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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석연 Jan 25. 2024

139. ‘SEX(性交)’의 의미(1. 섹스~?)

삶은 의미다 - 139

‘SEX’는 원래 성별을 의미하는 단어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고대의 인간은 남자와 여자가 하나로 결합된 양성체로서 신과 함께 살고 있었다. 이들은 몸이 둥글고 손과 발이 네 쌍이며 두 개의 얼굴을 지니고 있었는데 정신적․신체적인 면에서 뛰어난 능력을 소유하고 있어 신들과 대등하다고 생각하였고 자주 대들 정도로 오만했다. 시간이 갈수록 양성체 인간에 대한 신들의 불만이 쌓였고, 이를 참다못한 제우스는 인간을 벌주기로 하고 그의 능력을 경감시키기 위해 둘로 갈랐다. 이 순간부터 인간은 남자와 여자로 나뉘게 되어 본래 하나였던 원래 상태를 그리워하며 서로를 찾아다니게 되었다. ‘sex’라는 단어의 어원도 ‘분리하다’란 뜻의 라틴어 ‘세카레(secare)’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이렇게 ‘sex’의 원래 의미는 생물학적인 성별이다. 여기서 성별이란 남녀의 구별을 말하고 M/F (Male(남성)/Female(여성))로 구분한다. 페미니즘에서 많이 쓰이는 사회학적 성별을 말하는 젠더(gender)와 뜻은 비슷하지만, 생물학에서는 sex, 페미니즘과 퀴어학에서는 gender를 구분하여 사용한다.

sex가 언제부터 남녀가 성기를 결합하여 육체적 관계를 맺는다는 성교(性交)의 의미로 사용되었는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sex’는 1906년에 성교(性交)라는 뜻으로 처음 쓰이기 시작했다는 기록이 있고, 처음에는 다른 성품, 이성과의 만남을 섹스라 했다. 얼굴을 붉히거나 할 이유가 없는 말로 사용되다가 점차 남사스럽고 얼굴을 붉힐만한 성기의 육체적 결합이라는 의미로 대체되어 지금은 성별과 성교의 두 가지 의미로 혼용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여권과 병원에서 성별에 sex를 사용하고 M/F로 표기한다. 사람의 경우 성교(性交)와 같은 의미로 쓰이는 한자어로는 방사(房事), 교구(交媾), 교접(交接), 교합(交合), 성관계(性關係), 성행위(性行爲) 등이 있고, 곤충과 동물의 경우 교미(交尾)라는 단어를 사용한다.

‘섹스’나 ‘성관계’라는 말을 직접 말하기엔 껄끄럽고 낯 뜨겁다 보니 완곡어법을 사용하거나 은어 등을 예가 많이 있다. 완곡어법으로 ‘같이 잤다.’라는 말은 섹스가 야심한 밤에 자면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쓰는 말로 영어의 ‘sleep with~’도 섹스의 의미를 담고 있다. 야한 소설 등에서 사용하는 ‘몸을 섞다.’라는 표현도 있다. 은어로 ‘떡을 친다.’라는 말은 섹스할 때 부딪히는 소리와 떡을 치는 소리가 비슷하기 때문이고, 옛말 ‘배맞춤’에서 나온 ‘양복(兩腹) 맞추다.’라는 은어도 있다. 비속어로 ‘빠구리를 뜬다.’라는 말도 사용하는데 어감도 좋지 않고 정말 비속해서 입에 담기 어렵다. 요즘 젊은이들이 많이 사용하는 은어 ‘뜨밤’은 뜨거운 밤을 보낸다는 의미이다. 한편 영화 ‘봄날은 간다’에서 이영애가 유지태에게 밤을 보내고 가라는 의미로 사용했던 ‘라면 먹고 갈래?’가 ‘성관계를 할래?’의 뜻으로 자리 잡았다. 중국에서 비슷한 말로 ‘핸드폰 충전하고 갈래?’, 영어권에선 ‘Netflix and chill’이 있단다. 인터넷 사이트에서는 여성들끼리 섹스를 돌려 말하는 표현으로 ‘잉야잉야’, ‘잤잤’ 등이 있다. 창작물이나 영화에서는 ‘정사’나 ‘베드신’이라는 단어를 쓰고, ‘손만 잡고 잤다.’라는 말은 손만 잡고 자지 않았으니 눈치껏 해석하라는 뜻이다. 한자어 ‘합체’, ‘결합’, ‘관계’, ‘거사(巨事)’ 등 모두 섹스의 우회적 표현이다.

우리나라는 성 관념에 있어서는 상당히 보수적이다. ‘섹스’란 단어 자체도 1990년대 이전에는 금기시되어 영화나 책 제목에서도 사용하지 못했다. 80년대생부터 서양 문화에 익숙하여 부모 세대보다 개방적 환경에서 자라왔고 서구식 자유주의 물결로 점차 성 관념, 성 개방 수준이 높아졌다. 결혼은 하지 않고 연애만 하며 살고 싶은 젊은이들이 많고, 방송에 혼전 동거 프로그램까지 등장할 정도다. 우리나라의 거리를 활보하는 노출 패션은 서양 못지않다. 손만 잡아도 임신하는 줄 알았던 우리 시대의 성 관념에 비하면 하늘과 땅 차이다.

