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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설민 Aug 23. 2024

코다

서로의 꿈을 응원하는 가족

코다

서로의 꿈을 응원하는 가족


설민


   가족이란 무엇일까?

   자기 가족이 남에게 비웃음을 당한다면 기분이 어떨까? 

   무슨 잘못을 한 것이 아니라 자신들과 조금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비웃음과 무시를 당한다면 화도 나고 정말 속상하고 가슴이 아플 것이다.

   가족의 의미를 되새기게 하는 음악과 감동이 있는 영화 코다. 이 영화는 자신이 정상이라고 믿는 사람들보다 더 애틋한 가족의 한 형태를 보여준다. 마치 가족이라는 것은 이런 것이라는 것을 알려주는 것처럼.

   가족들과 사회를 연결해 주는 중요한 사명을 지니고 태어난 코다. 다만 제도적으로 이들을 도울 수 있는 바가 거의 없어서 여러 어려움을 겪는다고 한다. 

   CODA ; Children Of Deaf Adults

   ‘코다’란 청각 장애를 가진 부모의 자녀라는 뜻이다. 

   오빠도 청각장애가 있기 때문에 루비는 CODA이면서 SODA(Sibling OF Deaf Adult 청각장애를 가진 사람의 비장애 형제)이기도 하다. 

   루비는 청각 장애를 가진 부모에게 유일한 청인 자녀이다. 


   이른 아침부터 바다로 나가 일을 했기에 정상적인 학교 생활이 어려운 루비. 망망한 바다에서 고기를 잡아왔지만 중간 상인은 잘 듣지 못한다는 이유로 제대로 값을 쳐주지 않는다. 이런 대우에 잔뜩 화가 났지만 학생으로서의 본분을 다하기 위해 학교를 간다. 자신들과 다른 처지인 사실을 모르는 동급생들은 비아냥거리고 놀리기 일쑤였기에 늘 속상해한다. 

   루비는 학생임에도 불구하고 새벽같이 일어나 가족의 일을 도왔다. 가족 모두가 일을 하지 않으면 생계를 잇기가 어려워서라기보다, 루비를 제외한 엄마, 아빠, 오빠 모두가 농인이기 때문이다. 듣지 못하기 때문에 배를 타고 바다로 나가서도 해양 경찰들의 경고나 안내 메시지를 들을 수 있어야 하고 목소리를 내어 말을 한 적이 없기 때문에 수어로 세상과 소통할 수 있도록 연결고리 역할을 해줄 사람이 필요했다. 루비는 가족 중에 홀로 청인이기도 하고 수어가 가능하기 때문에 가정 내에서 많은 역할을 수행할 수밖에 없었다. 

   소리를 들을 수 없는 가족을 세상과 연결하는 코다 ‘루비’는 짝사랑하는 마일스를 따라간 합창단에서 노래하는 기쁨과 숨겨진 재능을 알게 된다. 노래 부르는 일을 좋아하기는 했지만 평소에 자신의 실력을 평가받아본 적이 없어서 간단한 음역 테스트를 하는 타이밍에 급 도망친다. 그러나 짝사랑과는 별개로 음악을 좋아했던 루비는 다시 합창단 선생님을 찾아가 솔직하게 말한 후 다시 합창단 수업에 참여하기로 한다. 단순하게 노래에 대한 호기심과 열정인 줄만 알았는데, 루비는 마일스와 공연 때 듀엣을 하는 기회를 얻게 된다. 더불어 선생님이 루비의 음색과 실력을 알아보고 버클리 음대에 진학하는 것을 제안한다. 합창단 선생님의 도움으로 마일스와의 듀엣 콘서트와 버클리 음대 오디션의 기회까지 얻지만 자신 없이는 어려움을 겪게 될 가족과 노래를 향한 꿈 사이에서 망설인다. 


   시간을 쪼개가며 가족을 돕는 일과 학업 그리고 버클리 음대 테스트 연습을 하러 다니는 루비. 하지만 그동안 어부 일을 하면서 쌓아온 문제들이 곪아 터졌다. 결국 아빠와 오빠 그리고 엄마까지 가세해 새로 조합원을 만들어 운영하게 되면서 루비의 도움이 이전보다 더 절실해졌다. 베르 선생님은 상습적인 지각과 집중하지 못하는 태도에 화를 내며 더 이상 수업을 하지 못하겠다고 한다. 집의 생업과 학업을 병행하기에는 시간도 체력도 버겁기만 한 루비였다.

