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이 엄마와 거리를 두기 시작하고 이한이 엄마는 사실 불안했다. 혹시 이한이가 본인만 친구들과 자주 못 만나게 되는 상황을 속상해하진 않을까? 주인이가 이한이를 나쁘게 이야기하며 괴롭히지 않을까. 주인이 엄마가 나에 대해 안 좋은 이야기를 하고 다녀서, 주변 사람들이 우리 가족을 나쁘게 생각하게 되진 않을까. 이런 생각들을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지만,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았다. 주인이 엄마와 친하게 지낸 시간보다 주인이 엄마의 관계들 속에서 빠져나오는 게 더 힘들게 느껴졌다.
언제부터였을까. 내가 확실하게 주인이 엄마의 세상에서 빠져나와야겠구나, 생각한 건 아마 그때쯤이었던 것 같다.
"태욱아! 이러지 말랬지! 정말! 너는 왜 우리가 갖고 노는 걸 왜 계속 뺏어! 윤이가 속상해하잖아!"
"아니. 아까 내가 먼저 하고 있었잖아! 왜 나한테만 뭐라고 하냐고!"
"아니야! 지금 윤이가 갖고 있었잖아! 그렇지? 예준아?"
"응? 응!"
"그거 봐! 너 계속 왜 그래!"
"나 안 해!"
쾅! 물건을 던지는 소리와 함께 주인이가 윤이 손을 잡고 뛰어나온다.
"엄마! 태욱이가 장난감 또 던져요! 태욱이가 윤이한테 장난감 던졌어요!"
주인이 엄마가 태욱이를 나무란다.
"아니. 엄마! 내가 먼저 갖고 있었는데. 다 나한테만 뭐라고 하고. 주인이가 내가 갖고 놀려고 하면 뭐라고 하고."
태욱이가 억울한지 울면서 태욱이 엄마에게 안긴다.
"아니. 태욱이도 뭔가 억울한 마음이 있는 것 같은데 이야기를 들어보자. 일단 애들 진정시키고 방으로 들어가서 화해시키는 게 좋겠어."
이한이 엄마가 분위기를 진정시키기 위해 이야기했다.
태욱이 엄마는 어색한 웃음을 짓고 있고, 태욱이는 억울한지 계속 울고 있다. 이한이 엄마는 이 상황이 너무 싫었다. 아이들의 다툼에 일방적인 잘못이 있는 경우는 드물다. 최소한 이렇게 모두가 보고 있는 상황에서 한 아이를 다른 부모가 비난하는 것이 폭력으로 느껴졌다. 심지어 모든 아이들이 다 듣고, 보고 있다.
다툼이 주인이 엄마의 훈육으로 마무리되고, 어른들의 대화가 이어졌다.
내성적인 이한이가 새로운 환경에서 친구들과 조금이라도 더 가깝고, 즐겁게 지내길 바랐던 나의 노력은 이한이에게 어떤 마음으로 닿았을까?
이한이 엄마는 전철에서 급히 내리며, 끔찍한 그날의 기억을 다시 넣었다.
그날 저녁, 이한이 엄마는 이한이에게 물었다.
"이한아! 요즘 하늘 유치원 친구들이랑 자주 못 만나잖아. 속상하지 않아?"
"응? 자주 보는데? 학교에서 자주 만나. 그리고 놀이터에서도 가끔 만나!"
"아. 그래? 예전처럼 엄마들이랑 다 같이 만나서 놀고 싶진 않아?"
"괜찮아. 지금도 재밌어. 히히히. 주말에 아빠랑 주한이랑 다 같이 롤러장 가자."
이한이 엄마는 해맑게 웃는 이한이를 보며, '나의 평안하고 행복한 노력이 너에게도 행복으로 닿길.' 생각했다.
같은 날, 주인이 엄마와 윤이 엄마는 아이들을 등교시키고 함께 커피를 마셨다.
"왜?"
"진짜? 걔가 그럴 사람 같진 않은데."
"그랬구나. 난 둘이 엄청 친한 줄 았았지."
윤이 엄마는 이한이 엄마가 왜 그랬을까 궁금해졌다. 윤이 엄마도 사실 조금은 알고 있다. 그래도 주인이 엄마가 잘 챙겨주고, 주변에 아는 엄마들도 많아서 참으며 지내왔다. 윤이를 위해서 이 정도는 참을 수 있었다.
'이한이 엄마처럼 나도 참을 필요 없는 건 아닐까? 이한이도 잘 지내던데.'
- 태욱이와 윤이. 그리고 주인이. 어떤가요?
태욱이의 행동은 잘못된 행동이 맞습니다. 속상하다고 해서 친구에게 장난감을 던진 행동은 훈육이 필요한 행동입니다. 하지만 여기서 다툼을 만들어 내는 사람과 그 사람의 심리를 생각해 봅시다.
주인이는 여왕벌의 아이이자, 여왕벌로 자라 온 아이입니다. 친구들 사이에서 주인공이어야 하고, 본인은 어른들에게 칭찬받아야 한다고 생각하죠.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 가장 쉬운 방법은 여왕벌 엄마에게서 자연스럽게 습득한 '먹잇감을 골라 공격하는 방법'입니다. 이것은 아이들에게 더 잘 통하는 방법이죠.
