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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깨달음의 샘물 Dec 30. 2023

소프트 록의 대표주자 "Smokie"를 아십니까?  

매력적인 가사를 가진 "Living Next Door to Alice"

1. Smokie의 등장


1969년, 당시 고교생이던 크리스 노먼(Chris Norman, 1950~)과 테리 우틀리(Terry Uttley, 1951~)를 축으로 결성되어 활동했던 Elisabeth라는 무명에 가까운 4인조 밴드가 있었다. 그런데 무명이던 이 밴드를 전문 프로모터인 마이크 체프만(Mike Chapman)과 닉키 친(Nicky Chinn)이 주목하면서 차츰 이름이 알려지기 시작했는데, 1975년 과감하게 그룹의 이름을 바꾸면서 일약 소프트 록의 대표주자(?)로 등극한 이 밴드가 바로 "스모키(Smokie)"이다. 1970년대 중후반에 대한민국을 강타했던 4인조 소프트 록 밴드로, 당시는 물론 지금까지도 여전히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있는 유명한 밴드 Smokie는 그렇게 등장했다. 

스모키(Smokie) 사진출처: https://www.pinterest.co.kr/pin/139893132155354115/

Smokie를 이야기하면서 내가 이글에서 쓰고 있는 것처럼 그들을 소프트 록의 대표주자라고 부를 수 있는지는 나 자신도 의문이다. 그래서 소프트 록의 대표주자라는 말 뒤에 (?)를 붙여 놓았고. 왜냐하면 이들의 대표곡이라고 할 수 있는 "Living Next  Door to Alice"가 빌보드 차트 21위에 올랐을 뿐, Smokie의 노래 중에 미국과 영국의 음원 차트에서 상위권에 진입한 곡은 전무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아무리 양보해도 Smokie가 전 세계적으로 폭발적 인기를 끌었다고까지는 이야기할 수 없다. 


그러나 국내에서의 인기만을 갖고 이야기하면, Smokie는 그 어떤 밴드에도 전혀 뒤지지 않는다. "Living Next  Door to Alice"와 "What Can I Do"가 수록된 앨범이 팝음반으로는 처음으로 우리나라에서 100만 장 이상 판매되었을 정도였으니 말이다. 이처럼 Smokie가 국내에서 많은 인기를 누릴 수 있었던 것은, 크리스 노먼(Chris Norman, 1950~)의 빼어난 미성(美聲)과 감미로운 멜로디 그리고 그에 덧붙여진 서정적 가사의 어울림이 우리나라 사람들의 정서와 잘 부합했기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그래서 그런가? 환갑을 훌쩍 넘긴 크리스 노먼의 2016년과 2017년 두 번에 걸친 내한공연은 모두 성황리에 마쳤다는 후문이다.



2. 소프트 록, 대체 어떤 음악인가?


Smokie를 이야기하게 되면, 필연적이라고 해도 좋을 만큼 너무도 자연스럽게 '소프트 록(Soft Rock)'이라는 말이 떠오른다. 그렇지만 막상 소프트 록이 어떤 음악이냐는 질문을 받게 되면,  무엇이라고 꼭 집어 말하기는 전혀 쉽지가 않다. 


소프트 록을 아쉬운 대로라도 이해하려면 연혁적 고찰이 필요하다. 잘들 알고 있듯이 록(Rock)이란 음악은 1950년대 후반에 태어난다. 그리고 1960년대 중반에 들어서면, 강렬한 사운드와 메탈 성 짙은 하드 록(Hard Rock)이 록의 대세로 자리 잡게 된다. 그러나 이러한 하드 록의 강렬한 사운드는 곧바로 저항에 부딪치게 되는데,  이처럼 하드 록에 대한 반작용으로 1960년대 후반부터 나타난 음악적 추세가 바로 소프트 록이다. 사실 어린 시절에 빠져들었던 하드 록의 강렬함은 나이가 조금씩 들어가면서 약간의 거북스러움으로 다가온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여전히 하드 록을 좋아하면서도 그로부터 떠나가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그런 이들을 사로잡은 것이 바로 소프트 록이다. 소프트 록을 '어른들을 위한 록(Adult-Oriented Rock)'이라고 부르는 것도 이런 이유라고 생각한다.


