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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깨달음의 샘물 Dec 05. 2023

가루이자와(軽井沢)가 갖는 매력에 푸~욱 빠져 봅시다

Chapter 2. MUST-SEE인 곳, "구모바이케(雲場池)"

가루이자와를 찾았을 때 반드시 챙겨 보아야만 할 곳은 어디일까? 물론 사람들마다 주된 관심사가 제각각이니 일률적으로 답할 수는 없다. 그런데 가루이자와를 다녀온 사람들이 열이면 열, 아니 백이면 백이 하나같이 입을 모아 Must-see라고 외치는 곳이 있는데, 바로 오늘 이야기하는 "구모바이케(雲場池)"가 그곳이다. 심지어 어떤 이는 가루이자와 여행의 하이라이트로 구모바이케를 꼽기도 하던데, 일본의 황실가 또한 가루이자와에 방문하면 반드시 구모바이케를 들른다고. 


구모바이케는 내가 가루이자와에서 머무는 호텔에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었고, 하여 가루이자와에서의 둘째 날 관광의 시작을 구모바이케로부터 하기로 마음먹었다. 아래 지도 중간에 내가 푸른색으로 동그란 점을 찍어 놓은 것이 보일 텐데, 그곳이 내가 가루이자와에서의 둘째 날 아침을 해결한 사와무라(沢村)라는 카페이고, 그곳에서 구모바이케(雲場池, 지도 왼쪽 파란색 동그라미 분)까지는 직선거리로 700여 미터. 

사와무라에서의 아침 식사 후 소화도 시킬 겸 산책 삼아 아래 사진 속에 보이는 길을 따라서 구모바이케를 향해 걷기 시작했다. 하늘을 향해 쭉쭉 뻗은 나무들 사이로 난 길을 따라 한가로이 말이다. 그리고 이 길을 따라 계속 걸어갔으면 아마도 어렵지 않게 구모바이케에 이를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위 사진 속의 큰길을 버리고 지름길인 것으로 생각되는 숲 속으로 나있는 길로 접어들면서 일이 꼬이기 시작했다. 물론 처음에는 좋았다. 예기치 않게 이렇게 멋진 풍경과 맞닥뜨리기도 하고 말이다.  

그러나... 여기서부터 난 미로에 빠져 허덕이고 말았다. 오가는 사람들이 있으면 가는 길을 물을 수 있으련만, 문패까지 내건 집들이 많은데도 불구하고 인기척을 전혀 느낄 수가 없었다. 그 이유는 (나중에야 알게 된 것이지만) 이 집들은 모두 여름 피서철을 위한 별장들이었기 때문이다. 아, 내가 가루이자와를 찾았던 때는 1월이었다. 그런데 정작 이 숲 속에서 내가 헤맬 수밖에 없었던 가장 큰 이유는 이것이 아니라, 그들 별장들로 길이 가로막혀 있어 지도가 가리키는 구모바이케 방향으로 나아갈 수가 없었다는 것이다. 디행스럽게도 30 여분을 헤매다 드디어 어렵사리 구모바이케 이정표와 마주쳤는데, 그때의 기쁨이라니...  

그렇게 힘들게 찾은 구모바이케 앞의 안내판. 여러 나라말로 구모바이케에 대한 설명을 해놓았는데, 반갑게도 우리나라 말이 보인다: "옛날엔 백조가 날아들었기 때문에 백조의 호수(Swanlake)라는 애칭으로 불리기도 했다. 사계절 모두 아름답지만, 푸르른 하늘과 초록빛깔의 녹음이 압권인 초여름 그리고 단풍이 곱게 물든 가을이 특히 아름답다" 

위 안내판 속에서 사계절이 모두 아름답다는 글을 읽고 나서 일본 야후(yahoo.co.jp)에 떠있는 초여름과 가을의 구모바이케 모습을 찾아보았고, 그 가운데 두 장의 사진을 가져왔다. 이것이 초여름의 구모바이케 사진이고,  

이것은 단풍이 물든 가을의 구모바이케 사진이다. 