주인이에게 지금 모임 상황에서의 먹잇감은 쉽게 화내고, 폭력적인 행동을 하는 태욱이가 된 것입니다. 주인이는 태욱이가 가지고 노는 장난감마다 다른 친구들이 갖고 놀았던 거라며 방해합니다. 다른 친구들은 지금은 갖고 놀고 있진 않았지만, 주인이가 자기편을 들어주는 상황에서 주인이에게 고마움을 느끼게 됩니다. 갑자기 태욱이에게서 장난감을 되찾아 준 주인이에게 더 잘해줘야 할 것 같은 생각도 듭니다. 이렇게 또 여왕벌은 친구들 사이에서 편을 가르고 이간질해 자신을 의지하게 만듭니다. 그렇게 친구들을 내 편으로 만들어 태욱이를 계속 화나게 만듭니다. 결국 태욱이의 장난감을 윤이에게 빼앗아 줄 때 태욱이가 윤이에게 폭력을 쓴 상황이 되었습니다. 태욱이는 사실 주인이에게 화가 난 것이었는데 말이죠. 주인이도 나오며 말하죠. 태욱이가 윤이에게 장난감을 던졌다고요. 주인이는 단지 태욱이의 폭력을 말리고, 윤이를 위해 싸워 준 착한 아이인 척을 합니다. 이렇게 다툼은 태욱이와 윤이의 다툼이 되고, 주인이는 그 다툼에서 빠져나갈 수 있습니다. 본인은 그저 착한 아이로 남을 수 있는 거죠.
교실의 여왕벌 아이들도 이러한 일들을 많이 벌입니다. 본인이 싫어하는 아이의 사소한 행동에 다른 친구들의 집중을 유도합니다. 예를 들어 "누가 또 앞문 열고 간다." "누가 또 뛴다." 이런 사소한 일들입니다. 그렇게 아무렇지 않게 마음을 괴롭히다가, 그 아이가 다른 아이를 실수로라도 툭 치고 지나가게 되면 정의의 사도가 되어 난리가 납니다. "사과해! 너가 방금 00이 때리고 지나갔잖아! 00아, 괜찮아?" 그냥 보면 여왕벌이 크게 잘못한 게 없어 보여요. 교실에서 혼내기도 애매한 상황들이 많아요. 당하는 아이들은 정말 괴롭습니다. 여왕벌이 대놓고 괴롭히는 건 아니거든요. 싫어하는 티도 안 내요. 그런데 이상하게 당하는 '나'는 괴로워요. '내가 이상한 건가.'하고 아이들은 이렇게 이유도 없이 마음이 갉아 먹힙니다. 여왕벌의 '자기 영역 미로 만들기'를 위해 희생당하면서요.
교실에서 모범생인 척 친구들 사이를 이간질하고, 선생님의 칭찬을 받으려 하는 여왕벌을 교사가 찾아내 모두 치유해 준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하지만 제일 좋은 방법은, 먼저 내 아이가 여왕벌의 미로에 빠지지 않도록 하는 것입니다.
태욱이의 입장 - 여왕벌이 공공의 적으로 만드는 대상.
아이들의 공통된 방법은 ‘여왕벌과 거리 두기’입니다.
교실처럼 함께 해야 하는 경우엔 "너가 계속 그렇게 행동하면 날 싫어해서 괴롭히는 기분이 들어." 이렇게 여왕벌이 날 싫어해서 하는 행동에 대해 꾸준하게 억울함을 표현해야 합니다. 여왕벌은 본인이 나쁜 사람이 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있어서, 공공의 적이 피해자로 포장이 되는 것에 당황스러워할 겁니다.
태욱이도 주인이가 계속 날 싫어하고 괴롭히는 것 같다는 감정 표현을 하도록 했어야 합니다. 아이들이 상황 설명을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상황에서 느끼는 감정이 중요한 경우가 많거든요.
윤이의 입장 - 여왕벌이 목적을 위해 아바타로 이용하는 대상
아이들의 공통된 방법 ‘여왕벌과 거리 두기’이죠. 이미 여왕벌 미로에 들어가 있다면 빠져나오는 방법은 사실 이것뿐입니다.
그리고 앞으로 여왕벌의 아바타가 되지 않으려면, 나의 감정을 정확히 알기.
친구가 속상해할까 봐, 친구가 고마워서, 친구가 좋아서, 나의 감정을 모르고 그냥 친구의 생각에 따라가는 습관을 고쳐야 합니다. 내가 화가 난 건지, 내가 저 친구가 정말 싫은 건지, 내가 즐거운 건지, 등등 나에 대해 생각하는 대화를 많이 나눠 주세요. 꼭 부모님이 대답을 듣지 않으셔도 됩니다. 아이가 스스로 생각하도록 그냥 시간을 주세요. 질문만 던져 주셔도 돼요. 이미 여왕벌의 아바타로 지낸 시간이 길다면 노력이 많이 필요합니다.
다수의 아이들이 미로에 빠지지 않는다면 여왕벌은 영역을 만들지 못해요. 그렇게 여왕벌 아이 본인도 친구 관계 속에서 자연스럽게 치유가 되는 것이 제일 좋습니다. 다른 사람을 조종하며, 거짓으로 관심받으려는 사람이 어떻게 행복할 수 있겠어요. 여왕벌 엄마들이 꼭 그 당연한 사실을 깨닫길 바랍니다. 본인의 아이가 여왕벌이 되면 그 아이가 과연 행복할까요?
내 불안한 노력이 내 아이에게 무엇으로 닿을지 생각해 보는 기회가 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