하드 록이 강렬한 사운드와 비트를 그 특징으로 한다면, 소프트 록은 부드러운 멜로디와 남녀 간의 사랑 등과 같은 우리네 일상을 다룬 가사의 하모니를 그 특징으로 한다. 때문에 남성 보컬들이 하나같이 얼핏 들으면 여성 목소리라고 생각될 만큼 빼어난 미성을 자랑하며, 밴드의 악기 구성도 어쿠스틱 기타, 피아노 등과 같은 부드러운 음색의 악기가 주를 이루게 되는 것이 보통이다.


3. Smokie의 음악


이제부터는 1970년대 후반기를 화려하게 장식하며, 나름대로 많은 히트곡을 발표했던 Smokie의 노래 중 다시 들어보고 싶은 몇 곡을 이야기하도록 하겠다. 


(1) Living Next Door to Alice

1970년대 초중반까지 록(Rock)이라고 하면, 그것은 - 적어도 나에겐 - 곧 하드 록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이미 1960년대 말부터 소프트 록이 대중음악의 한 장르로 굳건히 자리매김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하드 록이야말로 록의 정신을 구현하는 음악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때문에 그 시절에는 자연스레  딥퍼플(Deep Purple)이나 이글스(Eagles), 그리고 스콜피온스(Scorpions)와 블랙 사바스(Black Sabbath) 등과 같은 하드 록에 빠져 있었다. 


그런데 고등학생이 된 내 귀를 또 내 마음을 송두리째 뺏아 버린 곡이 나타났는데, 잔잔한 멜로디에 그와 딱 어울리는 서정적인 가사, 그리고 그를 전달하는 크리스 노먼의 미성이 어우러진  "Living Next Door to Alice"가 바로 그것이다. 이웃에 사는 여인을 마음에 두고서도 24년 동안 마음을 전할 기회만을 기다린 한심하기 그지없는 남자의 이야기가 담긴 가사가 왜 그리도 내 마음에 쏙 들어왔는지는 모를 일이다. 그때를 추억하며, 오늘 다시 그 음악, Smokie가 부르는 "Living Next Door to Alice"를 들어본다. 

아, "Living Next Door to Alice"는 Smokie를 소프트 록의 대표주자로 변모시킨 마이크 체프만과 닉키 친이 작곡과 작사를 맡아 만든 노래이다. 


(2) What Can I Do

Smokie가 발표한 곡 가운데 크리스 노먼의 흐느끼는 듯하면서도 밝고 격정적인 보컬이 압권인 곡이 있다. 실의와  좌절에 빠진 젊은 이들의 정서를 대변하는 듯한 내용을 담아 "나 어떻게"라고 외쳐댔던 그 곡은 "Living Next Door to Alice"와 같은 앨범에 실려 있던 "What Can I Do"이다. 이도저도 할 수 없는 어려운 상황에 내몰려 어찌할 바를 몰라했던 젊은 시절을 생각하며 다시 한번 들어본다. "What Can I Do"를.


(3) I'll Meet You at Midnight

Smokie의 곡들은 대부분 템포가 빠르다. 그런데도 그들의 다른 곡들에 비해 유독 그 템포가 빠르다고 기억되는 곡이 있다. 보컬 또한 감미로움 보다는 강렬함의 느낌이 강하다고 생각했던 그 곡은 바로 "I'll Meet You at Midnight"이다. Smokie의 다른 곡들에 비해 약간 이질적인, 어찌 보면 소프트 록과 하드록의 경계에 서있는 듯한 곡, "I'll Meet You at Midnight"이다.


(4) Stumblin' In

Smokie의 이름으로 발매되지는 않았지만, Smokie의 실질적 리더인 크리스 노먼이 디트로이트(Detroit) 출신의 동갑내기 1세대 여성 록커 수지 쿼트로(Suzi Quatro, 1950~)와 함께 불러 1979년 빌보드 차트 4위에까지 올랐던 Stumblin' In 또한 Smokie를 말하는 경우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노래 제목만큼이나 달달한 가사와 두 뮤지션의 조화가 돋보였던 이 곡은 국내에서도 많은 인기를 끌었는데, 20대의 마지막을 넘어서는 두 뮤지션의 모습을 담은 앨범 재킷도 보기 좋았다.

크리스 노먼과 수지 쿼트로사진출처: https://m.blog.naver.com/dia24b/222633436460

이 곡이 히트하면서 아이러니하게도 Smokie는 해산설에 휘말리게 된다. 그리고 이들의 스타 탄생을 가능케 했던 마이크 체프만과 닉키 친의 결별이 이어지면서 Smokie는 우리의 머릿속에서 사라져 가게 된다. 물론 1980년대에 들어서도 "Mexican Girl"과 같은 노래로 활동을 이어가기는 했지만, 그것은 그야말로 간신히 명맥을 유지하는 정도에 그쳤을 뿐이다. 요즘에도 여전히 국내 방송에서 가끔은 흘러나와 젊은 세대들도 들어보았을 거라고 생각되는 곡, Stumblin' In을 들어보기로 하겠다.


