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포 선라이즈
비포 선라이즈
설민
지금도 생각하면 아련하고 풋풋한 첫사랑의 감정이 떠오르는 영화가 있다. 버스나 기차 옆자리에 과연 누가 앉을까, 하는 설렘을 주는 영화. 흘깃 봤는데 호감이 가는 상대가 나에게 말을 걸어온다면 어떨까? 기대하게 하는 느낌! 거기다 대화도 잘 통하면 얼마나 극적일까? 살면서 흔치 않은 이야기지만 가끔 영화 같은 상상을 해보곤 한다.
단 하루, 사랑에 빠지기 충분한 시간이다.
기차에서 만난 두 젊은 남녀가 오스트리아의 비엔나를 무대로 하루 동안 일어나는 사랑을 다룬 영화 [비포 선라이즈]
프랑스 파리의 소르본 대학생인 셀린은 헝가리 부다페스트에 사는 할머니를 만나고, 가을 학기 개강에 맞춰 파리로 돌아가는 길이다. 셀린은 옆자리의 독일인 부부가 시끄럽게 말다툼하는 소리를 피해 뒷좌석으로 자리를 옮기는데, 거기서 제시라는 미국인 청년과 우연히 얘기를 나누게 된다. 둘은 서로가 통하는 면이 있음을 알고 좀 더 서로와 대화하며 알고자 기차에서 함께 내린다.
제시는 마드리드에 유학 온 여자 친구를 만나려고 유럽에 왔다가 오히려 실연의 상처만 안고, 목적을 잃고 비엔나행 기차를 타던 중 셀린과 만나 그녀와 대화를 하며 교감하기 시작한다.
셀린은 프랑스로 돌아가던 중 제시에게 이끌려 그의 제안에 기차에서 내리게 된다. 그 후, 그와 함께 비엔나의 거리를 걷고 구경하며 하루 간의 시간을 보낸다.
여름 즈음 두 남녀가 기차에서 만나 비엔나 곳곳을 여행하며 낮부터 밤, 일출 시간까지 벌어지는 일들을 실시간처럼 다루고 있다. 해외여행에서 ‘운명의 상대’를 만나고 싶다는 청춘 남녀들의 로망을 보여주는 작품이기도 하다.
서로 간의 다양한 대화와 축제 같은 볼거리. 두 남녀의 풋풋한 감정이라면 어디인들 멋지고 재미나지 않을까 싶다. 눈에 담아놓는 사진 같은 시선으로 그들의 행보를 따라가게 된다.
짧은 하루의 우연은 영원이 된다.
이 영화는 시리즈가 있다. 20대 만남인 비포 선라이즈 이후로 30대의 비포 선셋, 40대의 비포 미드나잇 등 장장 18년 동안의 그들의 인생을 이야기하고 있다. 시간의 흐름처럼 배우들의 세월도 고스란히 보이는 영화다. 열정 있고 낭만 있는 사랑, 성숙해진 사장, 현실적인 사랑까지 담고 있다.
기회가 된다면 세 편의 영화를 연이어 보고 싶은 심정이다.
이 영화를 다시 떠올리니 문득 기차를 타러 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