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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 trainer Mar 05. 2024

걷기 그리고 K형

재작년 11월 걷기의 중요성 글을  걷기를 새해 목표로 정했었다. 나는 앉아서 일을 하며 퇴근해 들어오면 대부분 책에 파묻혀 지낸. 운동 부족으로 갈수록 뱃살이 늘어났. '운동해야 는데' 생각 어느 날 노인회관 앞에 걸린 누죽걸산 판을 보고 걸음이 멈춰졌다. 누우면 죽고 걸으면 산다는 그 말이 경고의 의미로 무겁게 다가왔다. 걷기를 새해로 미룰 일이 아니었다. 즉시 걷기를 시작했다. 마침 내가 사는 숙소는 천변길이 아름답게 단장된 근처에 자리하고 있어서 걷기와 산책하기에 좋았다.


천변길에 나가 보면 많은 이들이 걷고 달리며 설치된 기구를 이용해 열심히 운동을 한다. 비가 오고 바람 부는 날에도 꾸준하게 한다. 하루도 빠짐없이 맨발 걷기를 하는 도 있다. 그들을 보며 운동도 성실하고 절실함이 있어야 하는 것임을 배운.

 의지로 걷기를 시작했지만 며칠 만에 몸이 피곤해지자 하기 싫은 핑계들이 터져 나왔다. 하지만 이렇게 그만둘 수 없는 것, 불편한 몸을 이끌고 나와 걷는 어르신 바라보음을 다잡았다. 그리고 산책하듯 편하게 걸었다. 그렇게 이어진 걷기가 1년을 거치며 습관이 됐고 거리도 조금씩 늘어나 1.5만 보가 됐다. 그리고 자주 만나는 몇 사람과는 인사를 하며 가끔 음료도 나누는 사이가 되었다.


걷기를 하다 알게 된 사람 중 한 명인 K형은 나와 연배가 비슷한 사람으로 이상하게도 걸을 때마다 마주쳤다. 모른 척 다니다가 6개월쯤 되어 목례를 시작했고, 차츰 낯이 익어 어쩌다 보이지 않으면 궁금하기도 했다. 요즘 며칠째 보이지 않아 무슨 일이 있나 걱정하던 오늘 K형이 벤치에 앉아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반가움에 다가가 음료를 꺼내 안부를 물었더니, 이제껏 말이 없던 그가 커피 한 잔에 얽히고설킨 삶의 실타래를 풀어놓았다.   

K형은 일찍부터 건설업을 했는데 두 번의 부도를 맞았고 재기를 위해 전국 각지의 현장을 돌아다니며 악착같이 살았다 한다. 갖은 노력 끝에 겨우 안정을 찾고 주위를 돌아봤더니 딸아이는 성장해 독립했고 아내에겐 애인이 생겨 있었다 했다. 엄청난 배신감에다 고생해 벌어 준 많은 돈을 모두 써버린 모습에 너무 화가 나 죽이려는 생각도 잠시 했단다. 하지만 아내가 그렇게 된 것은 자신에게도 책임 있음을 통감하여 이혼을 하고, 모든 걸 잊기 위해 무작정 그렇게 걸었다 했다.   

양쪽 말을 다 들어보지 않아 자세한 내막 알 수 없지만 K형상황참 쓸쓸했다. 바닥으로 떨어졌다 다시 올라서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경험한 사람은 잘 알 것이다. 어렵다는 일을 두 번이나 해낸 그였지만 예순을 바라보는 나이에 혼자가 되었다. 나이 들수록 설 자리가 좁아지는 남자들의 고민이며 숙제인 노년기 삶... 가족을 위해 살았지만 가족이 자신을 지켜주는 것은 아니더라K형의 말과, 일을 핑계로 가족에게 소홀해서는 절대 안 된다는 월트 디즈니 말이 교차되어 나를 찔러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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