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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설민 Jul 12. 2024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상상이 현실이 되면 얼마나 좋을까?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상상이 현실이 되면 얼마나 좋을까?


설민


   * 상상 : 실제로 경험하지 않은 현상이나 사물에 대하여 마음속으로 그려 봄

   * 공상 : 현실적이지 못하거나 실현될 가망이 없는 것을 막연히 그리어 봄. 또는 그런 생각

   * 몽상 : 꿈속의 생각. 실현성이 없는 헛된 생각을 함. 또는 그런 생각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단어를 다시 한번 찾아보며 새롭게 받아들이는 일이 때로는 즐겁다. 

   나는 상상하기를 좋아한다. 어쩌면 그 너머 공상을 더 즐기는지도 모른다. 그래야 팍팍한 현실을 즐겁게 변신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힘들일이 있거나 우울하면 한껏 상상의 나래를 편다. 그러면 기분이 좋아진다. 특히 하기 싫은 일이 있거나 일상이 따분하면 그 상상력은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마치 한 편의 연극을 한다고 생각하면 그 역할에 조금 더 충실하게 된다. 무대 위에서는 사사로운 일상도 특별해지니까.

   그런 면에서 어린 시절엔 모히칸 헤어와 스케이트보드를 타며 모험심 가득한 소년이었지만 갑작스러운 아버지의 죽음과 동시에 현실적인 어른이 되어야 했던 월터의 상상에 나는 상당한 동질감을 느낀다. 현실에서는 하기 힘든 일을 상상 속에서는 세련되고 당당하게 해치울 수 있는 일이 얼마나 통쾌한가 말이다.


   이 영화를 보고 난 다음 느낀 점을 한 문장으로 표현하라면 이렇다. 

   “파랑새는 집안에”

   “꿈은 가까이에”

   우리나라 속담에 비유하자면 “등잔밑이 어둡다”이다. 등잔대에 가려진 그림자가 오히려 어둡기 때문에 바로 대상이 가까이에 있는 것 못 찾을 때 하는 말이다.

   행복과 소중한 것들을 간절히 찾아다니다 지쳐 집에 돌아와 보니 그 안에 모든 것이 있다는 약간의 허무함 내지는 안도감이 깃든 감사함이랄까?

   예들 들면 양아치 연기를 포함하여 만능 배우를 찾아 집 밖을 며칠 동안 돌아다녔다는 류승완 감독이 집에 류승범이라는 사람이 있었다는 일화가 이 속담에 부합하지 않을까 싶다.

   미티도 25번째 사진을 찾아 여행을 떠났지만 결국 자신이 버린 지갑 속에 필름이 들어있었다는 것을 알고 얼마나 허무했을까?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는 영화의 줄거리는 대략 이렇다.

   ‘라이프’ 잡지사에서 16년째 근무 중인 월터 미티. 반복되는 일상이지만 ‘상상’을 통해 특별한 순간을 꿈꾸는 그에게 폐간을 앞둔 ‘라이프’지의 마지막 호 표지 사진을 찾아오는 미션이 생긴다. 평생 국내를 벗어나 본 적 없는 월터는 문제의 사진을 찾아 그린란드, 아이슬란드 등을 넘나들며 평소 자신의 상상과는 비교할 수 없이 거대한 모험을 시작한다. 


   회사가 문을 닫을 위기에 처해있기까지 16년간 어둑한 작업실에서 사진만 만진 월터는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곧바로 일을 시작한 터라 지금껏 데이트조차 한번 해본 적이 없다. 나름의 목적을 가지고 인터넷 만남 사이트에 가입도 했지만 딱히 특별한 곳을 가보거나 경험한 적인 없어 기본 프로필조차 채울 수가 없다.

   그런 월터의 유일한 취미는 상상하기. 가끔씩 사람들과 대화를 하는 도중에도 터무니없는 상상에 빠져 버리곤 하는 월터지만 이번에 맞닥뜨린 현실은 상상보다 더 급하다. 잃어버린 사진을 찾아오지 않으면 당장 자를 거라는 협박에 못 이겨 사무실을 나선다. 

