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 너머의 세계-<사자왕 형제의 모험>

by 천혜향

젊고 건강하고 행복한 나날, 살아가는 것이 조금도 고통스럽지 않고 근심 걱정 없이 지낼 수 있는 그런 시절 말이야. - 사자왕 형제의 모험 중-


어린 시절 나는 죽어서 내 영혼이 몸으로 부활하여 환상의 나라로 가는 상상을 했었다. 신비롭고 아름다움이 있는 곳, 요정, 동물들과 함께 행복한 나날을 보낼 수 있는 곳, 고통과 질병이 없는 곳 악한 자는 이길 수 없는 곳을 늘 그리며 살았다. 판타지 주인공들처럼 갑자기 사라지면 실종신고를 하고 찾아다닐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가족들도 엄청 슬퍼할 것이다. 그런데 나의 상상과 비슷한 작품이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사자왕 형제의 모험은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작가의 판타지 동화이다. 삐삐와는 아주 다른 분위기의 동화이다. 이 작품은 독특하게 판타지 세계로 가는 통로가 죽음이다. 낭기열라와 낭길리마는 죽어서 가는 곳이다. 그래서 오래전에 처음 읽었을 때는 충격을 받았었다. 처음 부분을 읽을 때는 마지막에 또 꿈에서 깨어나는 설정이 아닐까 의심도 했다. 그러나 의심과는 달리 마지막에 다시 죽음으로 영원한 세계로 넘어간다. 주인공들이 두 번 죽는 것이다. 아주 충격적인 설정이다. 비극이라고 해야 할지 희극이라고 해야 할지. 죽음으로 판타지 세계로 간다는 것은 현실세계로 영원이 돌아오지 못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판타지의 주인공들은 현실세계로 돌아와야 한다는 규칙을 깨버린 작품이다. 그리고 사자왕 형제가 죽음 너머로 간 세상에는 마법이 등장하지 않는다. 그래서 판타지 세계라기보다는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의 시대로 간 것 같다. 그리고 전체적인 분위기가 무겁고 어둡다. 어찌 보면 현실세계보다 더 고통스러운 곳이다. 그곳에는 독재자가 국민들을 억압하고 공포 정치를 하고 있다. 공산 독재자들을 떠오르게 한다.

그래서 자신들을 독재의 억압 속에서 해방시켜 주고 자유를 찾아줄 구원자를 기다리고 있는 것 같았다. 그 사람이 바로 사자왕 요나탄이다.

이야기는 요나탄의 동생 칼의 1인칭 화자의 형식으로 진행된다. 칼이 보고 관찰한 것 경험한 것, 사람에 대한 오해, 형에 대한 사랑을 어린아이의 마음으로 잘 묘사되어 있다.

요나탄과 칼은 많이 달랐다. 요나탄은 건강하고 용감하고 학교에서도 모범생이라 많은 사람들의 기대를 받고 있는 인물이다. 반면 동생 칼은 자신을 못생기고 겁쟁이에 다리까지 절룩거린다고 말하고 있다. 그래서 자존감이 많이 낮은 아이다. 형 요나탄이 자신을 구하고 죽었을 때

“이 도시에 사는 사람치고 요나탄 형의 죽음을 슬퍼하지 않은 사람은 한 명도 없을 것입니다.

형대신 내가 죽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고 생각하지 않는 사람도 없겠지요."

라고 말한다. 이 부분을 읽고 마음이 씁쓸하고 슬펐다. 어릴 적부터 능력이 많고 소위 잘났다고 하는 사람들이 죽으면 안타까워했고 존재감이 없는 사람이 죽으면 그러려니 하는 모습을 보았다. 심지어 남아선호사상이 강했던 시절 딸이 죽으면 키울 형편도 안되는데 차라리 잘 되었다고 하는 말까지 들었었다.

그런 형을 그리워한 칼도 죽어 낭기열라로 가게 된다. 그런데 아름다울 것만 같았던 낭기열라는 아름답지 못한 곳이다. 독재자 폭군 텡일이 지배하는 곳이다. 텡일은 폭군이자 독재자지만 자신이 살 길을 알고 있다. 모든 사람에게 폭군이지는 않다. 들장미골짜기 사람들은 모두 슬프게 살았지만 텡일의 부하들만은 기쁘다고 했다. 텡일이 부하들에게는 잔치도 베풀어주고 필요한 것을 다 해주기 때문이다. 현시대 독재자들도 이 방법으로 유지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독재자의 부하들이 올바른 통찰력과 진정 국민을 위하는 마음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낭기열라에서 스코르판(칼)은 건강해지고 점점 용기와 지혜를 길러 진정한 사자왕 형제가 되어간다. 그리고 사자왕형제는 독재자와 괴물에 맞서 싸우다 낭길리마로 가게 된다.

낭기열라라는 곳을 생각해 보면 낭길리마로 가기 위한 중간 통로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현실세계보다 더 문명이 발달하지 못한 곳, 마치 어두운 과거로 다시 돌아간 듯한 느낌이 든다. 거기서 한 번 더 죽어야 영원한 행복이 있는 곳으로 가게 되는 것이다.

낭기열라에서 죽은 사람들이 가는 곳이 낭길리마이면 차라리 빨리 죽어 낭길리마로 가는 것이 더 좋은 선택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아니면 낭기열라에서 한 번 더 자신의 임무를 완수해야지 갈 수 있는 곳인가?

죽음을 통과하는 판타지 세계, 두 번의 죽음 설정은 많은 생각을 하도록 하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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