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닿음의 형태
기대나 긍정 같은 말들이
요즘은 쉽게 떠오르지 않는다.
보고자 마음먹으면 볼 수 있던 내 사람들이
보고 싶은 사람들이 되어버린 요즘,
혼자 하는 생각이 늘어간다.
어쩌면 슬픔이 늘어난 것처럼.
25년의 끝과 26년의 시작이
하나로 엉겨 붙은 것처럼 느껴져서,
앞으로 올 시간들이
지금은 딱히 궁금하지 않다.
기대와 긍정 같은 것들이 메말랐다.
그래서 요즘 내가 바라는 건
부디 남아 있는 가족들에게
추가적인 큰일만 생기지 않게
무사히 지나가 주는 것.
그거 하나인데 꽤나 간절한 편이다.
이런 감정들이 생기고 나니
더 크게 와닿는 게
<맞닿음>인 것 같다.
고양이들이 꾸역꾸역 옆에 누워
조그맣게 닿아 있는 온기의 맞닿음.
가족들끼리 말하지 않아도
서로가 지렛대가 되어주는 감정의 맞닿음.
서로를 조금 더 단단하게 만드는
보이지 않는 무언가.
그 무언가는 과연 감정일까,
신뢰일까, 믿음일까, 핏줄일까.
굉장히 따스한데
어쩐지 슬픔의 맞닿음 같다.
이 시간을 어떻게 지나야 할지 몰라서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시간이 흘러가는 날들이 있다.
그래서
조용히 울컥거림이 가라앉기만을 바라게 된다.
부디, 잘 지나가기를.
이보다 더 최악은 없겠다 싶을 때
또 다른 최악을 만나고,
그때마다 가족들의 토닥임이
때로는 투박하게,
때로는 울먹거리며,
때로는 애쓰는 게 다 보이게
내 등에 맞닿는다.
그렇게 서로의 하루를 건너가게 한다.
토닥임이 닿지 못한 날에는
마음이 아주 무너지곤 하는데,
그중 몇 번은
내가 나를 더 몰아붙이기도 한다.
그게 혹시
다시 일어서려는 과정일까 싶어서..
누군가가 나에게
아무것도 하지 않고
시간을 보내는 방법을
알려줬으면 좋겠다.
나는 한 번도
아무것도 안 하면서
시간을 보낸 적이 없기에
곱게 시간을 보내는 방법이
나에게도 찾아왔으면 좋겠는데,
아직은 잘 모르겠다.
계속 기다리는 수밖에..
이렇게 기다리다 보면
또 다른 맞닿음을 만나
조금은 덜 아프게
지나갈 수 있을까.
밥 먹다가 부르면 "야아 오옹~"하고 오는 아가들처럼 언젠가 부르면 오는 행복이 꼭 오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