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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석연 Mar 03. 2024

146. ‘개(犬)’의 의미(1. 개와 인간)

삶은 의미다 - 146

()’는 ‘늑대여우 등과 함께 개과에 속하는 동물로 늑대가 조상이며 약 1만 년 전부터 길들어 인간과 가장 가까이 지내온 동물이기도 하다. 개는 야생성이 적은 사회적 동물로 대리지도자라고 할 수 있는 사람에게 의지하여 사는 것에 익숙하다. 犬(개 견)은 개의 모습을 본떠서 만든 한자로 ‘개’를 뜻한다. 개를 가리키는 한자는 狗(개 구)가 있는데 본래 犬 자는 큰 개, 狗 자는 작은 개(강아지)를 의미했지만, 현대에는 狗 자가 犬 자에 밀려 자주 쓰이지 않게 되었고 차이점도 없어졌다.

개는 거주 지역의 경비, 수렵 보조, 목축 시의 다른 가축 보호 등 인간의 생산활동을 보조해 주는 일꾼으로 활동하는 대신 인간으로부터 먹이를 제공받고 천적으로부터 보호를 받으며 인간과 함께 살아온 역사가 가장 깊은 동물이다. 특히 후각과 청각이 뛰어나고, 민첩하며, 턱이 강하고, 인간에 대한 신뢰가 강하기 때문에 다른 동물에 비해 적은 훈련으로 가축화할 수 있었고, 포섭하여 친해지기도 쉬웠다. 따라서 지역을 가리지 않고 대부분의 인류 문화권에서 개를 길렀다.

동양에서도 십이간지 중의 하나로 매우 친숙한 동물이며, 신석기 시대 이전부터 개를 길렀다. 개는 충성심이 강해 유교 사상이 지배하는 중국 같은 나라에서 많이 길렀다. 개 짖는 소리는 요즘 아파트나 공동주택의 소음공해로 불화의 원인이 되지만, 과거에는 이방인을 보고 짖어 도둑을 방지하고 잡귀를 쫓으며 집안의 화를 막는다고 하여 좋게 여겼다. 또한 개는 일찍부터 유목민에게는 필수적인 동물이었고, 군견으로 활용되어 전쟁에 군인과 함께 전투에 참여하였으며, 경찰견은 예민한 후각을 이용하여 인명구조나 마약 탐지 등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너무 인간과 가까이 살다 보니 요즘은 오히려 자연에서 생존능력이 떨어져 야생화가 힘들어졌다. 일부 야생화한 들개들은 자연에서 완전히 야생화하지 못하고 인간의 주변에서 인간이 버린 먹이나 인간의 다른 가축 등을 해치며 살아가고 있다. 이런 특징 때문에 애견인들이 개를 기르다 버리는 것은 야생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개를 죽이는 결과를 가져온다. 결국 인간의 생산활동에 참여하지 않는 개가 대부분이며 인간이 제공하는 식량, 거주지, 의료 서비스에 의존하여 살아가며, 개 자신의 번식 의지와 무관하게 인간에 의해 번식되고 많은 가정에서 애완동물로 키워지고 있다.

개는 사육 목적에 따라 애완견(愛玩犬), 군견(軍犬), 경찰견(警察犬), 번견(番犬), 경호견(警護犬), 교도견(矯導犬), 소방견(消防犬), 보조견(補助犬, 도우미犬), 수렵견(獸獵犬), 투견(鬪犬), 식용견(食用犬) 등이 있다. 개고기는 예로부터 인간의 중요한 식품이었다. 특히 제사에 올리는 품목이었다. 개고기를 굽는 모습을 형상화한 然(그러할 연), 개고기를 제사에 바치는 모습 본떠 만든 獻(바칠 헌) 등이 한자에 그 의미가 남아 있다. 개고기 외 육식 금지를 외치는 비건 운동은 격세지감이다.

아무리 인간과 친한 동물이 개라 할지라도 대형견 이상은 엄연히 맹수에 해당하고 개한테 물려 죽는 사고가 종종 일어나며 인간에게 위험한 것은 사실이니 조심할 필요는 있다. 특히 희생자의 절반 이상이 10살 이하의 어린아이이고 다음으로 나이 많은 노인이다. 그러므로 아기를 개와 단둘이 두는 것은 굉장히 위험하다. 일단 사회적 경험과 분별력이 떨어지는 아기와 유아는 상대방의 기분을 헤아릴 줄도 모르고, 어떤 행동을 자제해야 하는지도 모른다. 또한 개도 사람과 같이 도덕적 분별기준이 확고하지 않기에 자제력이 어디까지나 사람보다 낮은 동물인 만큼 한번 이성을 잃으면 무슨 짓을 할지 모른다.

