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리다는 건 경험이 부족하다는 것! 아가, 너도 이제 한 가지를 배웠구나. 같은 족속이라고 모두 사랑하는 건 아니란다. 중요한 건 서로를 이해하는 것! 그게 바로 사랑이야.” <마당을 나온 암탉> 중
마당을 나온 암탉을 처음 만난 건 20년 전이다. 20년이 지난 지금 다시 읽어보니 오히려 지금 시대에 꼭 필요한 인생철학이 담긴 동화라는 생각이 든다.
그 당시에 읽었을 때는 마지막 부분을 읽고 이해가 잘 되지 않았다.
주인공이 죽은 건지 살았는지 한참을 생각했었다. 내가 느끼기에는 죽었다고 생각했는데 확신이 서지 않아서 책을 읽은 동료들에게 물어보곤 했었다. 그래서 어린이들이 읽기에는 내용이 심오하고 좀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리고 청둥오리를 물고 있는 족제비의 모습이 섬뜩하기도 했었다.
이 책은 동화지만은 우리 사회가 가지고 있는 안타까운 모습들을 동물의 의인화를 통해 잘 묘사되어 있다.
한 예로 마당 속의 동물들을 보면 텃세가 심하다. 그리고 힘의 논리에 의해 서열화가 되어 있다. 마당의 동물들은 그들 나름대로 마당에서 살아남기 위해 눈치를 살핀다. 그리고 자리싸움도 벌인다. 이들은 새로운 동물이 오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그래서 주인공 잎싹이 마당에 와서 사는 것을 원치 않는다. 잎싹은 폐계인데다 알을 낳을 수도 없는 암탉이다. 그래서 동물들 무리에서 더 무시를 당하고 상처를 받는다.
잎싹은 마당을 나오기로 결심하고 실천한다. 사실 마당안도 외롭고 힘들지만 마당 밖도 위험하다. 족제비가 새들을 사냥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잎싹에게 한 가지 소망이 있다. 바로 알을 낳아 품는 것 그래서 새 생명을 탄생시키고 잘 키워보는 것이다. 자신의 아이를 가지고 싶었던 것이다. 마당을 나온 잎싹은 알 하나를 발견하여서 자신의 알처럼 품어준다. 그 곁에서 청둥오리가 늘 지켜준다. 청둥오리는 잎싹을 지키다 족제비에게 잡아먹혀 버린다.
그런데 알에서 나온 동물은 병아리가 아니고 청둥오리다. 처음에는 엄마인 잎싹을 따르고 좋아하지만 자라면서 뭔가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된다. 사춘기가 온 것이다. 그래서 자신의 종족인 청둥오리와 함께 하려고 하지만 그들이 쉽게 받아들이지 않는다.
잎싹은 초록머리에게 말한다.
“어리다는 건 경험이 부족하다는 것! 아가, 너도 이제 한 가지를 배웠구나. 같은 족속이라고 모두 사랑하는 건 아니란다. 중요한 건 서로를 이해하는 것! 그게 바로 사랑이야.”
소중한 것들은 그리 오래 머물지 않는다. 그것을 알기 때문에 잎싹은 모든 것을 빠뜨리지 않고 기억해야만 했다. 간직할 것이라고는 기억밖에 없으니까.
잎싹은 세상의 이치를 거스르지 않는다. 집착도 하지 않는다. 자신의 아이라고 키운 초록머리가 자신의 족속을 따라가는 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 잎싹의 그런 모습을 바라보며 그녀를 무시하던 마당 동물도 비로소 존경을 표하게 된다.
잎싹은 마당 식구들 사이에서 모두에게 인정받으려고 하지 않는다. 그저 진정으로 통하는 친구 몇 명 만으로도 용기를 가지고 어려움을 헤쳐 나간다. 자신을 원하지 않는 무리 속에서 눈치 보며 살려고 하지 않고 과감하게 마당을 나와 자신의 삶을 살아간다. 그리고 한 명의 소중한 친구를 통해 자신의 소망을 이루고 진정한 사랑을 실천한다. 모두에게 잘 보이려고 애쓸 필요 없다.
먹고 먹히는 약육강식의 사회, 무리에서 텃세 부리는 사람들, 그리고 같은 족속이지만 그곳에서 느끼는 외로움 이런 것에 대해 잎싹은 말한다.
“같은 족속이라고 모두 사랑하는 건 아니란다. 중요한 건 서로를 이해하는 것!
그게 바로 사랑이야.”
마지막까지 다 읽고 난 뒤에 사랑과 죽음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잎싹에게 족제비는 비록 자신을 잡아먹으려고 한 존재였지만 같은 어미의 심정으로 자신을 희생한다. 참 경이로운 죽음이다. 그리고 아름다운 사랑을 실천한 암탉이다.
20년 전 그때는 이 책이 나에게는 세상 밖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용기를 준 책이다. 직장 생활과 인간관계에 지치고 두려워하고 있을 때 나의 동료가 이 책을 추천해 주었다. 은둔하면서 조용히 살고 싶었지만 잎싹이 과감하게 마당을 나와 어려움을 헤치며 소망을 이루었듯이 세상을 살아가는 것이 힘들고 상처도 많이 받지만 잘 이겨내고 나의 마음속 소망을 꼭 이루어 낼 것이라 다짐해 본다.
**이 글은 예스 24에서 ‘우수 리뷰’로 선정된 글로, 더 많은 독자와의 나눔을 위해 조금 수정하여 브런치에도 함께 게시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