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물관이나 미술관은 (여행 중이라도) 시간만 허락한다면 아니 시간을 내어서라도 찾는 편이지만, 성이나 교회(성당)에 딸린 박물관은 별로 즐기지 않는다. (내 경험에 비추어 볼 때) 그런 박물관의 전시물 등이 그리 흥미롭지 않은 경우가 태반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아른슈타트에서는 나이데크성(Schloss Neideck)을 찾아가다 우연히 마주친 "아른슈타트 성박물관(Schlossmuseum Arnstadt)"을 찾았다. 별다른 이유는 없고, 성박물관과 마주친 순간 들어가 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을 뿐이다.
아른슈타트의 성박물관은 아래 사진에서 보는 것과 같은 바로크 양식의 레지덴츠에 들어서 있는데, (내가 못봤는지 모르겠지만) 건물 어디에도 '아른슈타트 성박물관'이라고 쓰여져 있지는 않았다.
아른슈타트 성박물관(Schlossmuseum Arnstadt)
그저 보도 위에 이렇게 세워져 있는 입간판에 적혀있는 '아른슈타트 성박물관(Schlossmuseum Arnstadt)'이라는 글씨가 이 곳이 아른슈타트 성박물관이라는 것을 가리키는 유일한 것이었다. 그나마 아래 사진에서 보듯이 아주 작은 글씨로 쓰여져 있어서 웬만큼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그냥 지나치기 십상이다.
아른슈타트 성박물관을 관람하기 위해서는 입장권을 구입하여 한다(2023년 6월 현재 성인기준으로 3유로). 월요일을 제외하고는 매일10시부터 17시까지 오픈하지만, 입장은 16:30까지 해야 된다고 한다. 다만 입장권을 구입했다고 해서 박물관안으로 그냥 들어갈 수는 없고데, 아른슈타트 성박물관으로 들어가려면 신발털이기에 신발을 넣는 번거로움을 감수해야만 한다.
아른슈타트 성박물관 입장권
박물관 관람과 관련하여 또 하나 주의할 것이 있는데, 그것은 박물관안에서 사진을 찍으려면 사진촬영권(3유로)을 따로 매입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사진촬영권을 구입하고 난후, 촬영권이 있음을 나타내는 스티커를 옷에 붙이고 다녀야만 사진촬영을 제지받는 일이 없게 된다.
박물관으로 들어가는 입구에 2주 뒤에 아른슈타트에서 열리는 바하 페스티발을 알리는 엠블렘이 보인다.
아른슈타트 성박물관은 모두 3개층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각각의 층은 각기 다른 주제로 전시가 이루어지고 있다. 이제 이들 전시물을 천천히 둘러보기로 하겠다.
2. 1층 - 몽 플레지르(Mon plaisir)
박물관의 안내원은 박물관 관람에 나선 나에게 1층에 아른슈타트 성박물관에서만 볼 수 있는 독특하고 유일한 "인형의 도시(Puppenstadt)"가 있음을 연신 강조하였다. 이 인형의 도시는 중세의 복장들을 입고 있는 인형들을 전시하고 있는데, 이처럼 중세의 인형을 전시하고 있는 독일의 박물관을 "몽 플레지르(Mon plaisir)"라고 부른다. 다만 어찌하여 이런 박물관을 Mon plaisir라고 부르는지는 알 수가 없다. 내가 아는 한, Mon plaisir는 불어로서 영어의 my pleasure에 해당하는데 말인데...
아른슈타트 성박물관에 대한 안내책자를 읽어보면, 이곳엔 약 400여개의 인형 그리고 수를 헤아릴 수없을만큼 많은 소도구며 부속품들(인형에 맞는 옷, 신발, 가구 등)이 있다고 되어 있는데, 그 실체는 나무와 유리로 만들어진 작은 장식장 속에 이런 것들이 그득한 수준이다.
장식장의 크기 또한 아래 사진을 통해 알수 있듯이 그리 크지 않고, 볼품도 없다. 때문에 인형에 특별한 관심을 갖고 있지 않은 사람이라면, 아마도 상당히 지루하다는 생각을 갖게 될 수도 있다. 물론 이런 내 얘기는 내가 인형에 털끝만큼도 관심을 갖고 있지 않고, 따라서 이들 인형의 가치를 전혀 모르기 때문에 하는 말이라는 것은 밝혀 두기로 한다.
3. 2층 - 연회장과 도자기 등
박물관의 2층은 대형 연회장(Festsaal)과 도자기들이 전시되어 있는데, 연회장은 이런 모습을 하고 있다.
도자기 등의 전시는 1층에서 보았던 몽 플레지르(Mon plaisir)보다는 조금 더 흥미로웠지만, 그렇다고 특별한 관심을 불러 일으킬 정도의 그 무엇은 없었다.