하지만 개는 인간에게 가장 충직하고 가까운 동물로 사람보다 더 사랑받으며 인간 옆에서 함께 살아가고 있다. 현재 반려동물의 80% 정도가 개다. 인간 옆에서 가장 잘 적응하여 살아가는 동물이다. 반려동물로서의 일부 개는 사람보다 더 귀한 사랑과 대접을 받으며 사는 것도 사실이다. 매일 먹여주고 재워주고 목욕시키고 산책시키는 등 부모에게도 못할 인간의 정성을 받는다. 개만큼 부모에게 할 수 있다면 그만한 효자 효녀가 없을 듯하다. ‘개만도 못한 인생’이란 말이 틀린 말이 아니다. 인권보다 개권이 앞서는 세상이랄까.

애견인에게는 미안한 얘기지만, 내가 애완동물을 키우려는 아들과 딸들에게 늘 하는 말이 있다. 아파트에 살면서는 절대 애완동물을 키우지 마라. 일반적으로 동물은 밤에 활동하고 낮에 잠을 자는데, 아파트에서 사람과 함께 사는 동물(개나 고양이 등)은 사람과 같이 밤에 재우고 낮에 활동하게 한다. 더욱 낮에도 하루 종일 좁은 공간(애완동물들이 뛰놀기에는 아파트는 너무 좁고 감옥과 같다.)에 가둬놓고 저녁에 퇴근해서야 주인이 나타난다. 그러니 주인을 보고 살기 위한 몸부림으로 반갑다 뛰어오르고 꼬리를 흔드는 것이다. 사람의 위치에서는 나는 반겨주는 행동이 예쁘고 귀엽지만, 동물의 측면에서 보면 살아남기 위한 치열한 행동일 뿐 절대 행복한 것이 아니다. 하루 종일 집에 있는 어린아이가 저녁에 퇴근해 오는 아빠를 향해 달려가 안기는 행동과 비슷하지 않은가. 더욱 예쁜 옷을 입히고 신발을 신기는 것도 모두 사람의 처지에서 만족일 뿐, 동물은 몸에 붙은 거추장스러운 이물질일 뿐이다. 꼭 애완동물을 키우고 싶으면 마당이 넓은 개인주택을 사서 방에서 키우지 말고 마당에서 자유롭게 뛰놀며 키울 수 있는 환경이 갖춰지면 키우라고 신신당부한다. 좁은 공간에 가둬놓고 키우는 것이 동물 학대라면, 우리나라 애견 인구 천만이라는 숫자 가운데 절반은 동물 학대를 하면서 자신은 애견인이라고 위장하는 것이 아닌가. 좀 과장이 심했나? 

요즘 TV 프로그램을 점령하고 있는 두 부류가 ‘먹방’과 ‘개방’이다. 사람이 살기 위해 가장 기초적으로 해결해야 하는 것이 먹는 것이니 음식을 만들고 먹는 ‘먹방’은 그렇다 치고, 애완동물을 기르는 개방이 안방을 점령하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인간과 인간의 관계에서 외롭고 지친 마음을 달래려는 시대의 웃픈 현실인 것 같아 씁쓸하다.

우리말에 여러 가지 의미로 사용되는 ~’를 접두사로 붙인 말들이 많다. 접두사 의 사전적 의미는 야생 상태의’, ‘질이 떨어지는’, ‘비슷하지만 다른’, ‘헛된’, ‘쓸데없는’, ‘정도가 심한’ 등의 뜻이다. 사실 옛날에는 ‘개’ 자를 앞에 붙이면 ‘개새끼’, ‘개년’, ‘개놈’ ‘술 마시면 모두 개’ 등과 같이 욕으로 통했다. 그러나 요즘 젊은이들이 사용하는 신조어는 명사, 동사, 형용사, 부사 등 가릴 것 없이 제멋대로 ‘개’ 자를 붙여 말한다. 개멋지다, 개춥다, 개고맙다, 개귀엽다, 개싫다, 개멍청하다. 개부럽다. 개맛있다 등의 동사 형용사 부사에 붙이고, 개감동, 개대박, 개여신, 개기쁨, 개잘생김, 개진상 등의 명사에 붙여 모두 정도가 심한의 뜻으로 사용한다. 실제 국어사전을 찾아보면 ‘개’의 뜻에는 무척이란 뜻도 있으니 요즈음 젊은이들의 언어 센스(?)라 할 수 있지만 사실상 표준어로 사용되는 것이 아니라서 누군가에겐 듣기 불편하고 눈살을 찌푸릴 만한 말이 될 수도 있다. 

