니라, 가족 등의 주변 사람에게 위해를 가할 수도 있다. 알코올 중독 상태에 이르게 되면 반드시 전문적인 치료를 받아야 한다. 적당한 음주는 상대와 유대감을 증진하고 인간관계의 촉매 역할을 하지만, 어디까지나 ‘적당’할 때만 그렇다는 것이다.
담배를 피우다 끊을 때 니코틴 금단 증상을 경험했듯, 술에 의존하다가 섭취를 중단하면 신경의 흥분 전달이 통제되지 않는 금단 증상으로 불안감, 발작, 섬망, 환각, 경련 등이 발생하고 심하면 심부전까지 일어날 수 있다. 금단 증상이 발생할 때는 증상별로 해독제 등의 적절한 약물을 투여하고 조치해야 한다. 알코올 금단 증상은 적절한 치료를 하면 사망할 확률이 5% 정도지만, 치료하지 않으면 35%나 되는 위험한 증상이다. 실제 금단 증상은 니코틴보다 알코올이 훨씬 심각하다.
밤에 잠을 이루지 못해 술을 한잔씩 마시고 자면 수면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데, 전혀 아니다. 술을 마시면 심박수가 높아지고 대사량이 높아지며 심장이 두근거려 오히려 불면증을 겪기 쉽다. 다만 술을 많이 마시면 술이 의식을 흐리게 만들어 잠을 잘 자는 것 같은 착각을 하는 것이다. 정상적인 수면을 이루는 것이 아니라, 술에 의해 의식을 잃고 기절에 가까운 잠을 자는 상태라 할 수 있다. 과학적으로 과음하면 깊은 잠이라 하는 ‘렘수면’이 거의 나타나지 않는다. 잠을 푹 잔 것 같지만, 다음날 일어나면 몸도 무겁고 피로를 느끼는 것을 보면 이를 증명한다.
그럼, 술은 얼마나 마셔야 건강을 해치지 않고 즐길 수 있는가? 일반적으로 술을 마시는 양에 따라 ‘적정 음주’와 ‘위험 음주’로 나누고 있지만 명료하게 구분하기는 사실 매우 어렵다. 굳이 ‘적정 음주’라 하면, 일반적으로 자신과 타인에 해가 되지 않는 수준으로 음주하는 것, ‘위험 음주’라 하면 적정 음주 범위를 넘어서는 것을 말한다. 세계보건기구(WHO)에서는 순수 알코올 섭취량으로 환산하였을 때 남자는 하루 40g(소주 3잔) 미만, 여자는 하루 20g(소주 2잔) 미만 섭취하는 것을 저위험 음주라고 제시하고 있지만, 술자리에서 지키기 힘든 수준의 양이다. 특히 국내외 보건 의료 분야에서 ‘폭음(binge drinking)’을 ‘남자의 경우 연거푸 5잔 이상, 여자는 4잔 이상을 짧은 시간 내 마시는 경우’로 정의하고 있으니, 우리나라 술을 마시는 성인의 대부분은 술자리에서 폭음 수준의 술을 마시고 있는 것이다. 더욱 국제암연구소(IARC)에 의하면 ‘술’은 1군 발암 요인으로 다양한 암 발생의 위험을 높인다고 하니, 이제는 절주의 단계를 넘어 금주를 해야 하지 않을까. 암 예방 지침에도 ‘음주하지 말 것’을 권고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금연보다 훨씬 어려운 것이 금주인 것 같다. 특히 암에 관한 한 술의 안전한 양은 없다고 한다. 암에 있어서는 한 모금의 술도 위험하다는 말이다.
술은 정신적으로 마약 다음으로 중독성이 강한 물질이다. 알코올 의존성은 주변의 도움으로 치료되기 어렵고 전문 기관에 격리되어 치료받아야 할 정도로 강하다. 음주는 음주운전이나 음주와 관련된 폭력과 범죄 등 사회적으로 큰 문제를 발생시킨다. 음주운전은 범죄와 같이 취급하여 처벌하고 있고, 성범죄, 폭력 등 중범죄의 반 이상이 술과 관련되어 있다는 통계를 보면 음주로 인한 사회적 문제가 적지 않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건강 음주 습관으로 나도 지키고 가정도 지키고 사회도 지키시기를~!, 건강을 위하여 건배~!
https://brunch.co.kr/@dd05cb7dd85a42c/5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