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끄적거림 2

맞닿음의 형태

by 문달슬

기대나 긍정 같은 말들이

요즘은 쉽게 떠오르지 않는다.

보고자 마음먹으면 볼 수 있던 내 사람들이

보고 싶은 사람들이 되어버린 요즘,

혼자 하는 생각이 늘어간다.

어쩌면 슬픔이 늘어난 것처럼.

25년의 끝과 26년의 시작이

하나로 엉겨 붙은 것처럼 느껴져서,

앞으로 올 시간들이

지금은 딱히 궁금하지 않다.


기대와 긍정 같은 것들이 메말랐다.

그래서 요즘 내가 바라는 건

부디 남아 있는 가족들에게

추가적인 큰일만 생기지 않게

무사히 지나가 주는 것.

그거 하나인데 꽤나 간절한 편이다.


이런 감정들이 생기고 나니

더 크게 와닿는 게

<맞닿음>인 것 같다.


고양이들이 꾸역꾸역 옆에 누워

조그맣게 닿아 있는 온기의 맞닿음.

가족들끼리 말하지 않아도

서로가 지렛대가 되어주는 감정의 맞닿음.

서로를 조금 더 단단하게 만드는

보이지 않는 무언가.

그 무언가는 과연 감정일까,

신뢰일까, 믿음일까, 핏줄일까.


굉장히 따스한데

어쩐지 슬픔의 맞닿음 같다.

이 시간을 어떻게 지나야 할지 몰라서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시간이 흘러가는 날들이 있다.

그래서

조용히 울컥거림이 가라앉기만을 바라게 된다.

부디, 잘 지나가기를.


이보다 더 최악은 없겠다 싶을 때

또 다른 최악을 만나고,

그때마다 가족들의 토닥임이

때로는 투박하게,

때로는 울먹거리며,

때로는 애쓰는 게 다 보이게

내 등에 맞닿는다.

그렇게 서로의 하루를 건너가게 한다.


토닥임이 닿지 못한 날에는

마음이 아주 무너지곤 하는데,

그중 몇 번은

내가 나를 더 몰아붙이기도 한다.

그게 혹시

다시 일어서려는 과정일까 싶어서..


누군가가 나에게

아무것도 하지 않고

시간을 보내는 방법을

알려줬으면 좋겠다.

나는 한 번도

아무것도 안 하면서

시간을 보낸 적이 없기에

곱게 시간을 보내는 방법이

나에게도 찾아왔으면 좋겠는데,

아직은 잘 모르겠다.

계속 기다리는 수밖에..


이렇게 기다리다 보면

또 다른 맞닿음을 만나

조금은 덜 아프게

지나갈 수 있을까.


밥 먹다가 부르면 "야아 오옹~"하고 오는 아가들처럼 언젠가 부르면 오는 행복이 꼭 오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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