구모바이케 바로 앞에 또 하나의 안내판이 서있는데, 이곳에는 한글이 보이지 않는다. 내용? "연못의 발원지가 상류에 있는 호텔의 정원이며, 예로부터 수질이 좋고 수량이 많았다. 특히 숲이 수면에 드리우는 그림자가 아름답다"  

겨울의 구모바이케 모습인데, 왜 사람들이 이곳을 강력 추천하는지 알게 만들어 준다. 크지 않아서 안온한 감을 주고, 때문에 정겹다. 일본 사람들이 이곳을 구모바'호수(こすい)'라고 부르지 않고, 구모바'연못(いけ)'이라고 부르는 이유가 이해가 되는 모습이다. 다만 안타깝게도 사진은 구모바이케의 분위기를 제대로 전달하지 못한다. 

구모바이케의 모습이 너무도 마음에 들어 좀처럼 하지 않는 일을 해 보았다. 사진 속에 내가 들어가 본 것인데... 역시, 멋진 풍광만 망쳐 놓았다. 

앞에서 말했듯이 구모바이케는 그리 크지 않다. 따라서 연못가를 따라 나있는 산책로를 따라 한 바퀴를 돌아 나와도 그리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으며, 연못의 폭이 좁아지기 시작하는 부분에서 돌아 나오면 소요 시간은 30분 정도면 충분하다. 그러하니 구모바이케의 참모습을 보기를 원한다면 반드시 연못가의 산책로를 걸어 보기를 바란다. 지금부터는 말이 필요 없다. 걷다가 머물렀다가를 반복하며, 마음 내키면 찍어 놓았던 사진을 방출하는 것이니 말이다. 

어디가 물인지, 어디가 실제 모습인지...

구모바이케의 전체 분위기를 전달해 주지는 못하지만, 개인적으로는 가장 마음에 드는 사진은 이것이다. 

그리고 또 몇 장의 사진을 남긴다. 어디에 카메라를 들이대어도 엽서라는 표현이 딱 들어맞는 구모바이케의 모습이다.

사람들은 말한다. 구모바이케는 초여름과 가을이 특히 아름답다고... 그러나 (초여름과 가을의 정취를 직접 맛보지 못해서 그런지는 몰라도) 나는 내가 찾은 겨울의 구모바이케가 훨씬 더 마음에 들었다. 아, 어쩌면 찾는 이 없는 겨울, 그것도 이른 아침에 이곳을 찾아서 구모바이케를 나 홀로 온전히 즐길 수 있었기에 그런 것 같기는 하다. 아래 사진은 구모바이케의 겨울 분위기를 가장 잘 보여주는 사진이라고 생각되는데, 해서 이글의 대문 사진으로 이것을 택하기로 한다. 

백조였으면 더 좋았겠지만, 아쉬운 대로 오리 떼의 출현도 연못의 분위기를 Up 시킨다. 

아, 오리라고 하여 모두 물에 들어가는 것을 즐기는 것은 아닌가 보다. 이 한 무리의 오리들은 연못가에서 물장구를 치며 놀고 있다. 

위에서 보여준 사진들에서 볼 수 있듯이 구모바이케의 물은 1월에도 얼어붙어 있지 않았다. 그런데 같은 구모바이케인데도 불구하고, 햇볕이 잘 들지 않고 수심이 낮은 곳에는 이렇게 꽝꽝 얼어붙어 있다. 

구모바이케. 한 마디로 정말 강추한다. 수면 위에 비치는 자작나무와 전나무들, 때마침 나타나는 오리들, 가루이자와 자체의 풍광까지 하나같이 아름답다. 더욱이 이들이 어우러져 만들어내는 정취야 말로 국제적 휴양지 가루이자와 너무도 잘 어울리는 모습이니, 바라건대 가루이자와를 찾았다면 절대 이곳을 놓치지 말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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