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술을 마시기 전에 들꽃을 꺾으러 가야겠다.‘
나는 10여 년 동안 알코올중독자로 살았다.
반복되는 입원도 의미 없었다.
알코올을 온몸으로 느끼며 삶에 의미를 찾아 헤매고 다니는 소녀? 아니 방랑자라 해야겠다. 분명 내가 술을 마시는 이유는 삶의 의미를 찾는 것이었다.
꽃이 피던 날도,
비바람이 몰아치는 날도,
개구리가 개굴거리던 날도 난,
늘 취해있었고 늘 삶을 갈망했다.
삶의 의미라는 것이 있다는 믿음으로 정답을 찾아다녔다.
그렇다면
삶은 의미 있는 것인가?
나는 왜 그토록 삶이란 의미가 있다고 여겨 왔을까?
그날들을 떠올린다.
지나간 꿈들에 의해 버림받았던,
소란스러운 부엌의 달그락 소리에도 벌벌 떨었던 어린 날들,
처절한 추위에 울부짖었던 그날들이,
그 반복된 수많은 날들이 내 손을 놓아주지 않았다.
죽어 마땅했다. 삶에서 생명이란 죽어 마땅한 것이었다.
모든 생명은 의미 없었고 내 삶과 온 우주의 삶 또한 지옥이었다.
그
러
나
나에겐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의미 없던 죽기일보직 전의 저 지옥은 나에게 아무것도 만들어주지 않았다.
제목을 하나 지어야겠다.
<개구리가 우는 그날 밤의 죽음의 선택은 아무 일도 하지 않았다.>
또다시 개구리의 울음소리를 생각하며 술을 마셨다.
개굴개굴.
사
실
말하자면
진정으로 죽으려고 했던 건,
분명 존재하는 것에 대하여 의미가 없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었다.
술을 마시면서, 술을 마시면서, 술을 마시면서, 술을 마시면서, 술을 마시면서…
난 늘 두려워했다.
어
느
날
그날 공기가 좋았다.
아주 상쾌했으며 꽤 기분이 좋았다.
‘오늘은 술을 마시기 전에 들꽃을 꺾으러 가야겠다.‘
에필로그..
삶에서 생명이란 죽어 마땅한 것이었다.
삶에서 생명이란
죽어
마땅한 것..
오늘은 오늘
술을 마시기 전에
들꽃을
꺾으러..
가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