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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설민 Jul 26. 2024

인턴

우리는 삶의 인턴이 아닐까?

인턴

우리는 삶의 인턴이 아닐까?


설민


   주로 단기간동안 회사에서 일을 하게 되는 사람을 인턴, 수습생, 수습사원이라고 말한다. 사실 나는 인턴 생활을 해본 적이 없다. 회사 생활이라는 것을 오래 해 본 적이 없다는 게 더 정확하다. 운이 좋았던 건지 아닌지(지금 다시 생각해 보면 그때 사회로 나가 다른 일을 선택했더라면 어떠했을까? 하는 해보지 않은 것에 대한 아쉬움이 있다. 누구에게나 그러하듯이.) 학교를 졸업하고 바로 2년의 조교 생활과 1년 여의 학교 업무가 다인 듯하다. 그 이후로는 거의 프리랜서와 같이 개인적인 일을 해왔기 때문에 회사를 30~40년 다닌 분들을 보면 대단하다고 여긴다. 나는 그 틀 안에, 소속이라는 창살에 갇히는 게 숨 막혔으니까. 


   회사를 40년간 다니다 정년 퇴임한 벤 휘태커. 또 아내와 사별한 지 3년이 되었다. 홀로 여기저기 여행도 다니고, 온갖 취미생활을 해보았지만 채워지지 않는 허전함이 있다. 벤이 기계적인 일상을 살았기에 더욱 그 틈이 컸을 것 같다. 자신이 계획하고 만들고 세운 일을 해나간 것이 아니라 주어진 일을 하며 살았으니 처음에는 무엇을 해야 할지 막막했을 수도 있다. 

   '은퇴 후의 삶은 끊임없는 창조의 연속'이라면서 골프, 독서, 영화, 카드게임 등을 하며 시간을 보내지만 ‘그저 난 삶에 난 구멍을 채우고 싶다’고 말하는 벤. 그는 퇴직 전의 삶을 그리워한다. 또다시 소속감을 느끼고 싶어 한다. 아침마다 출근하던 그때를 그리워하는 거다. 그는 자존감 회복을 위해 인터넷 쇼핑몰 시니어 인턴에 지원한다. 지원방식마저도 예전과는 사뭇 다르다. 어렵게 영상을 찍어 보내고 면접을 본 벤은 인턴 생활을 하게 된다. 


   이 나이에, 무엇을 하냐는 고리타분하고 식상한 생각이 아닌, 무엇이든 해보고 도전을 한다는 것은 대단한 용기다. 벤의 그런 용기는 그의 긍정적이고 친화적인 성격이 한몫을 했을 것이다. 

   줄스의 성공신화도 멋지지만 사실 나는 벤의 용기에 더 눈길과 관심이 간다. 어쩌면 인지상정이랄까. 지금의 나에게도 필요한 요소이기에 그러한 듯하다. 새로운 도전도 멋있게 나이 들어가는 것도.


   영화 [인턴]의 줄거리는 이렇다. 

   창업 1년 반 만에 직원 220명의 성공신화를 이룬 줄스 오스틴, TPO에 맞는 패션센스, 업무를 위해 사무실에서도 끊임없는 체력관리를 하고, 야근하는 직원 챙겨주고, 고객을 위해 박스포장까지 직접 하는 열정적인 30세 여성 CEO가 수십 년 직장생활에서 비롯된 노하우와 나이만큼 풍부한 인생경험이 무기인 만능 70세의 벤 휘태커를 인턴으로 채용하게 되어 벌어지는 이야기들이다.


   의류를 취급하는 온라인 쇼핑몰 ATF(About the Fit)를 오픈한 줄스. 사업은 승승장구했다. 18개월 만에 직원이 220명이 되었다. 사회공헌 차원에서 65세 이상 시니어 인턴 프로그램을 시작하여 사장인 그녀는 모범을 보인다는 의미로 시니어 인턴 중 한 명을 전속으로 배정받아야 했다. 줄스의 전속으로 배정된 시니어 인턴은 벤이었다. 전형적인 워커홀릭인 줄스는 나이 많은 어르신을 곁에 두고 부리는 걸 부담스러워했지만 벤은 개의치 않는다고 말한다. 

   처음에는 벤의 등장을 불편해 하지만 그 둘 사이에는 서서히 깊은 우정이 싹튼다. 젊은 남자들에게는 없는 보살핌과 자상함, 세심한 배려를 느끼는 줄스는 어느덧 그에게 마음적으로 의지를 하게 된다.

   벤은 줄스의 말이 귀를 기울이고 진심으로 걱정해 준다. 따뜻한 관심을 받고 있음을 느끼게 해 준다. 모두에게 필요하지만 잘하기 어려운 것들이다.

   좋은 한 사람으로 인해서 그룹 전체가 더 좋은 시너지를 낼 수 있고 변화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젊은 사원들은 노트북 전원도 켜지 못하는 70세 인턴을 신기해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에게 다가와 조언을 구한다. 그처럼 늙어가길 원한다. 회사에서도 벤에게 배울 점이 많다. 

   다시 직장 생활을 시작한 벤은 4~50살 어린 직장 동료들과 빠르게 친해지며 그들의 도움을 받아 낯선 업무와 사무기기에 익숙해져 갔다. 또한 그들에게 친구가 되어주고 멘토가 되어주기도 한다. 


   회사의 규모가 빠르게 커져가자 투자자들은 줄스가 경영 전문 CEO를 고용하기를 원한다. 바쁜 업무 일정 외에도 또 다른 난제를 겪고 있는 줄스를 보며 벤은 계속해서 신경이 쓰인다. 거기에 업무 중 술을 마시는 운전기사, 남편까지 문제가 발생한다. 그런 문제들을 조용히 자연스럽게 처리해 가는 모습이 믿음직스럽다. 오래된 사회생활에서의 노하우가 깃든 것이 아닌가 싶다. 


   줄스 또한 고민에 빠진다. 일과 사랑, 가정의 균형은 참으로 어려운 일인가? 아직 어린 딸을 돌봐야 하므로 둘 중 하나는 아이를 케어해야 한다. 그런 면에서 줄스의 남편은 자신의 희생을 마다하고 육아를 전담한다. 그 또한 쉬운 결정은 아니었을 것이다. 부부가 가정을 이끌어 간다는 것은 어느 한쪽의 희생이 아니라 서로 합당한 일을 해나가는 것일 것이다. 하지만 점점 바빠지는 줄스, 가정에는 구멍이 나기 시작한다. 그 틈에 남편이 살짝 외도를 하지만 벤의 조언과 함께 줄스의 솔직한 말에 남편은 반성을 하며 현명한 선택을 한다.


   삶이나 일에서나 졸업반 시니어?

   사실 100세 시대에 ‘졸업’이라는 말을 구태의연하다는 생각이 든다. 평생의 일과 직장, 살아 있는 동안 할 수 있는 일을 끊임없이 창조해 내야 하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이다. 스스로를 책임지며 자신의 행복을 만들어가는 일이 앞으로 해야 할 일이 아닌가 한다. 우리는 계속해서 삶의 인턴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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