   개인의 삶을 생각하면 버클리 음대에 들어가 음악 공부를 하고 싶지만, 가족들은 루비의 도움이 필요하다면서 아우성이다. 엄마마저 루비가 대학 준비를 하는 것을 못마땅해한다. 루비가 없으면 일반 사람들과 소통할 사람이 없었기 때문에 어업을 하는 데 큰 지장이 있다. 

   이 문제로 가족과 다투던 루비는 아빠와 오빠가 고기를 잡으러 갈 때 따라나서지 않았는데 하필 그때 해양 경찰에 발각되어 영업 정지를 받게 된다. 청각장애인이 있으면 일반인도 같이 타야 하는데 그것을 어겼기 때문이었다. 

   이 일을 계기로 루비는 자신의 대학보다 가족이 먼저라고 생각하고 음대 준비를 포기하는데 오빠를 그 선택을 반대한다.  

   엄마 아빠는 서로에 대한 애정이 넘치다 못해 뜨겁고, 오빠와는 맨날 투닥거리면서 서로를 욕하는 영락없는 남매다. 말을 하지 못하다 뿐이지 평범한 가정 그 자체다. 하지만 루비의 입장에서 봤을 때는 자신의 미래와 가족들 사이에서 고민이 많다. 또 듣는 것이 기본이 되어야 하는 ‘노래’를 부른 다는 것은 농인인 가족들이 살면서 경험해 본 적이 없는 것들이다. 서로 공감하기 어려운 일에 직면한 가족.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 나갈 것인가가 관건이었지만 루비는 가족을 공연에 초대한다. 관객들은 온갖 감정을 느끼면서 눈물을 흘리기도 하고 일어나서 같이 즐기기도 하며 손뼉을 치지만 루비의 엄마, 아빠, 오빠는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몰라 어리둥절하기만 하다. 그저 멀뚱히 딸의 모습을 쳐다보다가 주변 사람들의 반응을 살피기만 할 뿐이다. 

   그렇게 공연을 보고 돌아온 아빠는 루비와 단둘이 대화를 나누다가 노래를 다시 불러 달라고 한다. 듣지는 못하지만 딸의 입모양과 목의 진동을 손으로 느낀다. 얼마나 간절하게 딸의 목소리가 듣고 싶을까? 딸과 공감하고 싶어 하는 아빠의 사랑이 느껴지는 장면이었다.

   또 대학 오디션에 가서 노래를 부를 때는 듣지 못하는 가족을 위해 수화로 내용을 전달하는 루비의 모습이 대견하면서도 자랑스러웠을 것이다. 


   철이 들 무렵부터 곁에 있어온 가족들이 자신에게 벽이고 짐처럼 느껴졌지만 그 현실을 받아들인다. 결국 들리지 않고 말이 통하지 않아도 함께 할 수 있음에 감사한 존재이고 여전히 누구보다 소중한 이들이기에 루비는 그 무한한 사랑을 느끼며 성장할 수 있었다.

   시도하지 않고 포기한다면 가족에게도 루비에게도 커다란 상처가 됐을 텐데 함께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모습이 흐뭇했다.

   이 영화는 자신의 꿈을 향해 나아가는 과정과 그로 인해 겪는 어려움 그리고 성취까지 감동적으로 엮어낸 이야기다. 어떤 이야기도 꿈을 이루기까지의 성취가 쉽게 이루어지는 것은 없다. 고난이 클수록 듣거나 보는 사람들은 더 감동적이다. 

   어쩌면 가족 때문에 자신이 할 일을 못한다는 건 나중에 서로에게 더 큰 책임을 져야 하는 짐이 될 수 있다. 내 경험에 빗대어 보면 그렇게 포기한 꿈들은 두고두고 자신을 괴롭히고 미련을 남기기 마련이니까. 서로에게 필요한 양보와 이해, 배려 없이는 힘든 선택이었을 루비의 행보가 후회는 없을 것이라는 확신이 든다. 가족들에게 지지를 받는 꿈은 큰 버팀목이 되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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