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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 trainer Feb 23. 2024

나를 독서의 길로 인도한 R

책 정리를 하다 발견한 '사람과 동행하는 인생이 실패할 수 있어도 책과 동행하는 인생은 실패하지 않는다' 책갈피를 보며, 이 글귀를 정성스레 코팅하여 선물로 줬던 R생각에 잠시 추억에 잠겼다. 대학 신입생 때 스터디 그룹에서 만난 그녀는 책과 관련 없이 살던 나를 독서의 길로 인도한 사람이다.


시간만 나면 책을 펼쳐 읽으며 용돈의 10%를 우선적으로 책 사는데 쓴다는 R, 그녀의 묘한 매력에 끌려 그때부터 나도 용돈이 생기면 먼저 책을 샀다. 그리하여 내 책상엔 책이 수북이 쌓여갔지만, 난 읽지 않았고 책들은 먼지로 덮혀졌다.

그러다 연애에 실패하고 방황하며 밤을 지새 돌파구를 찾으려 책을 읽기 시작했는데 그것이 내 독서의 출발점이었다. 책을 통해 알게 됐다. 세상은 참 넓고 나와 전혀 다른 많은 사람들, 각양각색의 삶이 존재한다는 것을. 그리고 보게 됐다. 책의 가치를 모른 채 살아온 내 무지와 어리석음을.

A.J. 크로닌과 애거사 크리스티를 좋아한다는 그녀 말을 따라 그들 작품을 모두 읽었는데, 많은 세월이 흐른 지금도 내 삶에 소중한 기억으로 남아있다. 그녀와 친하게 지냈더라면 많은 것들을 배웠을 텐데 그러지 못해 무척 아쉽다. 그럼에도 그녀를 만나 내가 허영심에라도 책 사는 습관을 가졌고, 덕분에 나중에 책을 가까이하게 됐으니 R은 내게 참 고마운 존재다. 그녀는 지금 어디서 어떻게 살고 있을까? R의 소식이 몹시 궁금해지는 오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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