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B trainer Mar 12. 2024

아이들 버킷리스트를 보다가

방 정리하는 아내를 도와 책상 정리를 하다가 우연히 아이들 버킷리스트를 보게 됐다. 20살 무렵에 작성한 듯한 외국 여행 계획부터 엄마에게 새 차를 사주겠다는 다짐 등 다양한 꿈들을 읽어가며 흐뭇해졌다. 그래서 단톡방에 모두 이루길 바라는 응원의 소감을 띄웠다. 한없이 어린 줄만 알았는데 어느새 건강하게 부쩍 커버린 모습들에 마음 뿌듯하다.

진로에 대해 적었던 대로 딸은 1년 전 간호사가 되었고 아들은 어제 경찰이 되었다. 아이들 소식을 전하러 아버지 어머니를 모신 추모관에 가는 길, 창 밖으로 보이는 수많은 병원 경찰서 간판들이 모두 내 것처럼 친근하게 느껴졌다. '자식이 성장하여 자기 자리를 찾아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도 부모의 큰 기쁨'이란 말을 깊이 실감하게 되는 오늘, 어려운 가운데에도 아이들을 잘 키워준 아내에게 다시 감사한. 


요즘 직장에 들어갔던 청년들이 계속되는 악성민원과 직장 내 괴롭힘에 시달리다 극단적 선택을 하는 것을 종종 보게 된다. 그런 소식을 접할 때면 참 안타깝고 마음 아프다. 타인을 멸시하며 갑질을 하는 그들은 대체 어떤 정신 상태를 지녔길래 그러는 까? 우리 사회의 주인공인 청년들이 그런 못된 어른을 만나 꿈을 펴지도 못한 채 꺾이는 비극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았으면 한다. 이제 막 사회에 발을 내디딘 아이들이 그곳에서 잘 적응하며 정착하기를 빈다.

일을 마치고 숙소로 오는 길, 문득 잊고 살았던 내 버킷리스트가 생각나 들어와서 찾아보았다. 10년 전작성한 내 버킷리스트 중 첫 번째는 아내와 한 달간 전국여행을 하는 것이다. 생각해 보니 이제까지 아내와 둘이 편하게 여행한 적이 한 번도 없다. 결혼했을 무렵 난 야학교사를 했는데 검정고시를 목전에 두고 있어서 신혼여행도 가지 못했다. 아내는 고맙게도 낮에 일하고 피곤한 으로 밤늦게 공부하는 학생들 사정을 헤아리고 양보하며 응원해 주었었다.

얼마 전 모임 중에 여행 이야기가 나와서 은퇴한 후 여유롭게 여행하겠다고 했더니, 사람들이 이구동성으로 그때 건강이나 상황이 나빠질 수 있으니 지금 당장 여행하라고 한다. 세월을 통해 얻은 경험에서 오는 선배들의 말은 대부분 옳다. 여행은 세상을 보는 시야를 넓히고 생각과 편견을 바꾸는 좋은 기회 한다. 이 말 교훈 삼아 이제부터라도 시간을 쪼개 아내와의 여행을 시작해야겠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