   늘 잡지에 실릴 사진을 보내는 작가 숀 오코넬은 이번에 보낸 필름 중 25번째 사진을 표지로 써 달라는 요구를 하는데, 그 사진만 쏙 빠져 있다. 새롭게 온 구조조정 팀은 얼른 마지막 사진을 달라고 압박을 해온다. 그동안 근무하면서 이런 일이 한 번도 없었는데 하필 마지막 호의 사진이 없다는 것을 알고 월터는 숀을 직접 만나러 여행을 떠난다.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사진을 찍어 전달하는 사진작가 숀 오코넬. 라이프지에서 유일하게 월터를 통해서만 소통해 왔다. 삶의 정수를 담은 25번 사진을 찍어 전달한다. 필름을 잃어버렸다며 자신을 찾아온 월터미티에게 사진이 행방과 인생의 전환점을 될 깨달음을 안겨준다.

   그린란드와 아이슬란드를 거쳐 아프가니스탄에서 마침내 숀을 만나는데 그는 25번째 사진이 자신이 선물한 지갑에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미티가 지갑을 버린 후였다. 허탈한 마음으로 집에 돌아와 어머니에게 이를 말하자 휴지통에서 꺼내 보관하던 지갑을 건넨다. 

   월터는 회사에 이를 전달하고 며칠 뒤 퇴직금을 받아 돌아가던 길에 라이프 마지막 호를 발견한다. 25번 사진은 바로 필름을 유심히 보는 월터 미티의 사진이다. 

   미티는 짝사랑하던 셰릴의 손을 잡으며 영화는 끝이 난다.


   이 영화에서 월터의 상상이 현실이 되어 나타나니 약간은 만화 같은 재미도 주지만 이 장면은 나에게 감동적으로 다가왔다.

   미티가 숀 오코넬을 찾아간 곳에서 오랜 시간을 기다려 그토록 보기 힘들다는 유령 표범을 마침내 발견한다. 사진을 찍지 않냐는 미티의 물음에 그는 사진을 찍어 남기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그 순간을 그대로 즐기는 것이라고 말한다.

   “아름다운 순간이 오면 카메라로 방해하고 싶지 않아. 그저 그 순간 속에 머물지.”

   아름다운 것은 관심을 바라지 않는다. 스스로 아름다워지면, 그리고 나의 하루가 아름답다고 생각하면 그뿐.  타인의 인정은 필요치 않다고 다독여주는 것 같은 위로를 준다.

   사진작가가 삶의 정수를 담아낸 모습은 특별한 업적을 이뤄낸 유명인이 아니라 평범한 직장인 미티였다. 그저 월급을 받으며 맡은 바를 잘 해냈을 뿐인데 숀은 평범한 직장 생활의 하루가 아름다웠다고 생각해 그 모습을 담아낸다. 삶의 본질이라는 표현까지 덧붙이며.

   평범한 삶을 사는 이들을 향한 따뜻한 위안을 건넨다.


   많은 사람들이 특별한 사람이 되길 원한다. 유명인이 되어 사랑받거나 위대한 업적을 이루어 무슨 상을 받는 이들처럼. 

   나 또한 ‘성공’이라는 허상을 쫓아 헤매다 많은 허방을 건넜다. 물론 지금도 성공을 원한다. 그렇지만 예전의 의미하고는 다르다. 남들이 들이대는 잣대가 아니라 ‘내가 나로서 할 수 있는 일’에서의 성취감을 얻는 게 지금 '내 성공'이라는 단어의 뜻풀이다. 

   대다수는 평범한 직장에서 일상적인 일을 하며 살아간다. 영화는 평범한 삶도 멋지고 아름답다고 위로한다. 유령처럼 보이지 않는 것을 쫒지 말고 자신의 삶에 집중하라는 말같이 느껴진다. 당신이 지금 살아가는 평범한 일상도 충분히 멋지다고 말하고 있다. 

   그렇게 평범한 일상을 사는 어느 날, 월터 미티처럼 상상이 현실이 되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하면서 오늘도 나는 즐겁고 재미있게 궁리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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