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2: 혼자서 살아갈 수는 없는 걸까.

새내기의 고충

by Marin

대학 합격통보를 받은 지 2달이 되어간다. 재수를 해서 대학을 들어온 나에게 '대학 합격증'이란 7살 꼬마농부가 1년 동안 온갖 고생을 하며 맺은 결실 같은 것이었다. 현역 때는 원하는 과가 아니면 안 넣겠다는 생각으로 대학에 지원도 하지 않았고, 재수 때는 제발 뭐라도 붙었으면 하는 마음에 무종교이긴 해도 모든 신의 이름을 다 불러가며 매일밤 기도를 했다. 그 정도로 간절했던 대학 입학이었다.


하지만 2월부터 시작된 오리엔테이션과 새로 배움터 등은 가지 못했다. 첫 번째로 사랑니 발치를 했다는 점, 두 번째로 잠에 민감하다는 점이다. 사실 잠귀가 밝지 않아서 자는 도중에는 별 문제가 없으나 자기 직전이 문제였다. 나는 2박 3일이라는 기간 동안 동기들과 친해질 자신이 없었다. 생리현상도 트는 것이 너무나도 꺼려졌다. 그래서 나는 아무런 행사에 참여하지 않은 상태로 개강을 맞이했다.


당연히 2박 3일을 함께한 99%의 동기들이 대부분 친해져 있었다. 내가 선택한 거라지만, 어쩔 수 없었던 거라지만, 그리고 당연한 거라지만, 나는 왠지 혼자 모르는 사람이라는 사실이 씁쓸해졌다. 그렇게 나는 수업에만 집중하자는 생각을 했고 개강 이후에도 이어지는 어떤 행사에도 참여하지 않았다.


소문처럼 군기가 있거나 동기들 중에 나쁜 사람은 정말 없었다. 다들 나처럼 평범한 학생들이었다. 개강한 지 2주 정도 지났을 쯤에 동생에게 대학 인간관계에 대해 이야기를 했다. "내가 사실은 사람들과 친해지고 싶은데, 일부러 피하는 건 아닐까?" 그때 동생은 내 가슴에 딱 꽂히는 말을 했다.


"언제까지 알 속에 있을 거야? 내가 대학생이었으면 어떻게든 놀려고 발악했을 거야."그때 동생이 참 대단하게 보였다. 별 말도 아닌데, 그저 나가 놀라는 말에 내 마음이 크게 흔들렸던 것이다. 물론 중학교 3학년이라 놀고 싶은 마음이 가득해서 한 말일테지만, 어쨌거나 그 말은 나에게 굉장히 필요한 말이라고 생각했다.


잘 모르겠으면 일단 부딪쳐라!!


나는 이 말을 기억하며 앞으로 있을 모든 행사에 참여했다.

술을 한 번도 먹어본 적 없지만, 그냥 가보자. 술게임 몰라도 그냥 가보자. 술 취해서 쓰러져도 응급실 가면 되니까.


그렇게 간 개강총회는 걱정한 것보다 재밌었다. 선배들은 술을 처음 마시는 거니까 건배만 하고 술은 마시지 말라고 했다. 나는 그런 배려에 너무 감동했다. 모두가 체대 군기 문화를 언급하며 내 걱정을 했다. 근데 전혀 아니었다. 처음 먹은 소주는 정말 손소독제 맛이 났다. 5살 때 즐겨하던 매니큐어 냄새, 정확히 말하면 독하디 독한 아세톤 냄새가 그 소주잔에서 그대로 나고 있었다. 같은 조에 나 같은 내향인만 있어서 술게임도 거의 하지 않았다. 주변은 심하게 정신없었다. 그래도 우리 조의 칵테일바 같은 그 편안한 분위기가 좋았다. 내가 더 나대고 싶은 그런 분위기.

'중경삼림'의 스텝프린팅 장면 같은 그 분위기. 내 주변만 느리고 주변은 정신없는 그런....

'중경삼림'-스텝 프린팅

그날이 너무 좋았기에, 나는 그다음에 있을 과 술자리에 기대를 가지고 있었다. 나는 또 조용하게 수다를 떨고 얼굴을 익히면서 선배들에게 정보를 받고 싶었다.


그러나 그날은 왠지 내 생각과 다른 날이었다. 내 주변은 모두가 외향인이었다. 그것부터가 엄청난 고비였다. 그들에게서 쏟아져 나오는 엄청난 에너지를 버티기엔 나는 그에 비해 너무 에너지가 없었다. 정말 그 에너지는 술을 먹어야만 나올 수 있는 젊음의 에너지, 靑春의 에너지였다. 당최 알 수 없는 술게임 노래와 술게임 들을 온몸으로 겪으며 나 자신이 점점 위축됨을 느꼈다. 술게임은 전혀 모르고 그저 내 앞에서 걸리기만을 바랬다. 노는 자리인데, 칠판에 나가 수학문제를 풀 때와 비슷한 느낌이었다. 아무래도 이 상황은 내게 맞는 상황이 아니었다. 술게임을 알려달라고 하기엔 이미 바람이 태평양 사이를 지나가듯 너무 순식간에 모든 것이 진행되었다. 어떻게 다들 저렇게 잘 놀지? 나는 왠지 그들과 다른 느낌이 느껴지는 것이다. 내가 빨리 빠져주는 편이 동기들에게도, 나에게도 좋을 것 같았다. 그리고 실제로 먼 거리라 금방 나가야 했다. 나는 동기들에게 말하고 나서 얼른 술집에서 나왔다.


겨우 소주2잔을 먹고 나는 폐 속의 내용물을 게워냈다. 나는 포차를 나오자마자 입을 크게 벌리고 땅이 꺼져라 한숨을 쉬었다. 적당히 선선한 3월의 밤공기가 내 기분을 더 울적하게 만들었다. 얼른 집에 가서 책을 읽거나 여행 유튜브 영상을 보고 싶었다. 나는 무언가에 쫓기듯이 얼른 집에 갔다. 아마 그때 나를 쫓던 건 '낯섦'이라는 두려움 비슷한 감정이었으리라.


나는 사실 카페에서 좋아하는 사람과 단둘이 이야기하는 것을 더 좋아한다. 그래서 문득 든 생각이 있다. '알에서 나온다는 게 대체 뭔가?'라는 생각이었다. 자주 놀러 다니는 것, 일탈하는 것, 내 삶의 분위기와는 다른 것을 하는 것. 이런 것에서 왠지 모를 뿌듯함과 희열을 느껴야 하는 거 아닌가? 나는 왜 더 위축되고, 더 힘겨워했는가. 내가 이번 술자리에서 적응을 못한 건 2가지일 것이다. 첫 번째, 아직 타이밍이 아니라는 것. 두 번째, 시끌벅적한 술자리와 애초에 맞지 않는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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