개다래, 개살구처럼 ‘개’가 접두사로 붙으면 야생이거나 개감초, 개두릅같이 원래 것보다 약효나 품질이 떨어지는 것에 ‘개’를 붙이는데 식물에 ‘개’라는 접두사가 붙는 것이 100개가 넘는다고 한다. 사실 같은 물건인데도 접두사로 가 붙으면 값어치가 떨어지는 것 같고 품격도 낮아지는 것이 우리의 언어문화라 가격이 헐하면 ‘개값’, 맛없으면 ‘개떡’이라 하고 허황한 꿈을 ‘개꿈’이라고 폄훼하며, ‘개소리’, ‘개수작’ 등은 명사에 붙어 쓸데없는의 의미로 쓰인다.

접두사로 쓰이는 ~’ 중에 우리가 착각하는 것이 개()와 관련이 없고 거짓()’, ‘가짜를 뜻하는 경우다. 우리가 가장 많이 쓰는 ‘개새끼’, ‘개자식’이란 욕이 대표적이다. ‘개새끼’라고 말하기 상스러우니 영어로 ‘Dog baby’라고 말하는 것만 봐도 착각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김재기 교수는 개새끼라는 욕설에서 는 동물 개가 아니고 가짜라는 뜻으로 엄마가 아빠가 아닌 다른 남자와 사이에서 만든 자식이라는 가짜 자식이라는 뜻이 있는 욕이다. 그 근거로 외국에서 성적으로 문란한 여성을 욕할 때 많이 쓰는 ‘son of a bitch’가 있는데, 여기서 bitch는 암캐로 성적으로 문란한 여자가 낳은 아버지가 불확실한 아이를 뜻한다. 어렸을 적 개구쟁이들이 ‘개새끼’라는 욕을 들으면, ‘우리 아버지가 개(犬)란 말이야, 자식아~’라며 부모 모욕죄로 죽기 살기로 싸우곤 했는데 실제는 그 뜻이 아니다. 너무 쉽게 하고 자주 듣는 욕이라서 우리들의 귀에 익었지만, 정말 입에 담을 수 없는 심한 욕이다. 한편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귀여운 손자, 소녀를 이쁜 강아지로 표현하는 것은 의외의 사용이다. 인간과 가장 가깝게 지내는, 애견인들에겐 인간보다 더 사랑받는 개가 이렇게 불편하고 부정적인 의미의 접두사로 쓰인다는 것이 기분 좋은 일만은 아닐 것이다. ‘개나쁜’ 일이다. 

인간에게 가장 친숙한 동물이기에 여러 문화권에서 개와 관련한 이야기들이 많이 있다. 한국의 전라북도 오수에는 오수의 개가 유명하다. 술에 곯아 들판에 누워 잠든 주인 곁에 있다가 들판에 불이 나자, 냇가로 가서 자신의 털을 적셔 불을 꺼서 자신의 목숨을 희생하고 주인을 구했다는 이야기로 차를 타고 오수를 지날 때면 ‘오수의 개’ 동상을 볼 수 있다. 그 외 개의 영리한 이야기는 고장마다 많이 전해져 내려온다.

또한 개에 관한 얘기 중 물에 빠진 개를 구해주니 뭍에 나와서 사람을 문다라는 말은 은혜를 모르는 배은망덕한 사람을 칭할 때 그렇고, 정승 집 개가 죽으면 인산인해를 이루지만정승이 죽으면 아무도 찾지 않는다.’라는 말은 정승 집 개가 죽으면 정승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 사람들이 엄청나게 몰리지만, 막상 잘 보여야 하는 정승이 죽으면 아무도 찾지 않는다는 표현을 통해 이익 중심의 인간 행동을 비판한 말이다. 그게 세상인심이니 어쩔 수 없다. 개는 밥 먹을 때 어제의 공놀이를 후회하지 않고잠을 잘 때 내일의 꼬리치기를 미리 걱정하지 않는다.’ 개야말로 지금 순간에 현재를 온전히 살고 있으니 개처럼 살자라는 말 아닌가. 개 같이 산다라는 시쳇말이 비열하고 나쁜 말이 아니고 현재에 집중해서 단순하게 가장 잘 산다는 말이다.

마지막으로 오래전부터 인터넷에 떠도는 남자와 개의 공통점 다섯 가지 아재 개그로 마무리한다. 첫째털이 많다둘째먹이를 일일이 챙겨줘야 한다셋째시간을 내서 놀아줘야 한다넷째버릇을 잘못 들여놓으면 평생 고생한다마지막으로 복잡한 말을 알아듣지 못한다. 나도 개 같은 남자일까?     


인간의 상식으로는 절대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횡행하는 개 같은 세상에서 내일을 염려하지 않고 현재에 충실하며 개 같이 사는 것도 삶의 지혜일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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