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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깨달음의 샘물 Jan 13. 2024

영국 출신의 꽃미남 가수 "Cliff Richard"

내 마음을 사로잡았던 그의 노래는 "Big Ship"이었습니다.

1. 공연문화에 이는 변화의 바람



1969년. 우리나라 공연무대의 풍경을 송두리째 바꿔버리는 엄청난 일이 벌어진다. 그 진원지는 바로 클리프 리차드(Cliff Richard, 1940~)의 내한 공연이 벌어졌던 이화여대 강당이었다. 영국 출신의 꽃미남 클리프 리차드의 내한 공연에 운집한 당시 여성팬들은 공연 내내 클리프 리차드의 노래 한 구절, 한 마디마다 비명에 가까운 소리를 질러대며 공연장을 문자 그대로 열광의 도가니로 만들어 버렸다. 다분히 폐쇄적이고 보수적이던 그 당시의 우리 사회 정서를 고려할 때 그것은 문자 그대로 파격이었고, 그런 열광적 분위기를 창출해 내신 그분들이야말로 의심할 여지없이 진정한  '오빠 부대'의 원조이다. 비록 이 분들의 목소리를 담아내지는 못하고 있지만, 아래 사진만 보아도 당시 공연장의 분위기를 충분히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당시 내가 초등학교 3학년이었으니 사진 속의 저분들은 못되어도 이미 70을 훨씬 넘기셨을 것이고, 80이 내일모레이신 분들도 상당수 계실 것이다. 


하나만 덧붙이자면 말이다. 이 분들, 클리프 리차드가 내한할 당시에 만사 제쳐놓고 김포공항(그때는 인천공항이 없었다)으로 몰려갔었다. 그야말로 구름같이... 그리고 공연 도중에는 여성 팬들이 입고 있던 속옷을 벗어 무대로 집어던졌다는 전설 같은 이야기를 만들어 내셨다. 설마 그럴 리가?라고 생각하겠지만 틀림없이 무엇인가가 던져졌고, "Early in The Morning"을 부르던 클리프 리차드는 그를 집어 들어 땀을 닦는다. 내가 보기에는 속옷은 아닌 것 같고, 손수건이라 하기엔 좀 크고... 그것이 정확히 무엇이었는지는 던지신 분밖에는 모를 일이다. 

사진출처: https://m.blog.naver.com/injurytime2020/222280137236
사진출처: https://m.blog.naver.com/jcs89225/221814985672

1960년대의 우리나라, 참으로 가난했다. 먹을 것이 풍족하지 못했고, 서울에서 자라난 나도 옥수수빵을 배급받으며 학교를 다니던 시절이었다. 점심시간이면 운동장 수돗가의 물로 배를 채우는 아이들의 모습을 심심찮게  볼 수 있었던 암울한 시절이었다. 그런데 당시로서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고가(2,000원)였던 입장 티겟이 매진을 기록했다고 하니, 실로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기억하건대 당시 버스비는 5원이었다.


클리프 리차드의 내한 당시 10살짜리 초등학교 3학년이었던 내가 이런 일들을 정확히 기억하는 것은 전적으로 앞에서도 이야기한 바 있는 형님 덕분이다. 이번에도 형은 어디선가 클리프 리차드 공연실황이 담긴 레코드(아래 사진 참조)를 실어  날랐고, 이 레코드에는 사진 속의 여성분들이 질러대는 비명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특히  "The Young ones"를 부르던 때에는 그 함성의 정도가 너무 커서, 가사의 전달 자체가 어려울 정도였다. 그러나 참으로 아쉽게도 클리프 리차드의 공연 실황을 담은 레코드는 수십 번의 이사를 다니는 와중에 어디론가 사라져 이제 더 이상 내 손에는 잡히지 않는다. 

클리프 리차드 한국공연 실황특집.   사진출처: https://m.blog.naver.com/leeon24045/221665803807
사진출처: https://www.dailystar.co.uk/news/latest-news/cliff-richard-calendar-police-probe-17361711

물론 클리프 리차드는 "미국에 엘비스 프레슬리(Elvis Presley, 1935~1977)가 있다면, 영국에는 클리프 리차드가 있다"라고 이야기할 만큼 당대 최고의 인기 절정의 가수였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김포공항과 이화여대 강당에서 (앞에서 이야기했던 것과 같은 대 소동(?)이 한바탕 벌어지게 되었던 이유는 역시 클리프 리차드의 외모에서 찾아야 할 것 같다. 


클리프 리차드, 한마디로 말해 원조 꽃미남 아이돌 가수였던 것이다.








2. 클리프 리차드, 그는 누구인가?