박물관 안내 책자에 상세한 설명이 붙어있는 것은 이것인데, 바로 '도자기로 꾸며진 장식장(Porzellankabinett)'이다. 상당히 독특한 것은 사실인데, 솔직히 "조금 산만하다"는 기분을 떨쳐버리기는 힘들었다. 장식장들 중 가운데에 있는 것이 제일 가치가 있는 것이기 때문인지는 몰라도, 그것에만 조명이 밝혀져 있다.
박물관 안내 책자에도 이 사진만 실려 있고.
박물관 안내원은 일본 도자기들도 있다고 했는데, 내가 찾은 것은 이것 하나가 전부였다.
4. 3층, 바하 기획전(?)
박물관 관계자분들께는 매우 미안한 말이지만, 솔직히 1층과 2층의 전시물들은 그리 흥미로운 것이 없었다. 입장료와 사진촬영권에 들인 돈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말이다. 그러나 아른슈타트 성박물관의 3층에 들어서면서 그런 실망감은 사라지고, 이 곳에 들어서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바하와 관련된 각종 자료를 모아서 전시하고 있는 박물관 3층이 위대한 작곡가 바하가 살았던 시대로의 시간여행을 떠나볼 수 있게 만들어 주었기 때문이다. 일단 전시실 전체는 이런 분위기를 띠고 있는데, 1층과 2층에 비해 전시기법 자체가 훨씬 훌륭하다. 뿐만 아니라 분위기도 상당히 모던한데, 아마도 3층은 최근에 전시실을 새로이 꾸민 듯하다.
전시실 하늘에 성당 등의 종교건축물에서 볼 수 있는 둥근 고리가 이렇게 떠있고, 그곳에 "Hörbarer Glaube"라고 쓰여 있다. 문제는 내 독일어 실력으로 저 문구를 자신있게 번역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Hörbarer는 "들을 수 있는", Glaube는 "믿음/신앙"을 뜻하는 쉬운 독일어 단어인데도 불구하고 말이다. 혹시 "바하의 음악을 들으면서 깊은 신앙심을 키워보라"... 뭐 이런 의미가 아닐까?
이곳을 찾았던 것이 불과 2주전일 뿐인데도 관련자료들이 전시실 어디에, 어떤 순서로 전시되어 있었는지는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다만 한가지 확실한 것은, 아래 사진 속의 남자처럼 모든 사람들이 유리관 안에 곱게 모셔져 있는 저것을 보는 것에 많은 시간을 들이고 있었다는 것이다.
박물관을 찾은 모든 사람들이 발걸음을 멈추고 들여다 보고 있는 이것의 정체는 바로 바하가 연주했던 오르간, 정확히 말하면 오르간의 몸체(Spieltisch)이다. 아, Spieltisch는 Spiel(연주) + Tisch(책상)의 합성어인데, 이를 우리나라말로 무엇이라고 하는지는 내 알지 못한다.
Spieltisch
그러니까 여기서 연주하면 우리가 파이프 오르간 소리를 들을 수 있게 된다는 것인데, 이를 위해서는 공기를 파이프 랭크로 들여보내는 장치인 '스톱(stop)'이 필요하다고 한다. 그리고 하나의 스톱에 의해 제어되는 파이프 랭크를 레지스터(register)라고 부른다고 하는데, 파이프 오르간의 구조가 궁금하다면 아래 사이트를 클릭해보기 바란다.
이 오르간의 몸체에 대해서는 이렇게 자세한 설명을 해놓고 있는데, 그 이야기는 생략하는 것으로 하겠다. 내용이 너무 많을뿐만 아니라, 오르간의 구조에 대해 전혀 모르다보니 읽어 봐도 이해가 안되어서 말이다.
아래 사진은 위 전시물의 내용을 파파고로 돌려본 화면인데, (조금 부자연스러운 부분은 있지만) 오르간의 구조에 대해 어느 정도 지식이 있는 사람에게는 내용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위의 오르간 맞은 편에 바하가 오르가니스트로 활약했던 바하교회(Bachkirche)의 모습을 축소해 놓은, 더 정확히 얘기하자면 제단에서 교회 후면에 있는 오르간을 바라보았을 때 보이는 모습을 축소해 놓은 미니어쳐가 전시되어 있다.
이들 이외에 내 사진기 속에 이 박물관에서 찍은 몇장의 사진이 더 남아있는데, 그것들을 방출해 보기로 한다. 우선 이것은 바하에 대한 일반적인 이야기들이고,
이것은 바하의 흉상이다.
그리고 이것은 바하의 삶을 그가 살았던 시대 순으로 정리해 놓은 연대기(年代記).
마지막으로 포르켈(Johann Nikolaus Forkel, 1749~1818)이란 사람의 작품인 "음악가족 바하의 가계도(家系圖)"도 있었는데, 포르켈은 괴팅겐(Göttingen)에서 보내던 대학 시절에 대학교회의 오르간 주자이기도 했었다. 아,이곳에 전시된 그의 작품은 오리지날은 아니고, 카피본이다.