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석은 주변에 못난 돌이 있기 때문에 존재한다.
나는 요즘 1호선이 목적지까지 더 빠름에도 불구하고, 4호선을 타고 등하교한다. ep1에서 언급했던 1호선 노인 사건 때문에 4호선을 타고 등교하기 시작했는데, 며칠간 타면서 느낀 점은 4호선 승객들이 그나마 더 세련된 느낌이다. 1호선은 정말이지 분위기 자체가 칙칙하다.. 열차 자체가 곧 정년퇴직을 앞둔 회사원처럼 힘겹고 노련함이 느껴진다.
그에 비해 4호선은 젊은 사람들이 많이 타서 왠지 좀 편하게 느껴진다. 이 지하철에는 양복을 입은 젠틀한 노인들이나, 한껏 꾸민 젊은이들, 쉬는 날을 이용해서라도 만나려는 애정 깊은 커플들이 탄다. 그리고 안산역을 지나서인지 이슬람 가족들도 많이 보이는데, 그 파키스탄 국적(으로 추정되는) 아이의 맑고 커다란 눈을 보고 있으면 참 생기 넘치는 듯하다. 1호선의 노쇠하고 쇠약한 눈빛과는 분명히 대조된다. 이곳(4호선)에서는 10명이면 10명 다 무언가를 하고있다. 책을 읽거나, 과제를 하거나, 영어공부를 하는 사람도 있다. 참으로 대단한 사람들이다.
근데 문득 드는 생각이 있다. 이상하게 4호선에서는 그런 문화생활과 자기 계발을 하는 사람들이 눈에 잘 안 띈다는 점이다. 1호선에는 언어공부를 하거나, 사람들이 싸우는 와중에도 자리를 옮겨 꿋꿋하게 책을 읽는 사람들이 정말 눈에 띄었다. 그래서 1호선에서는 4호선보다 그런 사람들의 가치가 더 두드러지는 느낌이었다.
사람이 꼭 좋은 환경에만 있어야 할까. 가끔은 그런 복잡하고 나쁜 환경 속에 들어가 그 속에서 빛나는 사람들을 찾을 줄도 알아야 하는 것 같다. 이게 바로 저번에 동생과 얘기하던 '경험을 통해 알을 깨고 나온다'는 말의 뜻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