클리프 리차드는 영국이 인도를 지배하고 있던 1940년에 인도에서 태어났는데, 1948년 인도가 독립하게 되자 영국으로 이주한다. 그리고 그의 나이 불과 18살이던 1958년에 “move it”이란 싱글을 발표하며 가수로 데뷔한다. 그러니까 클리프 리차드는 내가 태어나기도 전에 데뷔해서 가수활동을 시작한 것인데, 이런  클리프 리차드를 내가 이야기하는 이유는 그가 나에게 다가온 것이  내가 Pop에 빠져 든 이후인 1969년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것이 내가 이 글을 쓰는 이유의 전부는 아니다. 내가 클리프 리차드에 관한 글을 쓰는 보다 더 결정적 이유는 그의 노래가 수십 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여전히 불리고 있다는 것, 그리하여 오늘을 살아가는 10대들 또한 (클리프 리차드란 이름은 많이 생소하지만) 클리프 리차드의 노래를 적어도 2~3곡은 알고 있을 것이라고 확신하기 때문이다. 어쩌면 대한민국 국민들 중 단 한 명의 예외도 없이 그의 노래를 듣고 또 불렀을 것이라고 해도 전혀 틀린 말이 아닐 정도인데, 각종 축하행사 때마다 어김없이 들려오던 "Congratulations"이란 노래가 바로   클리프 리차드의 노래이니 말이다.


가수로서의 클리프 리차드가 얼마나 대단했는지는 각종 기록이 여실히 말해주고 있다. 앨범의 판매고로 말하면 영국 내에서 비틀즈와 엘비스 프레슬리 다음으로 싱글 음반 판매 3위에 올라 있으며, 차트 진입으로 이야기하면 역대 UK 차트 1위 곡만 해도 14곡에 이른다. Top Ten으로 따지면 무려 68곡을 올려놓기도 했고. 그뿐만이 아니다. 전성기가 지난 이후에도 새로운 앨범을 내놓으며 공연활동을 계속하면서 명실상부한 영국의 국민 가수로 자리 잡은 사람이 바로 클리프 리차드이다. 그리고 이런 점이 인정되어 1980년에는 대영제국 훈장(4급)을 받았고, 1995년에는 기사 작위가 수여되기도 했다. 이 때문에 그의 공식적인 영문이름(Sir Cliff Ruchard)은 'Sir'로 시작하는데, 이는 비틀즈의 멤버였던 폴 매카트(Paul McCartney, 1842~)가 1997년, 엘튼 존( Elton John, 1947~)이 1998년에 각각 기사 작위를 받기 이전의 일이었다.


아, 이보다 더 놀라운 사실은 클리프 리차드는 80세가 다 되어가던 2018년까지도 공연을 계속했다는 것이다(물론 그의 공연을 찾는 이들은 예전에 그의 팬이었던 분들이었기는 하지만 말이다). 더욱이 타고난 가창력 덕분인지 몰라도 그 나이에도 공연 중에 키를 낮춘다거나, 백 코러스 빨로 버틴다거나, 그도 아니면 초대가수의 노래로 많은 시간을 때운다거나 하는 얄팍한 짓을 하지도 않았다. 


3. 클리프 리차드의 음악


클리프 리차드의 노래들 중 요즘도 방송에서 들을 수 있을 정도로 우리나라에서 잘 알려진 노래들을 나는 그 당시에 이미 모두 알고 있었다. 9살에 불과했던 내가 그의 공연실황 레코드에 실려 있는 곡의 절반 이상을 알고 있었다는 것은 지금 생각해도 잘 이해가 안 되는 일이지만 말이다. 그런데 그들 곡 중에 내 마음에 꼭 드는 곡이 있었으니, "Big Ship"이 그것이다. 많은 곡 중 내가 왜  "Big Ship"에 빠졌는지는 분명하지 않다.  다만 클리프 리차드의 노래 가운데 상대적으로 약간 남성적이었다는 것, 그리고 그런 생각을 갖게 만들었던 도입부의 금관악기의 경쾌함이 이유라면 이유였지 않을까 싶다. 이제 55년 전, 9살의 나를 사로잡았던 "Big Ship"을 들어 보자. 모르긴 몰라도 여러분들 또한 이 노래의 매력에 빠져 허우적거리게 될지도 모른다. 

그런데 그토록 내가 좋아했던 Big Ship은 대중들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지 못했다. 그럼 지금부터는 우리에게 훨씬 친숙한 클리프 리차드의 노래들을 들어 보자. 사실 이들 노래들은 내가 무엇이라고 이야기하는 것이 사족이 될 정도로 너무나도 유명한 클리프 리차드의 대표곡들이니 제목 등을 소개하고, 링크를 걸어두는 선에서 이야기를 맺을까 한다.


