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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 trainer Feb 08. 2024

나와 살기엔 아까운 사람

내 어리석은 판단에다 지인의 배신까지 더해져 물려받은 많은 재산을 다 날리고 억대의 부채를 떠안게 되었을 때 난 절망했다. 살아갈 의욕을 잃고 피시방에 틀어박혀 1년 반을 지냈다. 지독한 게임 중독자가 되어 현실 감각을 모두 잃었을 때, 내 몰골은 말이 아니었고 주위 사람들은 폐인이 되었다고 수군거렸다.


회복불능 소릴 듣던 그런 내가 변화되어 새 삶을 살 수 있는 것은 아내 덕분이다. 문제의 당사자인 남편은 소식조차 없고 집에 몰려드는 채권자들로 잠들 수 없는 날들이 계속되었다 한다. 여느 사람 같으면 이혼 요구를 하거나 가출했을 것이다. 그러나 아내는 그런 환경 속에서도 채권자들을 지혜롭게 상대하며 벌어서 아이들을 키워냈다.  


이혼을 요구한 건 오히려 나였다. 고통은 더해지고 해결의 실마리는 보이지 않았기에 그녀를 놓아주는 것이 차라리 낫겠다 싶어서였다. 그런데 아내는 지금은 안 된다고, 나중에 잘 되고 나서 그때 생각해 보겠다고 했다. 

 말에 눈에서 큰 눈물이 떨어졌다. 이런 사람을 두고도 정신 차리지 못한다면 사람들 말대로 난 폐인이 된 것이리. 아내의 눈물을 보며 목숨을 제외한 모든 것을 버리고 바닥을 기기로 굳게 결심했다. 그리고 오랜 기간 혹독한 대가를 지불하며 긴 어둠의 터널에서 나왔다.

세상에서 가장 불쌍한 여자는 죽은 여자가 아니라 잊혀진 여자라 한다. 몸과 맘을 바쳐 희생의 삶을 살았으나 알아주는 사람 없이 기억 속에서 잊혀 버린 여자를 말함이다. 난 무슨 일이 있어도 아내를 잊힌 여자가 되게 해서는 안 되는 사람이다. 굴곡 많은 내 인생에 휘말리어 온갖 고생을 한, 모두가 나를 떠나갈 때 끝까지 남아 나를 지켜준, 그 사람의 인내와 희생을 잊고 어찌 사람으로 살겠는가.

30년을 지내며 느끼는 건 아내는 나와 살기엔 아까운 사람이다. 이제 아내를 행복하게 하는 것이 내 남은 생의 최우선 목표가 되었다. 어떻게 하는 것이 그녀를 행복하게 하는 것일까? 고민하다 영화 '이프 온리'에서 한 가지 답을 얻었다. 그녀를 가진 것에 감사하며 계산 없이 사랑하라는 말, 꼭 명심하며 살리라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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