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 근래는 책이 읽히지 않습니다. 어떤 시점부터 글자가 들어오지 않았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습관처럼 펼치던 책장이 넘어가지 않고 멍하니 활자를 보고 있더라구요. 맹한 표정으로 의미 없는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자꾸만 생각이 어디론가 달아나버려요.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조차 모르겠는 그런 곳으로. 이런 시간을 어찌 보내야 할지 모르겠어요.
책이 읽히지 않을 땐 글도 써지지 않습니다. 써지지 않는 건지, 쓰지 않는 건지 구분도 안 갈뿐더러 구태여 구분하고 싶어지지도 않습니다. 작은 조각의 메모가 되었든, 일기가 됐든. 그 글이 무슨 종류이건 쓰이지 않습니다. 쓴다고 하여도 몇 자를 적다가 다시 어디론가 날아가버립니다. 대체 무슨 마음으로 이렇게 되는지 알길이 없네요.
이런 시기를 어떻게 보내야 할까요. 어떤 시간으로 채워야 좋은 것으로 채웠다 할 수 있을까요. 좋은 것이란 또 무엇이려나요. 차라리 누군가 제게 이게 좋은 것이다! 하고 정해주고 가셨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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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마음이 어디서 기인한 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일렁거리는 것이 가장 크려나요, 그렇담 일렁이는 마음은 어디서 오게 됐으려나요.
왜 무엇인지도 모르겠는 마음이 요동치려나요.
그 요동치는 마음은 자꾸 저를 어디로 데려가고 싶을까요.
한참 생각의 바다에서 헤엄치다 당신이 떠오릅니다.
당신이 떠올랐던 이유는.. 잘 모르겠습니다.
그저 당신이 떠올랐습니다.
당신과 했던 말들을 떠올립니다.
그렇게 멍하니 당신과의 대화를 곱씹습니다.
입 밖으로 뱉어도 보다가, 다시 또 되뇌이다
괜스레 혼자만의 표정도 갈무리를 해보고, 다시 또 다른 누군가 보게 될 표정을 지어보고.
다시 또 생각을 정리하고 억누르고
그러나 비싯비싯 새어 나오는 마음들은 갈무리되지가 않네요.
자꾸만 넘치려는 마음들을 어찌 도로 집어넣어야 하는지
방법을 모르겠습니다.
안 되겠습니다. 억지로라도 글을 써야겠어요.
마음을 다듬어야겠습니다.
이러다 당신께 괜한 감정을 전하게 될지도 모르니까요.
그 마음이 왜곡되어 전달되는 건 너무 아플 듯싶으니
다시 정돈하고 다듬어 적어야겠습니다.
또박또박 적다 보면 괜찮아지겠죠.
이 일렁거리는 물결이 잠잠해지겠죠.
그리하다 보면 당신께도 더 정돈된 글과 마음을 전할 수 있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