4. 소프트 록의 대표주자들


Smokie의 음악적 기조가 소프트 록이었던 것에 대해서는 이미 언급한 바가 있는데, 여기서 잠깐  소프트 록의 대표주자라고 분류될 수 있는 뮤지션들에 관한 이야기를 해 보겠다. 


(1) 브레드(Bread)

소프트 록으로 분류될 수 있는 음악을 일찍부터 추구해서 소프트 록의 선구자로 불리는 밴드는 브레드(Bread)이다. 맨 오른쪽이 리드보칼인 데이비드 게이츠(David Gates, 1940~).

브레드의 존재는 그들의 두 번째 앨범인 On the Water(아래 사진 참조)에 실려 있는 "Make It With You"를 통하여 세상에 알려지는데, "Make It With You"는 전미 싱글 차트 1위에 오를 정도로 빅 히트를 했다. 다만 "Make It With You"가 미국 싱글 차트에서 1위에  올랐다고는 하지만, 이 곡을 들으며 즐거워했던 기억은 나에게는 없다. 이 글을 쓰며 다시 들어 봤는데, 역시 그리 감흥이 일어나지는 않는다. 무언가 나랑은 안 맞는 곡인데, 링크를 걸어 놓았으니 함 들어보기를.

위와 같은 이유 때문에 나는 브레드를 1971년에 발매된 그들의 세 번째 앨범 Manna(아래 사진 참조)에 수록되어 있는 "If"로 기억한다. 리드 보칼인 데이비드 게이츠의 미성이 단연 돋보이는 곡 "If"는 미국 싱글 차트 4위까지 오르며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었고, 우리나라에서도 꽤나 인기가 높았던 곡이다. 

눈을 감고 들으면 마치 여성 싱어가 부르는 것으로 착각할 만큼 아름다운 목소리의 소유자인 데이비드 게이츠가 부르는 "If"이다.

이렇게 잘 나가던 브레드는 데이비드 게이츠와 제임스 그리핀의 불화로 1973년의 베스트 앨범을 끝으로 해산하는데, 팀이 해체됐는데도 이 앨범은 앨범차트 2위까지 어른다. 그리고 그로부터 3년 뒤인 1976년 다시 한번 결합하여 그들의 여섯 번째이자 마지막 앨범인 Lost Without Your Love를 발표하는데, 이 앨범에 수록된 같은 이름의 타이틀곡인 "Lost Without Your Love"는 빌보드 싱글 차트 9위에 오르기도 했다.


(2) 에어 서플라이

누구에게 물어도 소프트 록의 대표 주자 중 하나로 꼽는 데 주저하지 않을  밴드로는 호주 출신의 남성 듀오 에어 서플라이(Air Supply)를 들 수 있다. 물론 에어 서플라이는 밴드 결성 초기에 5인조 또는 7인조로 활동하기도 했지만, 러셀 히치콕(Russell Hitchcock, 1949~)과 그라함 러셀(Graham Cyrill Russell, 1950~)의 남성 듀오로 개편되면서 이름을날리게 된 점을 고려하여 편의상 남성 듀오라고 소개하겠다. 

에어 서플라이는 1970년대 말부터 1980년대 초까지 대단한 인기를 누렸다. 미국진출 첫 앨범에서 "Lost In Love", "All Out Of Love" 그리고 "Every Woman In The World" 등 무려 3곡이 연이어 싱글 차트 5위권 내에 진입하며 200만 장 이상이 판매고를 올릴 정도였으니 말이다. 그 가운데 내게 친숙한 2곡을 소개하니, 즐감하기를...

"Lost In Love"이고, 

"All Out Of Love"이다.

에어 서플라이는 이와 같은 대성공을 발판으로 연이어 4장의 플래티넘 앨범을 발표하는데, 그 가운데 우리에게 잘 알려진 것으론 1983년 베스트 앨범을 위하여 만들어진 "Making Love Out Of Nothing At All"이 있다.

이렇게 승승장구하던 에어 서플라이는 새로운 앨범의 실패 이후 1986년에 해산되었다가 1991년 다시 원래의 두 멤버가 의기투합하여 복귀했으나, 이미 사람들은 그들을 잊은 지 오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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