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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깨달음의 샘물 Jun 24. 2024

독일의 자동차번호판 이야기, 그 2

There is no rule  but has exceptions.

앞의 글에서 독일의 자동차 번호판은 지역 번호판 제도를 채택하고 있고, 그래서 자동차 번호판 만으로도 자동차의 차적을 알 수 있다는 이야기를 했었는데, 오늘은 독일의 자동차 번호판은 어찌 보면 그 도시의 위상을 나타내는 것이 될 수도 있다는 이야기를 해보도록 하겠다.


컨대 독일에 F로 시작하는 지명이 많지만, 자동차 번호판에 F 한 글자만 쓸 수 있는 자동차는 F로 시작하는 도시 중 가장 커다란 도시인 프랑크푸르트(Frankfurt)에 차적을 두고 있는 차에 한정된다. 따라서 내가 살던 프라이부르크는 아래 사진에서 보듯이 F를 못쓰고, 이렇게 FR을 쓰고 있다. 하나의 예를 더 들어보자. 내가 처음에 독일에서 살았던 곳은 만하임(Mannheim)이란 도시였는데, 만하임은 인구 30만에 이르는 대도시였지만 번호판은 M을 쓰지 못하고 MA를 쓴다. 왜냐하면, M으로 시작하는 도시 중에  뮌헨(München)이란 거대도시가 있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독일에서 자동차 번호판에 알파벳 한 글자만 쓰여 있는 자동차를 만났다면, 그 자동차는 그 알파벳으로 시작하는 도시 중 가장 큰 도시에 차적을 두고 있는 차량이다. 이처럼 자동차 번호판에 한 글자의 알파벳을 쓰는 도시들의 예를 들자면...

A는 아우그스부르크(Augsburg)

B는 베를린(Berlin)

C는 켐니츠(Chemnitz)

D는 뒤셀도르프(Düsseldorf)

E는 에센(Essen)

G는 게라(Gera)

J는 예나(Jena)

K는 쾰른(Köln)

L은 라이프치히(Leipzig)

N은 뉘른베르크(Nürnberg)

P는 포츠담(Potsdam)

R은 레겐스부르크(Regensburg)

S는 슈투트가르트(Stuttgart)

W는 부퍼탈(Wuppertal)

Z는 츠비카우(Zwickau)

메르세데스 벤즈... 공장이 슈투트가르트에 있다.

여기서 돌발 퀴즈를 하나 내보겠다. 독일 여행 중에 번호판의 첫부분이 H로 되어 있는 자동차를 만났다면, 이 자동차의 차적은? 앞에서 내가 한 이야기에 따르면 H자로 시작하는 가장 큰 도시를 찾으면 될 것이고, 그렇다면 볼 것도 없이 함부르크(Hamburg)!이어야 하는데... 번호판의 첫부분에 H 한글자만 쓰는 도시는 함부르크가 아니라 하노버(Hannover)이다. 그렇다면 인구 50만 명 남짓한 하노버가 인구 200만 명을 훌쩍 넘는 독일 제2의 도시 함부르크를 제치고 H를 쓰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함부르크가 옛 한자동맹(die Hanse)의 중심도시 중 하나였기 때문이다. 비록 한자동맹은 베스트팔렌 조약에 의해 해산되었지만 한자동맹을 구성했던 도시들은 지금도 자신들이 한자동맹의 일원이었음을 표시하는 방편으로 자동차번호판 맨 앞부분에 H를 덧붙이고 있다. 결론적으로 함부르크의 자동차 번호판은 아래 사진과 같이 "HH"로 시작한다.  

이러한 사정은 한자동맹의 핵심도시였던 뤼벡의 경우 또한 마찬가지인데, 뤼벡 역시 자동차 번호판에 맨 앞부분에 H자를 덧붙여 "HL"을 사용하고 있다.

 

한편 지금까지의 이야기를 고려하면 자동차 번호판의 맨 앞부분이 3글자의 알파벳으로 되어 있는 경우 (꼭은 아니지만) 그 자동차는 아주 작은 도시에 차적을 두고 있다는 결론을 추론할 수 있다.



이번 글로 "독일 속으로 한 걸음 더"연재를 마칩니다. 곧 3주에 걸친 독일 여행으로 들어가니, 새로운 시각을 얻을 수 있을리라고 생각합니다.  이 번 여행에서 얻은 경험과 이미 준비해 두었던 이야기거리들로 연재를 할 수 있을 것 같을 때, Season 2로 돌아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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