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버스가 오지 않던 날

단편소설 [베지터블 마스터] 中 3화

by 김서해


"엄마가…. 경은 이모한테 사기당했대. 우리 집 망했대. 우리 이사 가야 할지도 몰라."

그날따라 버스가 오지 않았다.

아니, 버스가 왔는데도 못 보고 못 탄 것일지도 모른다.


멍하니 땅바닥을 보며 앉아 있다 아차 싶어 고개를 들기를 몇 번, 아무리 기다려도 내가 탈 버스가 오질 않았다. 벌겋게 달아오른 철제 벤치에 엉덩이가 뜨겁게 달아오르도록 한참을 앉아 있었다.


ᅠ 엄마가 믿었던 친구인 경은 이모에게 사기를 당했다.

이미 일은 벌어질 대로 벌어져 수습할 수도 없는 지경인 것 같았다. 그날은 1시간 반이면 갈 집에 두 시간 반 만에 도착했다.


-엄마. 우리 이사가? 윤형이가 아까 전화 왔어. 도대체 뭔 일인데? 문자 보면 전화 좀 줘.

엄마는 전화를 받지 않았고 왠지 아빠에게는 전화를 걸 수 없었다. 아무도 없는 거실에 앉아 있다 컴퓨터를 켜 [집이 망하면, 지인 사기] 등을 검색해 봤지만, 유의미한 결과를 찾을 순 없었다.


경은 이모는 엄마가 취미로 다니던 뜨개방에서 만난 동네 친구였다. 남편이 화성에서 일회용품 만드는 공장을 하는데, 주차장에 벤츠만 3대를 놓고 돌려가며 타고 다닐 정도로 부자라고 했다. 몇 해 전부터 친자매처럼 친하게 지내더니 어떠한 이유로 엄만 경은 이모에게 큰돈을 사기당했다. 우리 집은 그걸 돌려받지 못해 망한다. 아니, 망했다.


아주 넓진 않아도 네 가족 여유 있게 살던 이 집을 팔아야 하고 아무래도 훨씬 좁은 또는 아주 낡은 빌라 같은 데로 이사 가야 할 것이다. 안락했던 생활은 이제 없어질 것이고 우리 넷은 앞으로 아주 큰 변화를 겪게 될 것이다... 실체를 알 수 없는 막연한 두려움들이 꼬리를 물고 머릿속에서 뭉게뭉게 피어올랐다.

안 되겠다. 일단 이틀 동안 제대로 씻지 못했으니 생각 정리도 할 겸 샤워를 하기로 했다.


ᅠ 쏴아아-


ᅠ 뜨겁다 못해 살이 푹 익을ᅠ것 같은 물을 정수리부터 맞았다.

눈을 감고 한참을 가만히 서 있는데 문득 현관문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집에 올 사람이 있던가. 아니겠지.


그런데 다시 쿵쿵쿵.

물을 끄고 욕실에 가만히 섰다.

어깻죽지에 물기가 마르고 머리카락 끝에서 똑똑 물방울이 떨어졌다. 욕실 문을 열고 빼꼼 현관 쪽을 바라봤다. 욕실에서 나온 수증기가 거실로 퍼져나갔다. 몇 초 동안의 정적이 흐르고 현관 밖에서 처음 듣는 남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전미숙ᅠ씨,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 집행관실에서 왔습니다. 계십니까?"


몸이 굳었다.

법원이니 집행관이니 잘 모르겠지만 드라마에서나 보던 그런 일이 일어나나 보다 했다.

물이 뚝뚝 떨어지는 알몸으로 문 밖으로 나가지도 다시 샤워를 하지도 못하고 그대로 산 송장처럼 오래도록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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