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하의 삶의 흔적을 쫓아 가보는 여정에서 바하가 오르가니스트로 활동했던 아른슈타트를 찾아보겠다는 생각을 하기는 했지만, 사실 아른슈타트에 대한 정보는 거의 전무했다. 바하가 오르가니스트로 재직했던 바하교회(Bachkirche) 정도가 내가 아는 전부였을 정도로 말이다. 그런데 아른슈타트에 와서 받은 안내지도를 통해 오늘 이야기하는 "바하의 집(Bachhaus)"의 존재를 알게 되었고, 그리하여 발걸음을 재촉하여 콜가세(Kohlgasse) 7번지에 있다는 바하의 집을 찾게 되었다. 아, 독일어에서 가세(Gasse)란 보통 좁은 골목길을 의미하는데, 일단 콜'가세(Gasse)'의 모습부터 보여주도록 하겠다.
콜가세에 접어들어 밑에서부터 위까지 걸으며 거리 양편의 건물들에 나름대로 주의를 기울이며 끝까지 훑어 보았는데, 바하의 집을 찾지 못했다. 바하의 집 정도쯤 되면 그 근처에만 가도 바하의 집을 알리는 안내판이 보이고, 그곳으로 향하는 길에는 이정표가 있어야 마땅한데... 콜가세에는 그런 것이 전혀 없었다. 그렇게 걷다가 초등학교를 만났고, 마침 쉬는 시간에 담장가에 나와 있던 아이들에게 물었더니, 틀림없이 콜가세에 바하의 집이 있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하여 확신을 갖고 다시 한번 꼼꼼히 거리 양옆을 살피면서 콜가세를 걷기 시작한 내눈에, 건물 높은 곳에 매달려있는 이것이 들어왔다. 조금전에 콜가세를 걸어 오를때는 어딘가에 안내판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만으로 시선을 눈높이 이하로 고정시키는 바람에 그냥 간과해버렸던...
그런데 문제는 바하의 집이 도대체 어느 집인지를 알 수가 없다는 것이었다. 일단 이렇게 생긴 문안에 보이는 집앞까지 가봤는데, 그곳엔 바하의 집이 없었다.
할 수 없이이 콜가세를 벗어나 현지인에 다시 한번 바하의 집을 물었고, 그로부터 '파란색 집'이란 단서를 얻어 내었다. 그렇게 다시 찾은 콜가세를 걸어 오르다 비로소 바하의 집을 찾았다. 아래 사진 속 오른쪽에 보이는, 벽에 무엇인가가 덕지덕지 붙어 있는 파란색(?) 집이 바로 내가 찾던 바하의 집이었다.
바하의 집(Bachhaus)
이처럼 우여곡절 끝에 어렵사리 바하의 집을 찾았는데, 바하의 집은 문이 굳게 닫혀 있다. 그 이유는 아래 사진이 말해준다. 바하의 집은 보다시피 화요일(14시부터 16시까지)과 목요일(10시부터 12시까지)에만 일반인에게 개방을 하는데, 내가 이곳을 찾은 날이 일요일이었으니...
힘들게 찾은 바하의 집 내부를 보지 못한다는 아쉬움에 하릴없이 창문 사진을 찍고, 바하의 집과 콜거리를 함께 사진에 담는 것으로 위안을 삼았다.
그런데 3번씩이나 이곳을 찾은 내 정성이 통했는지, 기적이 일어났다. 문안에서 관리인인 듯한 사람이 문을 열고 나오면서 나를 보더니, 잠시 들어와서 내부를 보아도 좋다고 이야기를 건넨 것이다. 그렇게 바하의 집안으로 들어갔는데, 또 하나의 유리문이 나의 길을 가로막고 선다.
그렇게 유리문을 열고 들어서니 왼쪽 벽에 "궁정음악을 담당했던 요한 크리스토프 바하(Johann Christoph Bach)가 1687년부터 1695년까지, 그리고 요한 에른스트 바하(Johann Ernst Bach)가 1732년에 살았다"고 적혀 있다. 그렇다면 우리가 아는 바하(Johann Sebastian Bach)는 이 집에 살지 않았을 수도 있다는 이야기가 되는건데... 안내판이나 이정표 하나 제대로 된 것이 없던 것이 비로소 이해가 된다.
그 옆으로 이 집에 대한 비교적 상세한 정보가 담긴 게시물이 걸려 있는데, 그에 따르면 이 집은 음악가족인 바하네 집안 사람들이 45년간 대대로 살았던 집이었다고 한다. 꼼꼼히 읽어 보니 먼저 이 집에 살았던 것이 분면하고 거주연대가 밝혀진 위의 두사람과 그들의 처, 그리고 그 자식들의 이름이 열거된 다음, 맨밑에 우리가 아는 Johann Sebastian Bach라는 이름이 보인다.
이런 글들을 읽고 있자니 자연스레 떠오르는 의문이 있었다. 도대체 우리가 아는 바하가 이 집에 살기는 했던 것인가? 이런 의문은 아른슈타트시가 만들어 낸 안내 책자속에서 "우리가 아는 요한 세바스티안 바하도 아마(wahrscheinlich) 이곳에 살았을 것이다"라는 글을 만나면서 풀렸다. 즉, 1687년부터 1732년까지 45년간 바하 집안이 이 집을 소유했으니, 1703년부터 1707년까지 이곳에서 오르가니스트로 활약했던 바하도 확실하지는 않지만 이집에 살았지 않았겠는가?
잘 알다시피 바하(Bach)의 집안은 수세대에 걸쳐 셀수없을 정도로 많은 음악가를 배출한 집안이다. 때문에 이곳 아른슈타트에서 활약한 바하만도 엄청시리 많다. 그러다보니 아른슈타트에는 그들이 지나쳐간 기억할만한 장소만 해도 여러곳이 있는데, 아래 사진은 그들 장소를 잘 보여주고 있다.
개관일이 아닌 일요일에 이정도로나마 바하의 집 내부를 둘러볼 수 있었던 것은 의심할 여지없는 행운이었지만, 아주 짧은 시간 동안 머물렀던 관계로 바하의 집 내부를 찬찬히 둘러보지 못한 아쉬움이 있다. 그 이유는 내게 문을 열어주신 분이 어딘가를 급히 가시는 길이었기 때문이었는데, 그래도 이런 팜플렜은 하나 챙겨들고 나왔다.
그렇게 챙겨나온 팜플렛에는 내가 보지 못한 공간을 보여주는 사진들이 있었는데, 세련되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꽤 알차게 꾸며져 있는 전시실들의 모습이 먼저 보인다.
그리고 그 용도에 대한 설명은 없는데, 이런 사진도 있었다. 아, 이들 사진은 팜플렛에 나와 있는 사진을 내가 다시 찍은 것인데, 역시 화질이 선명하지 못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