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연결이 필요하다

6888 중앙 우편 부다

by 설민

사람은 연결이 필요하다

6888 중앙 우편 부대


설민


자식이 군인인 부모라면 아들의 안위가 제일 궁금할 것이다. 더구나 전쟁터에 가 있는 상황이라면 더할 말할 나위 없다.

지금이야 핸드폰이라도 있지만, 그것이 존재하지 않던 시절에는 ‘우편’이라는 매개물에만 소통을 의존할 수밖에 없다. 그런 우편조차도 원활치 않다면? 부모와 사랑하는 애인의 애간장은 녹아 없어질 것이 분명하다. 단절의 두려움을 느껴본 사람만이 그 고통을 안다.


[6888 중앙 우편 부대]. 이 영화는 제2차 세계대전 배경과 실존 인물을 바탕으로 한 영화다.

“6888 중앙 우편 부대”는 미국 역사상 최초이자 유일한 전원 흑인 여성으로 구성된 군사 우편 부대였다. 당시 유럽 전선에는 무려 1,700만 통 이상의 편지가 미처리된 채 쌓여 있었다. 병사들은 가족으로부터 소식을 듣지 못하고, 가족들 역시 사랑하는 사람이 살아 있는지조차 알 수 없는 상태였다. 이러한 단절은 사기를 떨어뜨리고, 전쟁에서 싸울 힘마저 빼앗아갔다.


1943년 12월 이탈리아 산피에트로에서 전쟁통에 하늘에서 항공 비행사가 추락하자 다른 병사가 품 안에 있는 편지를 발견하고, 그 편지를 편지 포대에 넣어주며 영화는 시작된다. 너무나 많이 쌓인 편지들……. 얼마나 오래 방치된 것들일까?

백인 에이브럼슨은 군입대 전 흑인 레나에게 돌아와 청혼을 하겠다며 사랑 고백을 하며 떠난다. 기다려도 소식이 없는 그. 얼마 지나지 않아 에이브럼슨이 세상을 떠났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레나는 고민 끝에 직접 군대에 입대하기로 결정하고 믿기지 않는 남자 친구의 소식을 확인하기 위해 애쓴다. 그 힘으로 군에서의 훈련과 생활을 버텨낸다.

흑인 여성으로 조직된 군대는 늘 훈련에 임하지만 변변한 쓰임을 하지 못하고 있다. 흑인에다 여성이라는 이유로 무시당하기 일쑤며 출전의 기회조차 주지 않는다.


아들을 군대에 보낸 엄마가 소식을 알 길이 없다며 몇 날 며칠을 백악관 앞에서 기다린다. 비를 맞고 문 앞에 서 있는 그녀를 보고 왜 이러는지 이유를 묻자 영부인에게 청원을 한다. 이에 현실을 알게 된 영부인은 우편들이 제 때에 전달되지 않아 가족들도 힘들어하고 군의 사기도 떨어진다는 의견을 낸다. 대통령은 우편 업무에 대한 지시를 내린다.

1940년대에는 전쟁에 나간 군인들이 전할 수 있었던 유일한 방법은 편지뿐이었다. 하지만 직급이 높은 장군들은 편지의 중요성을 흘려듣는다. 루스벨트 영부인이 이 상황을 알게 되며 군인들의 사기와 나라를 위해 전쟁을 치르는 가족들을 위해 꼭 필요한 일이라고 어필을 한 것이다.


결국, 우편물이 산적되어 가는 것을 방치할 수 없다는 이유로 흑인 여성들로 구성된 6888부대에게 업무를 맡긴다. 그들의 주요 임무는 3년 동안 방치된 우편물을 분류하고 처리하는 것이다. 전달되지 못한 군인들의 편지 1700만여 통을 분리해서 6개월 안에 처리해야 하는 것. 폭격을 맞아 폐허가 된 건물 안에 쓰레기처럼 산적해 있는 우편물이 압권이었다.

우선 우편물을 처리할 수 있도록 건물 내부를 정비하고 여성들을 위한 시설들을 정비한다. 다양한 분야에서 일하던 여성들이 모여지니 그럴듯한 사무실이 완성되어 갔다. 목욕탕은 물론 미용실까지 만드는 센스를 발휘한다. 또, 업무를 교대로 효율적인 방법으로 처리할 수 있는 방법을 간구하고 지시하는 메이저 샬롯은 부대원들에게는 엄격하지만, 누구보다 그들을 생각하고 아끼는 상사다.

전쟁통의 우편이기에 훼손된 것도 있고, 오랫동안 방치된 까닭에 쥐가 파먹거나 물에 잉크가 번져 알아볼 수 없는 편지들도 많았다. 같은 이름, 애칭으로 적힌 이름 등 많은 어려움에 봉착하지만, 차츰차츰 체계를 갖추고 우편물이 정상적으로 배달되면서 군인들과 가족들은 소통을 시작한다.

작업 중 동료가 발견한 피 묻은 에이브럼슨의 편지를 레나에게 전해주는 모습이 가슴 아팠다. 죽은 애인의 마지막 유언처럼, 사랑을 확인하며 그를 잘 보낼 줄 수 있었기에 레나는 힘들지만 그를 가슴속에 잘 묻어줄 수 있었을 거라 믿는다.

그 과정에서 백인 홀트 장군은 흑인 여성들에 대한 편견과 억압을 멈추지 않지만, ‘6888 중앙 우편 부대원’들은 이에 굴하지 않는 에너지와 끈기로 기적을 이루게 되어 결국 그 업무를 완성하는 이야기다.


이 작품은 단절된 시대 속에서 연결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작품이다. 또 보이지 않는 곳에서 헌신한 여성 영웅들의 존재를 알리는 기록이다. 전쟁통에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가장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 그녀들이 있었기에 많은 사람들에게 위안이 되었을 것이다. 사람은 연결이 없으면 살아가기 힘드니까.

역사책에도 올려지지 않은 제대로 대우받지도 않은 부대이지만 어려운 환경 속에서의 ‘소통’이 얼마나 큰 희망인지를 보여준 부대에게 22년 3월 14일 ‘조 바이든’ 대통령이 부대원들에 세 의회 황금 훈장을 수여하는 법안에 서명을 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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