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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 trainer Apr 06. 2024

지구대의 전화 요청 메시지

출근 준비로 걸려온 전화를 받지 못했던 오후, 아들이 재직 중인 지구대로부터 전화 요청 메시지가 왔다. 순간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아들의 신변에 어떤 상황이 발생되어 보호자인 내게 연락했음을 직감했기 때문이다. 떨리는 마음을 진정하고 전화를 하니, 아들이 동행한 상사와 함께 살인 용의자를 제압하는 과정에서 얼굴과 팔에 화상을 입어 전문병원으로 이송 중이라고 했다. 회사에 급히 휴가를 내고 아들이 가고 있다는 청주로 향했다. 전역 후 공무원 시험에 뛰어든 지 8개월 만에 합격하여 큰 기쁨을 주었던 이제 25살인 아들, 화상도 화상이지만 그 부위가 얼굴이란 소식에 더 신경 쓰였다.
 
밤늦게 도착해 얼굴과 양팔에 2도 화상이라는 관계자의 말을 듣고 입원실로 올라가 아들을 만났다. 예기치 못한 사고에 많이 놀란 듯했지만 걱정했던 것보다는 좋아 보여 조금은 안심이 됐다. 동행했던 상사인 주임 경위님도 부상을 당했는데 아들보다 상태가 더 좋지 않았다. 나를 보더니 경위님이 아들을 잘 보호하지 못해 미안하다고 했다.  경위님이 미안해할 일이 전혀 아니라고 말하며 잘 치료받아 빨리 나을 생각만 하자며 위로했다. 그리고 애타게 소식을 기다리고 있을 아내와 딸에게 괜찮다고 전화했다. 어느새 밤이 깊어져 새벽이 되었지만 착잡한 마음에 잠이 오지 않았다. 괜찮다고 했지만 사실은 괜찮기를 바라는 내 바람뿐이었기에.

다음날 오전 지방청 담당자가 나와 보호자인 내게 위로의 말을 전한 후 공상처리 및 치료 안내, 장애 시 보상 등에 대해 설명했다. 하지만 나는 그것들이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오직 빨리 나아서 퇴원하길 바라는 마음뿐이었다. 설명을 듣고 병실에 올라갔더니 아들이 눈 코 입만 내놓고 안면 전체를 감싼 채 고통스러워하고 있었다. 억장이 무너져 내렸다. 할 수만 있다면 고통을 내게로 옮겨 대신 받고 싶었다. 하지만 그럴  없기에 이제 바랄 것은 그가 잘 견디며 치료되어 좋은 모습으로 회복되는 것뿐, 마음을 다잡고 아들에게 용기를 건넸다.

며칠 후 딸 동생을 면회 갔다가 울며 돌아와 내게 말했다. 보니까 부상 상태가 심한데 아빠는 왜 괜찮다고 하는 거냐, 얼마만큼 다쳐야 괜찮지 않은 거냐고 했다. 사실 붕대로 감싼 아들을 보며 내 마음도 아팠다. 그러나 나는 가족을 안정시켜야 할 가장이었기에 좋은 쪽으로 생각하기로 했다. 고통스러운 시간들이 그렇게 흘러갔다. 다행히도 젊은 데다 좋은 의술 덕분에 한 달 만에 많이 좋아져서 퇴원을 하고 다시 한 달간의 통원 치료를 거쳐 얼마 전 아들이 현업에 복귀했다. 부상 정도가 더 심했던 경위님도 아들보다 달을 더 료받고 회복되어 복귀했다.


당시 사람을 죽이고 도주했던 그 용의자는 더 이상 도주할 수 없는 곳에 가로막히자 분신을 시도하여 현장에서 즉사했다. 그것이 큰 사회적 이슈가 되어 사고 장면이 TV를 통해 여러 차례 방송된 끔찍한 사건이었다.

아들의 회복으로 우리 가족은 다시 웃음을 찾았다. 기념하는 의미로 분위기 좋은 식당에서 함께 외식을 했다. 힘든 시간을 잘 견뎌내고 건강하게 복귀한 아들과 서로의 소중함을 다시 확인한 아내 딸에게 감사한다. 어려운 고비들을 여러 번 넘어온 우리 가족, 앞으로는 좋은 일들이 가득하기를 소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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