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을 사랑한 돼지-
< 아기늑대 세 마리와 못된 돼지>

그림책 사색

by 천혜향

어릴 적 정말 재미있게 읽었던 그림책이 아기돼지 삼 형제였다. 이 책은 초등학교 1학년때 병원에 입원했을대 읽었던 책이다. 당시 어린이 병동에 입원했을 때 옆에 입원해 있던 아이가 빌려준 책이었다. 그 아이는 당시에 그림책을 많이 가지고 있었다. 그때 여러 권을 빌려 읽었던 것 같던데 아기돼지 삼 형제 이야기가 제일 재미있어서 여러 번 읽었던 걸로 기억한다.

초등 때는 단순히 부지런해야 된다는 교훈으로 알았다. 부지런한 셋째는 늑대로부터 살아남았다는...

하지만 이 그림책의 생각을 뒤집은 책이 있으니 바로 <아기늑대 세 마리와 못된 돼지>이다. 처음 책을 펼쳤을 때,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 아이들한테 읽어주니 아이들이 아주 즐거워했다. 특히 다이너마이트로 집을 폭발했을 때 아주 즐거워했다. 이런 나쁜 행동을 즐거워하다니 라는 생각도 들지만 역시 웃긴 장면이었다. 현대 건설기술에 맞게 아주 잘 패러디한 작품이다. 돼지의 폭력 적인 장면은 상상을 뒤엎는다.

하지만 이 폭력적인 돼지가 꽃으로 만든 집의 향기를 맡으면서 변하기 시작한다.

이런 마지막 장면을 보고 생각해 보았다. 돼지는 외로웠을 것이다.

단순히 못된 것이 아니라, 표현하지 못한 외로움과 누군가에게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었다.

못된 돼지는 말하지 못했다.

어떻게 사랑받고 싶은지, 어떻게 관심을 받고 싶은지.

그래서 집을 부수고, 아기 늑대들을 괴롭히며 자기 존재를 알리려 했던 것이다.

그러나 그림 속 돼지가 꽃을 바라보는 장면은 달랐다.

꽃은 화려하지도, 크지도 않았다.

하지만 돼지는 그 작은 꽃집을 조심스레 바라보며, 마치 숨겨진 보물을 발견한 듯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겉으로는 못돼 보이지만, 그의 마음속에는 부드럽고 섬세한 세계가 있었다.

그 중심에는 꽃을 향한 사랑이 자리하고 있었다.

못된 돼지가 꽃향기를 맡는 모습은, 그가 관계와 인정, 사랑을 원했던 존재임을 보여준다.

폭력과 장난기 뒤에 숨은 따뜻한 마음, 그 마음을 표현할 줄 몰랐던 외로움—

이것이 돼지를 단순한 악역이 아닌, 공감할 수 있는 인물로 만든다.

책장을 덮으며 나는 생각했다.

우리 주변에도 ‘못된 돼지’ 같은 사람들이 있다.

거칠게만 보이는 행동 뒤에도, 누군가의 시선과 작은 관심, 따뜻한 인정이 필요한 마음이 숨어 있을 수 있다.

그 마음을 읽고 이해하려 할 때, 우리는 서로에게 조금 더 부드럽고 따뜻해질 수 있다.

『아기 늑대 세 마리와 못된 돼지』는 단순한 패러디가 아니다.

타인의 마음을 헤아리고, 겉모습 뒤를 상상하는 힘을 길러주는 그림책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마음속 꽃을 사랑하고 지키는 일이 얼마나 소중한지, 그림 하나하나를 바라보며 잔잔히 깨닫게 해 준다.

keyword
이전 26화사소하지만 사소하지 않은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