(1) Evergreen Tree

클리프 리차드의 두 번째 스튜디오 앨범으로 1960년에 발매하여 영국 앨범차트 2위에 까지 오른 'Me and My Shadows'에 수록된 곡인데, 당시 싱글로서는 차트에 오르지 못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에서는 꽤나 유명했는데, 내가 중학생이던 1970년대 초중반까지 많이 전파를 탔던 노래이다.


(2) The Young ones

1961년에 발매한 같은 제목의 앨범에 수록된 곡인데, "The Young ones"가 실린 앨범은 영국에서만 6주 동안이나 정상을 지키며 100만 장 이상이 팔리는 대 히트를 기록했다. 그리고 이러한 인기를 바탕으로 역시 같은 제목의 영화에 OST로 사용되기도 했다. 나에게는 클리프 리차드의 내한 공연 때 수많은 여성들의 떼창과 함성을 이끌어 내었던 곡으로 기억되는 곡이다.


(3) Summer Holiday

1963년에 발매한 같은 제목의 앨범에 실려 있는 곡인데, "Summer Holiday"가 실려 있는  이 앨범은 영국에서 14주 동안 정상을 지켰으며, 싱글 "Summer Holiday"는 영국을 시작으로 유럽의 거의 모든 국가와 호주에서 싱글차트 1위에 오를 정도로 빅 히트를 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지금도 여름에 바캉스 시즌이 되면 여기저기에서 들릴 정도로 유명세를 타고 있는데, 첫 소절만 들으면 내가 왜 유명하다고 했는지 금방 알 수 있을 것이다.


(4) Congratulations 

"Congratulations"은 그야말로 더 이상의 설명이 불필요할 정도로 유명한 노래이다. 전 세계적으로 축하가 필요한 자리에서는 거의 예외 없이 듣게 되는 노래인데, 과연 도대체 이 세상 어느 가수의 노래가 이렇게 전 세계인의 입에 너무도 자연스럽게 오르내릴 수 있을까? 아, 혹자는 이 노래를 영국의 민요 같은 것으로 알고 있는 경우도 있던데, 아니다. 이 노래는 1968년 런던에서 개최된 유로비젼 송 콘테스트에 영국 대표로 출전한 클리프 리차드가 들고 나왔던 노래로, 같은 해 UK 싱글차트에 오른다. 아, 당시 유로비젼 송 콘테스트에서 1위는 스페인의 Massiel이 "La, la, la"라는 곡으로 차지했는데, 글쎄 한 번도 관심을 가져본 적도 없고 또 들어본 적도 없어서 "La, la, la"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겠다. 어쨌거나 세계인의 노래가 되어버린 "Congratulations"을 들어보자. 


(5) Early in The Morning

"Early in The Morning"은 원래 영국의 팝그룹 베니티 페어(Vanity Fare)의 데뷔 싱글곡으로, 미국 시장에서만 100만 장 이상의 앨범 판매고를 올려 골든 디스크를 받았다. 뿐만 아니라 UK 싱글차트 8위 등 세계 각국의 싱글 차트에서 상위에 오르는 인기를 누렸다. 이에 반해 클리프 리차드의 커버 곡은 철저히 시장에서 외면을 당했는데, 그래서 그런지는 몰라도 크리프 리차드는 이 곡을 유럽에서의 리사이틀에서는 단 한 번도 부르지 않았다고 한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우리나라에서는 원 버전인 베니티 페어의 곡보다도 클리프 리차드 버전이 더 유명하다. 아니 대다수의 사람들은 클리프 리차드의 노래를 Early in The Morning의 원곡으로 알고 있다. 어찌하여 이렇게 되었는지 까지는 잘 모르겠는데, 1969년에 내한 공연당시 여성 관객이 손수건(속옷?)을 던진 것이 이 노래를 부르던 때인 것이 어떤 영향을 미쳤을 수도 있다는 생각은 든다. 참고로 클리프 리차드는 "Early in The Morning"을 우리나라와 일본 공연에서만 불렀다. 


(6) Devil Woman

1976년, 클리프 리차드에게는 경사이자 어쩌면 당황스러울 수도 있는 일이 벌어진다. 자신의 백 보컬리스트였던 올리비아 뉴튼 존(Olivia Newton John, 1948~2022)이 미국에서 대 성공을 거두는 일이 그것인데, 클리프 리차드는 이에 발 빠르게 대처한다. 그리고 당시의 미국인 정서에 맞는 디스코 풍의 "Devil Woman"을 가지고 다시 한번 미국 시장에 도전하는데, 이 곡은 빌보드 싱글 차트 6위에까지 오르며 미국에서도 히트곡의 대열에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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