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소하지만 사소하지 않은 것

<사소한 소원만 들어주는 두꺼비>

by 천혜향

도서관 그림책 코너에서 제목이 독특해서 골라보게 된 책이다. 소원을 들어주는 두꺼비가 아니고 사소한 소원만 들어주는 두꺼비란다. 역시 책은 제목부터 호기심이 생기도록 지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사소한 소원이 어떤 소원일까?

이야기 전체를 보면 옛이야기를 모티브로 해서 창작된 것 같다. 옛이야기에서는 동물이나 도깨비 같은 존재들이 자신을 구해주면 그 보답으로 소원을 한두 가지씩 들어주곤 한다. 그림책의 그림을 살펴보니 개구리 왕자가 생각나기도 하고 두꺼비랑 도깨비랑 글자가 헷갈리기도 한다. 지금 이 글을 쓰면서도 자꾸 도깨비라 쓰게 된다. 아마도 옛이야기에서 소원을 들어주는 도깨비를 많이 접해서 익숙해져서 그런 것 같다.

훈이는 학교 가는 길에 두꺼비 한 마리를 구해준다. 이런 행동을 하는 훈이를 볼 때 주인공 훈이는 생명을 사랑하는 착한 어린이일 것이다. 귀엽지도 않은 두꺼비의 생명을 구해주고 풀숲에 놓아준다. 이슬 먹고 정신 차린 두꺼비는 대뜸 훈이의 어깨에 오르며 보답으로 사소한 소원 한 가지를 들어주겠다고 한다. 자신은 두꺼비라 중요한 소원을 들어줄 만한 힘이 없다고 하면서... 두꺼비가 자신의 정체성을 알고 능력껏 도와주려고 한다. 그런데 훈이 입장에서는 두꺼비의 말이 모호할 것이다. 훈이는 짝꿍과 다투어서 짝꿍이랑 다시 친해지고 싶어 한다. 그래서 두꺼비에게 짝꿍이랑 다시 친해지는 것이 소원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두꺼비는 짝꿍이 화가 많이 나 있다며 사소한 소원이 아니라고 말한다. 인간의 마음은 마법으로 움직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예전에 본 영화 <알리딘>에서도 지니가 세 가지 소원 중 다 들어줄 수 있지만 누군가를 강제로 사랑하게 하는 것은 할 수 없다고 했다. 다음으로 훈이는 미술시간이 싫다며 체육시간으로 바꾸어 달라고 한다. 두꺼비는 다 같이 약속된 시간표를 지키는 것은 중요한 일이라고 하면서 거절한다.

화가 난 훈이는 사소한 것이 뭐냐고 묻자 아주 작고, 보잘것없는 것이라고 말한다. 어린이가 이런 소원을 생각하기나 할까? 아직까지도 이해하지 못한 훈이는 이번에는 급식시간에 나물반찬 대신 햄 반찬으로 바꾸어 달라고 한다. 그것 또한 사소한 것이 아니라고 하자 훈이는 두꺼비를 필통 속에 가둬버린다.

이런 훈이와 두꺼비의 행동을 본 결과 사소한 소원을 세 가지로 정리해 보았다.

첫째, 현실적으로 가능하고 세상의 이치에 맞는 소원이어야 한다. 화가 난 짝꿍의 마음을 갑자기 변화시킬 수는 없다.

둘째, 공동체의 질서를 깨 드리지 말아야 한다. 함께하는 학교생활에서 정해진 시간표를 무시하고 체육을 하고 싶다고 하는 것은 질서를 무너뜨리는 행동이다.

셋째,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소원이다. 즉 이기적인 소원이 되어서는 안 된다. 반찬을 자신이 좋아하는 반찬으로 바꾸어 달라고 하면 다른 아이들과 선생님들, 음식을 만드는 분들은 어떻게 되겠는가?

미술시간이 되자 짝꿍이 갑자기 지우개 좀 빌려달라고 한다. 훈이는 필통을 뒤졌지만 지우개가 보이지 않아 두꺼비에게 지우개 하나만 만들어 달라고 속삭인다. 과연 어떻게 되었을까? 소원이 이루어졌다.

그리고 서로 화해한다. 소원이 이루어진 그때 두꺼비는 창문밖으로 나갔다.

결국 두꺼비는 훈이의 처음 소원을 이루어 준 것이다. 짝꿍과 다시 친해지게 해 달라는 간절한 소원을.

그 소망이 이루어지자 자신의 임무를 다한 듯 두꺼비는 자신의 살길을 찾아 떠난다.

지우개는 과연 두꺼비가 마법으로 만들었을까? 아니면 두꺼비가 숨겼다가 꺼낸 것일까?

이 그림책은 문장은 짧고 간결하게 되어 있지만 그림과 함께 많은 교훈이 잔잔히 깔려있다.

근데 두꺼비가 교실에 따라온다면 과연 어떻게 될까? 여학생들은 소리를 지를 것이고 한바탕 소동이 일어날 것이다. 그림을 살펴보면 두꺼비가 책상 안에 들어가 있고 책으로 가려져 있어서 들키지는 않는다.

요즘 아이들에게 뭔가를 시키면 이것 하면 뭐 해줄 건데요?라고 말한다. 뭘 원하냐고 물으면 아이들은 사소한 것을 말하는 경우가 없다. 자신들이 엄청 원하는 것을 말한다. 하루 종일 피구나 게임하기, 피자, 간식 한 박스, 심지어 상품권 등등. 공부할 때 필요한 소소한 학용품을 이야기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참 안타까울 때가 많다. 학교 와서 친구와 사이좋게 지내는 것이 소소한 즐거움이고 행복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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