서로의 성욕 주기나 밸런스가 맞지 않아 점점 성관계를 기피하여 최종적으론 성관계(섹스)를 안 하는 상태까지 도달하는 현상을 ‘섹스리스’라고 한다. 섹스 리스의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가장 큰 원인은 나이를 들 수 있다. 50대에 접어들면 노화로 인한 성욕, 성기능, 체력이 떨어지고 섹스에 대한 관심이 줄어들면서 자연스럽게 섹스리스가 된다. 

요즘은 성정체성이 동성애나 무성애가 아닌 이성애라도 젊은 섹스리스가 있다. 과거 우리나라와 같이 혼전순결을 강조하고 추구하다 보면 지나치게 섹스를 거부하거나 두려움을 갖을 수도 있다. 그러다가 첫 경험을 하게 되면 좋은 기억보다 아프고 안 좋은 기억을 남겨 거부하는 마음이 계속되어 불감증에 이르게 되거나, 섹스가 메너리즘에 빠지게 되면 이성적인 매력을 더 이상 못 느껴 성적 자극이 느껴지지 않는 경우도 젊은이의 섹스리스 한 원인이다. 

그 외 자녀가 함께 살다 보면 섹스 장면을 자녀에게 들키지 않기 위해 기피하는 경우, 배우자와의 부부싸움 등으로 사이가 나쁘거나 너무 오래 사귀어서 감정이 식은 경우, 나이가 들면서 외모와 몸매의 변화로 성적 매력이 떨어지는 경우, 한쪽이 너무 일방적으로 리드하는 게 계속되는 경우 등 받기만 하고 주지 않으면 흥미를 잃기 쉽다. 

중년 부부가 잠자리에서 부인이 섹스를 원하는 갖은 애교와 아양을 떨면 남편의 가족끼리 왜 이래~!’, ‘가족끼리 섹스하는 건 근친상간이야.’라는 중년 남자들이 하는 농담은 단연 최악이다. 부부의 섹스리스는 어느 한쪽의 탓이 아니다. 더욱 악화되어 이혼으로 이어질 수 있는 섹스리스, 병이 아니라면 본인부터 제대로 관리하여 신이 주신 선물을 평생 함께하며 풀어헤칠 일이다.

섹스리스는 보통 육체적인 원인보다도 심리적이고 스트레스적 원인이 크다. 성관계가 부담스럽고 피곤하게 느껴지고, 피곤한데, 하고 싶지 않은데, 억지로 하는 게 반복되는 경우 상대는 끝끝내 지치거나 건강에 이상이 온다. 남자에게 신혼 3개월까지가 섹스의 유효기간이라는 말이 웃을 일이 아니다.

자기의 성적 매력을 타인에게 드러내고 보여주는 것을 섹스어필(성적어필, Sex appeal)’이라고 한다. 섹스어필 욕구는 종족 번식을 위한 본능이며, 성욕의 일종이다. 종족 번식을 위해서는 섹스 상대를 찾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자신의 성별을 드러내어 주변의 이성들이 자신에게 다가오도록 끌어들이는 작업이 섹스어필이다. 섹스어필을 통해 남성은 여성에게 자신이 매력적인 남성임을, 여성은 남성에게 자신이 매력적인 여성임을 각인시키는 것이다.

 여성은 가정의 수호자로서 근육으로 상징되는 강인함과 장기간 배신하지 않고 든든하게 지켜줄 남성을, 남성은 다산과 양육에 해당하는 풍만한 가슴과 엉덩이, 잘록한 허리의 상냥함을 소유한 여성에게 성적 매력을 느낀다. 당연히 섹스어필은 이성이 원하는 쪽을 돋보이게 하는데, 섹스의 의미를 더해서 ‘섹시(sexy)하다’라고 표현한다. sexy에 해당하는 우리말에 ‘야하다’ 정도가 있는데 적절하지 않아 영어 자체를 쓰고 있고, 외모적이거나 육체적일 매력을 나타내는 상당히 긍정적 의미라 방송이나 언론에서 거리낌 없이 사용한다.

   섹스어필은 서구화와 외모를 꾸미는 관심으로 인해 여성만 한다는 편견이 있으나 남녀 모두 고민하는 요소이다. 화장, 머리 길이와 모양, 옷차림 등은 물론이고 초콜릿 복근 등의 육체적 요소까지 섹시함의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요즘 젊은 세대의 유행이 섹시한 누드 화보를 찍는 것이라니, 그만큼 아름다운 나를 내보이고 싶은 섹스어필 욕구이다. 그 속에 숨어 있는 섹스의 성적 본능은 차지하고라도.     


섹스, 섹시, 섹스어필, 섹스리스 등에 관련된 수많은 성적 단어와 용어가 존재한다는 것은 그만큼 인류의 관심사가 되었다는 증거다.

어둡고부끄럽고남사스럽고숨겨야 하는 성()에서 밖으로 자신감 있게 당당하게 표현할 수 있는 성문화를 기대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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